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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호 Jun 16. 2024

영화로 심리상담을 받다.

인사이드아웃 2.

인사이드 아웃 2라는 심리상담을 마치고.


이직을 하고 피교육자로 지낸 지 3개월이 됐다.

이직을 준비했던 기간이 쉽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지금도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기분이다.

마음 한편이 쉬지 않고 돌고 있는 상태.

나를 좀먹는 그 회전을 멈추고 싶지만, 동시에 더 빠르게 돌리고도 싶은 마음이 번갈아 피어났다.

 

그러다 영화를 통해 내 상태에 대한 적확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제목은 인사이드 아웃 2.

힘든 상황을 겪는 주인공 라일리의 내적 갈등을 통해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더 잘하고 싶고,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앞서 나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과 나와의 간격에 대한 조급함.

능력과 노력과는 별개로 잘 못하거나, 실수할 것이라는 상상과 불안.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더욱 옥죄는 원시적 해결 방안.

그 해결방안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가벼이 여기는 오판까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자아마저 바뀌는 라일리의 모습은 곧 나였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본인에 대한 긍정적 자아를 되찾는 것처럼 보였으나,

하지만 결국 라일리를 구원한 해결책은


나는 기쁠 수도, 슬플 수도,

화가 날 수도, 민감할 수도,

걱정이 많을 수도, 불안할 수도,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도, 당황할 수도,

게으를 수도 있고 그 모든 게 본인의 참모습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모든 감정이 나를 응원하고 있으며, 내게 필요한 감정임을 인정하는 것.

그 결과 왜곡되었던 상황이 본래 언제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시간, 항공기를 조종하며 순수한 기쁨을 느꼈던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강과 롯데타워의 밤 불빛 사이 착륙 경로.

초가을 강원도 붉은 계곡사이를 통과하고.

알래스카의 설원 위를 낮게 깔며 날고.

바다와 정글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을 멀리 지켜보고.

해돋이와 노을로 시간의 시작과 끝을 목격하고 경이에 차는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에 함께 했던 소중한 사람들.


칵핏에 앉아 배터리를 켜며 외우는 절차가 고통이 아니라 삶에 뿌려진 기쁨을 찾아내고,

삶이 내게 선사한 선물을 찾는 일임을 되새긴다.

라일리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리며.

거울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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