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_아무도 없는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이다. 이곳 고등학교는 시험이 나흘동안 이어지고 매일 정오에 그날 시험이 끝난다. 점심 급식이 나와서 끝나고 학교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도서관에 오기를 살짝 기대했는데 모두 집이나 학원으로 가버렸나 보다. 요즘 고등학교는 수업하는 교실 외에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도 일과 외의 시간을 더 머무르고 싶은 장소는 아닌 걸까.
그래서 학교도서관은 나흘 동안 고요하다. 학생은 아무도 오지 않고 간혹 선생님이 어쩌다 들르는 정도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이 시간이 좋았다가 점점 쓸쓸함이 감돈다. 원래도 사람이 북적이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고요를 넘어 공간을 꽉 채운 적막에 어쩐지 울적해지려 한다. 첫날은 평소처럼 에어컨도 켜고 불도 환히 밝혔다가 다음 날은 불을 1/3 정도만 켜고 에어컨도 환기 정도만 시켰다. 낮은 어둠이 스미자 갑자기 내가 어느 잊힌 도서관을 기약 없이 지키고 앉아 있는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버린 것만 같다. 일부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할 일을 찾아 나선다.
셋째 날 오후. 정적을 깨는 시끌벅적한 소음이 바깥에서 들려온다. 그때 도서관 문을 밀고 들어온 한 선생님이 퇴직한 여선생님들이 학교 여기저기 둘러보는 중이라며 양해를 구한다. 이내 둘러보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도서관 바깥의 응접 테이블에 다들 둘러앉아 본격적으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신다.
도서관 이용자는 아니라도 이 적막을 깨준 반가운 소음에 마음이 놓이려는 찰나, 다른 분이 도서관 유리문을 밀고 들어온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교감선생님이다. 시험기간이라 오는 학생들도 없는데 일찍 퇴근 못하냐며 짐짓 안타까운 듯 말을 건네신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교감선생님은 넓은 도서관을 휙 돌아보며 학생들도 없는데 불은 꺼도 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도서관을 나가신다.
교감선생님은 떠났는데 그의 마지막 말은 자꾸 내 맘에서 맴돌고 있다. 나 역시 이용자 없는 공간을 쓸데없이 밝혀둔 불이 된 기분이다. 벌떡 일어나 내 자리를 밝힌 조명만 남기고 모든 불을 '딸깍 딸깍' 끈다. 적막 속의 '딸깍' 소리가 내 속의 어떤 열정까지도 꺼버릴까 괜히 서가 사이를 분주히 왔다 갔다 한다. 이 학교도서관의 초단시간 기간제 사서로서, 조명보다는 나은 쓰임새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연재가 하루 늦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