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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May 10. 2022

원 없이 달려보는 경험

태그 럭비 수업의 의미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기분까지 설레게 하는 바람까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꽃향기는 덤으로.

그런데 이때 체육수업은 쉽지 않다. 뜨거운 햇빛과 그로 인해 그을러 지는 피부, 땀으로 범벅되는 모자는 체육교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아이들도 점점 쳐지기 시작한다. 얼마 전만 해도 춥다던 아이들이 돌변하여 너무 덥다고 난리다. 어쩌면 날씨보다 아이들의 불평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최근에 아이들이 즐겁단다. 현재 태그 럭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재밌단다. 특히 여학생들이. 덥지만 공을 들고 힘차게 달려보니 스트레스가 풀린단다. 생각해보니까 이들은 단 한 번도 공을 갖고 달려본 경험이 없다. 그런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농구도 까다로운 규칙 덕분에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고,  축구도 발로 컨트롤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근데, 럭비는 공을 갖고 상대방의 태클을 피하면 그뿐이다. 수비를 요리조리 피해 결승선을 통과하는 100m 달리기 선수처럼 트라이를 찍으면 그뿐이다. 이 얼마나 원초적인 스포츠인가. 학교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태클 대신 허리춤에 달린 태그를 떼면 태클로 인정하지만 언젠가 진짜 럭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아이들이 재밌다고 하니까 심판을 보며 함께 달리는 나도 즐겁다. 조금 더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럼으로써 본인이 살아 있음을 신체적으로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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