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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현 Jan 01. 2021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어재의 반성)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하는데

울 수가 없다.

누가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누가 들으면 안될 것 같아서

울 수가 없다.


울고 싶은 일이 생길 때는

울기 보다는

그것과 싸워 이기라고 배웠다.

그렇게 배운 방식대로

치열하게 싸웠고

의기양양하게 승리하는 일도 많았다.

물론 종종 패배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전투력이 배가되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다르다.

예전엔 젊은 패기도 있고 생짜 오기라도 부렸는데,

내가 약해졌는지

세상이 드세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버티다가

이대로 버티다간

허리가 뒤로 꺾여 버릴 것만 같다.


무섭다.

무방비 상태로

빰을 때리고 조인트를 걷어차는

깡패같은 세상이 너무 무섭다.

엉엉 울어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어서

하다못해 동정의 손길이라도 느끼고 싶은데

모른척 하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외면하는 건지

모두 등 뒤에 꽁꽁 숨어있다.


알지 못하는 거겠지?
내가 바람막이가 되어줄 줄 알고

또 그렇게 바람막이로 살아왔기 때문에

예전처럼 멋있게 버티고 있는 줄로 알고 있겠지?

그런 거겠지?


어쩌겠는가?

살던대로 살아야지!

안간힘으로

계속 버티며 살아야지!

여태 해왔던대로

멋있는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면서.


울고 싶지만

누가 들어줄 사람도 없고

누가 들으면 안될 것 같아서

울 수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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