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재의 반성
이상하다.
예술 작품을 보면
사지도 않을 거면서
그것의 가격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가격을 알고 나면
놀라움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아니 놀라움이 아니라,
혹시 터무니없는 가격에 대한 일종의 어이없음이 아닐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가격이 비쌀수록
작품이 더 멋져 보인다는 점이다.
무슨 어린아이 낙서 같은 작품도
일단 가격이 높으면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하는
뭔가 숭고한 의미가 숨겨져 있을 거라 느껴진다.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비싼 작품일수록
그 앞에 서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 보면.
비싼 작품일수록
그 앞에서 열심히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이
많은 거 보면.
설명 듣고 그 숭고한 의미를 잘 알아 들었는지
아니면 그냥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깊이 보면 볼수록, 많이 알면 알수록
이 세상에 멋져 보이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내가 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이 있다.
희소가치도 높고,
엄청난 숭고한 의미도 담겨있어
그것은 돈으로도 환산 불가한 예술작품이다.
그것은
내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아빠 생일 선물이라고
A4용지에 크레파스로 그려준
삐뚤빼뚤 아빠 얼굴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