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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호 Nov 07. 2023

푸른 불꽃이 넘실대는 음악 영화.

열혈 재즈음악 영화, 블루 자이언트

오랜만에 음악에 풍덩 빠진 시간을 소개한다.


음악에서 실력 측면을 제외하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나는 단연 행운아였다.


10대 시절 집에서 가까운 시골 동네 교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드럼을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실한 신자에다 찬송가 피아노 반주도 봉사했기에 얻을 수 있는 특혜였다.


깊은 밤 조용한 교회에 들어가 형광등을 켜면 평소보다 차가운 백색 빛들이 교회에 가득 찼다.


드럼스틱으로 스네어 드럼과 오른발로 베이스 드럼을 치면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울림이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내 기본 비트 연습을 하면서 크게 느껴졌던 소리는 점차 적응이 되고 고막은 안정된다.


여러 비트와 필 인(fill in)을 연습하다 보면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은 야매 드럼 특성상 템포는 점점 빨라지고 심장도 요동치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드럼과 나 사이의 안 보이는 벽이 허물어지고 드럼을 마음껏 어루만지고 갈기는 순간이 찾아온다.


무아지경으로 드럼을 두드리다 심호흡을 하며 쿨 다운을 하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교회 입구 문 앞엔 사모님이 서계셨다.


매우 졸리신 눈으로 “대호야, 앞 집에서 너무 시끄럽댜~ 그만 정리혀”라고 내게 훈계 반 타이름 반으로 외치셨다.


그러면 주섬주섬 드럼 스틱을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어려서 그런지 이 같은 경험이 엄청난 행운이자 멋진 순간임을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늘 영화 ‘블루 자이언트’에 마주하며 오랜만에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최적화된 음향을 추구한다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영화관에서 감상해서 그런지 재즈 비트와 선율이 감각기관에 그대로 돌진했다.


스크린에는 청각을 잃은 사람이 보아도 음악의 반 정도는 느낄 정도의 영상미로 재즈 음악의 갖가지 면모를 화려하게 표현했다.


원작 열혈 음악만화 특유의 세계 최고의 재즈 뮤지션이 될 거라는 그늘 없는 주인공의 포부와 최선을 다하면 안 될 일이 없는 식의 연금술사 적 플롯도 기가 막힌 음악을 버무리니 내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영화에서 말하길 주인공과 같은 재즈계의 젊은 신성을 푸른 거인 즉 블루 자이언트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거 교회에서 드럼과 혼연일체가 되었던 나는 푸른 불꽃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살아있는 재즈를 들을 수 있던 대학로 천년동안도, 이태원 올 댓 재즈, 가로수길 크레이지호스에서 뮤지션들의 솔로에 환호성과 박수가 절로 나온 적이 있거나,


영화 위플래쉬 마지막 대단원에서 주인공과 플레쳐 교수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음악의 경이로움을 공유하던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거나,


영화 라라랜드의 오프닝 롱테이크 원샷 고속도로 뮤지컬 장면부터 너무 황홀해서 자신의 신체가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와 함께 한 시간을 포함 위에 서술한 모든 순간에 내 푸른 불꽃이 잠시 살아났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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