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낼 시간이 일 년도 안 남은 파주의 집으로 기타 동호회 사람들과 아이들을 초대했다.
부끄럼 많아 보였던 아이들의 낯가림은 금세 사라지고,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가 집 구석구석 찼다.
아이들이 던지는 볼풀장의 공으로 전신 세례를 받으며 이들의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구나 라고 신음하게 된다.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이 떠나기 전 아쉬워 모두 앉혀놓고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나온 사진 한 장.
수년 전 성남에서 근무하던 시절 활동했던 여러 동호회 중 하나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신림까지 배우러 갔던 기타 동호회였다.
동호회 활동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동호회에서 잘 맞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인데, 복이 많은 나는 온화한 사람들을 아홉 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나 포함 열명은 기타는 한두 시간 치고는 기타 케이스를 둘러메고 신림 여기저기로 몰려다니며 밤새 술을 먹고 떠들어댔다.
그것도 모자라 가끔은 근교로 놀러 가서도 놀았고,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누군가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결혼하고 태어난 아기들이랑 만나면 참 재미있겠다.
미혼의 친구들이 모이면 으레 나오는 멘트였지만, 그것은 이 사진으로 현실이 되었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쁜 아이들 좀 보세요 가 목적인 이 사진이 사실은 굉장한 노력과 시간의 총합으로 태어날 수 있음을 이제는 조금 알게 된다.
모임에서 서로 소원해지거나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각자 짝을 만나 별 탈 없이 결혼하고 아이들이 태어나야 하고, 아이들을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보살펴 키워야 가능하기에 이 사진은 그저 순간의 이미지를 간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진이 완성되기 위해서 필요한 잉크의 색상 수만큼이나 다양한 시간과 노력과 기쁨과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토대로 이 사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진들 역시 현실 모습을 담는 것 이상의 값진 가치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 엄마가 왜 가끔씩 사진 앨범을 꺼내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 한 장을 눈으로 어루만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왜 어르신들이 지내는 방의 여백 곳곳에 사진들이 나풀나풀 꽂혀 있게 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