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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호 Mar 24. 2024

청춘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


만약 내가 스물몇 살 무렵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느 아저씨 작가가 지나간 청춘을 ‘문학’을 빌어 그리워하는 내용이구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얼마 전 바뀐 국가의 나이 정책으로 정확한 나이가 얼마인지 가물가물한 나이가 됐다. 나는 만약 정확한 나이가 알고 싶으면 아내에게 당신의 나이를 묻고 거기에 다섯 살을 더하는 것으로 나이 셈을 갈음한다.

그래.

이제 이 책의 저자인 김연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윤곽을 조금은 알 게 됐다.


늙음의 신은 공평하셔서 ‘청춘’이라 이름 짓는 시절은 누구에게나 단 한번 주어진다.

재밌게도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시간을 청춘이라 이름 붙이기 쉽지 않다.

청춘의 여집합에 있는 사람이어야 그것이 얼마나 설레고 빛나는 것인지 넋을 잃고 바라본다.

모든 것이 충만할 것 같지만 사실 청춘은 돈과 같은 물질이나 삶에 대한 요령, 예고 없이 찾아오는 수많은 감정에 대한 기반지식, 아직 쌓이지 못한 경험처럼 결핍이 가득하다.

그런 결핍과 여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들이 시절을 아름답게 만든다.


작가가 인용한 ‘문장’들은 대부분 청춘에 대한 예찬과 아쉬움이 대부분을 이룬다.

후세에 글이 이어질 정도의 문학대가들은 이미 청춘을 관찰하는 세대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대가들도 어찌 못할 청춘의 일회성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얼마 전 구독을 시작한 김영하 작가님의 글에서 인류는 삶의 일회성에 대해 종교로 답을 찾기도 했고, 자식을 낳는 자기 복제로 답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

김영하 작가님 본인은 그 두 가지 범주와 무관한 분이므로 자신만의 답을 매주 알려주시는데, 그건 저작권 문제로 여기에 쓰진 않겠다.

(매주 화요일 그 아름다운 답들이 날아온다. 구독 초대권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알려주세요.)


이 책을 읽고 내가 내린 답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느끼는 그 시간마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삶의 부분이라는 것이다.

시인 두보가 노래했다. 꽃잎 하나가 져도 봄빛은 깎인다.

그러니 한탄만 할 시간이 아니다.

마침 꽃들이 세상 사방에 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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