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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Dec 27. 2020

뻔한 듯 뻔하지 않은 넷플릭스 영화 [어쩌다 축구소녀]

영화는 사회의 문화가 투영되는 거울이다

나는 스포츠교육자다. 학생들에게 스포츠에 관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저마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스포츠가 삶에 영감을 불어넣고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스포츠교육자로서 사명감이라고 여기며 생활한다. 스스로도 스포츠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읽기, 쓰기, 보기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 이 중에서 가장 몰입도가 높은 당연 “보기”다. 본다는 것을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으로 정의 내린다면 가장 접근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당연 넷플릭스와 유튜브다. 유튜브의 경우에는 스토리와 감동이 넷플릭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약하여 넷플릭스에서의 스포츠 관련 영상을 즐겨 본다.

그중 한 가지 제목이 눈에 띄었다. 바로 [어쩌다 축구소녀(원제 : Back of the Net)]이다. 호기심에 플레이 버튼을 눌러 버렸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축구는 남자 또는 군대로 연관 짓는다. 축구와 소녀는 뭔가 어색하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남학생들은 눈길이 조차 가지 않지만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여학생들은 왠지 모르게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게 사실이다. 운동장에 고등학교 여학생이 있다는 자체도 흔하지 광경인데, 축구를 한다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도 운동장에서 축구대회를 개최할 적에도 여학생 축구 대회가 진행되면 남학생 축구 대회보다 관람 학생이 무척 많아진다. 신기한 광경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몰라도 여기저기서 낄낄대고 손가락질하며 웃는 남학생들을 흔치 않게 본다. 그들은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웃고 있는 걸까?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 같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다가 이 영화 제목에 확 끌렸던 것 같다.

영화 [어쩌다 축구소녀]

이 영화의 장르는 축구를 소재로 한 청소년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과 결론이 “뻔”하디 “뻔”하다. 과학자가 꿈인 주인공 코리는 홀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해롤드 해양 과학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도착했지만 버스를 잘못 타서 해롤드 축구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된다. 붙임성 좋은 룸메이트들을 만나서 원치 않았던 이곳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그 과정에 축구 영재인 올리버란 남학생과의 살짝꿍~러브스토리도 진행된다. 이때쯤이면 당연히 악역도 나타나야만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법. 바로 여자축구의 신계로 불리는 상위 클래스팀의 에이스 에디가 그 역할을 담당했는데, 에디는 어릴 적부터 올리버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로 그들의 관계를 질투하게 되면서 이래저래 코리를 괴롭힌다. 하지만 알고 보면 에디로 외로움에 친구를 코리를 뺏길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 한편, 축구 아카데미에는 #WOTB란 연습팀이 존재한다. 당연히 하위 클래스로서 축구 실력은 낮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높은 친구들이 모여 있는 팀이다. 당연히 코리를 비롯해 룸메이트들은 이곳에 소속되어 축구 연습을 이어가는데, 뜻밖의 대회가 개최되면서 코리는 이들 팀에게 동기부여를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코리는 공의 회전과 그에 따른 궤적의 변화를 설명하는 물리학적 개념인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하는 등 생각하는 축구를 통해 팀의 실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이와 동시에 룸메이트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팀에 기여하도록 용기를 북돋였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예술가인 자넷사는 긍정적인 생각을, 패션에 관심이 많은 골키퍼 아델르는 팀의 유니폼 제작을, 정리의 귀재 샬롯은 팀 감독의 지저분한 팀원들의 개인 기록 정리를 맡아서 팀빌딩에 앞장선다. 예상대로 연습팀은 승승장구하며 결승전에 오르고 에디가 속한 상위 팀과의 한판 대결을 펼치는데, 너무나 뻔하게 연습팀이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게 된다.



이 정도가 영화 [어쩌다 축구소녀]의 줄거리다. 이 같이 식상한 스토리로 꾸며진 이 영화가 스포츠교육자인 나로서는 특별한 의미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여자 축구에 관한 영화 또는 책 등에서는 우선, 사회적 비주류에 속한 여자 축구의 실상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여자가 축구하는 것이 웬 말이냐” 식이다. 영화와 책 등이 문화활동이고 문화란 생활양식이나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이 같은 관점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우리와 같은 관점이 전혀 없다. 다른 말로 호주와 같은 사회에서는 여자가 축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기에 “여자가 축구를 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현재에는. 하지만 서구에서도 우리와 같은 편견이 존재했었다.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당시 20살이었던 캐스린 스위처가 남자로 위장하여 출전하다가 주최 측에 의해 제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4시간 20분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등의 사회적으로 여성이 차별받던 시절이 있었고 이와 같은 저항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짐으로써 현재와 같은 문화가 정착되었을 것이다. 그 당시 여성의 스포츠 참여를 “허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이 자체가 차별적인 발언에 포함될 것이다. 스포츠는 누구나 성별, 능력 등에 의해 참여가 제한되면 안 되기에.


1967년 보스턴 마라톤 당시 스위처의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선수뿐만 아니라 주최측에서도 그녀를 잡고 있다.


2020년에 우리는 아직도 이 같은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실례로 여학생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특정 종목만을 강요당했다고 고백한다. 즉,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라는 식의 이분법적으로 참여 기회의 제약으로 인해 축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신체활동 참여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일 수 있고 누군가가 얘기했듯 유전적인 특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여성들의 신체활동 감소 추세는 사회적 인식의 문제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조신해야 한다”, “여자는 우아하고 행동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식의 구시대적인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여성들은 영유아기를 지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장에서 뛰어 놀기가 주저하도록 한다.




스포츠는 차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본인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향유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 같은 시각에서 봤을 때 영화[어쩌다 축구소녀]는 단순한 청소년 성장 드라마로서 뻔한 스토리와 결론에 이르는 평범한 영화가 아닌 그 사회의 문화가 투영되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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