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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Apr 03. 2024

공항철도에서 친해진 외국인과 서울여행하기

외국인 시선으로 본 한국여행

나는 이번에 공항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전 직장 3개월 다니고 4개월 만에 다시 구한 직장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승무원'이 꿈이었고 나중에 가서는 승무원도 하고 싶었지만 경쟁률이 센 걸 알아서 지상직 일을 더 하고 싶었다.


현재 지상직 업무는 아니더라도 나름 공항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고 첫 직장에서 일한 업무와 같아서 서울지사가 아닌 공항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케줄 근무는 꽤 만족도가 높아서 여행도 갔다 올 수 있고 평일에 편히 쉴 수도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도 공항 특성상 정말 많은 각국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다 보니 일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만나면서 느낀 거지만 한국이 관광국가가 아닌데도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걸 보고 괜히 인천공항이 아닌가 싶었다.


경복궁만 가도 중국, 일본인들밖에 안 보였는데 이제는 서양인, 아랍인 등등 정말 다양해서 코로나 이후로 K문화에 대해서 실감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어김없이 데이근무가 끝나고 공항철도를 탔다. 공항이어서 서울보다는 지옥철 덜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다.


공항도 스케줄 근무가 아닌 항공사 사무직이나 다른 여행사 등등 회사들도 꽤 있어서 그런 회사들도 9시-6시까지 일하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6시에 끝나면 여행객+직장인들의 콤비로 지하철 줄이 엄청 길다. 그리고 나는 타면 무조건 지하철 칸과 칸 사이에 연결된 구석진 곳으로 항상 들어가서 서있는다. 어차피 앉는다는 건 2터미널에서나 앉을 수 있지 1터미널에서 앉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나는 많은 여행객들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근하고 집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외국인이 나를 갑자기 부르더니 나보고 이게 서울까지 가는 게 맞냐고 그리고 여기서 이 버스로 환승하면 되냐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물어봤다.


보니까 'Seoul station'이라고 되어있고 서울역 가는 게 맞고 이 버스로 서울역에서 환승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옆에 귀여운 초등학교애랑 같이 온거보니까 가족끼리 온 것 같아 보였다. 내가 호기심이 생겨서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물어봤고 캐나다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옆에 초등학생처럼 생긴 애가 자기 동생이라고 했다. 누나동생으로 여행을 같이 왔고 일본을 먼저 들렸다가 한국이 가까워서 한국도 같이 왔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나중에 캐나다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캐나다 너무 가고 싶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즐거운 여행 되라고 하면서 대화를 종료하고 책을 읽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일하는 곳에서 외국인한테 소정의 선물을 주기도 하는데 마침 딱 그 선물이 내 가방에 있었고 그걸 주면서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근데 얘기하다 보니 생각보다 대화코드가 잘 맞아서 친해졌고 나는 외국인들한테 무료로 관광 가이드 해주는 걸 좋아해서 혹시 시간 되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내가 무료로 관광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캐나다 친구가 내 인스타그램을 물어봤고 집에 와서도 메시지를 이어나갔다.


내가 오프였으면 좋겠지만, 이 캐나다 친구들이 있을 동안 데이근무여서 6시에 끝났다. 근데 오히려 이브닝 근무였으면 못 만났을 텐데 이 친구들을 만난 그다음 날은 컨퍼런스 때문에 어차피 강남에 갔었고 그다음 날도 데이근무여서 6시에 끝나고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다음날 컨퍼런스 갔을 때, 삼성역에서 진행되었고 4시 좀 넘어서 끝났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많이 남았다. 친구들이 광화문 근처 호텔에 묵어서 삼성역에서 광화문 근처까지 갔다. 만나긴 했으나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다가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가는 지역이라 사실 현지인들이 가는 지역을 소개해주고 싶었지만 오후이기도 하고 종로로 가려면 시간도 좀 걸려서 그냥 명동으로 갔다.

거기서 환율을 잘 쳐주는 환전소로 가서 환전을 하고 명동을 돌아보았다. 명동은 이제 내가 일했을 때는 아무도 안 오더니 2024년이 되어서야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2020년에 명동에서 일했을 때, 정말 직장인 말고는 외국인이 한 명도 안 보여서 앞으로 계속 망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코로나 끝나자마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었다.


오히려 중국인보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와서 놀랐다. 특히 이 친구는 한국의 스킨케어제품을 사고 싶다고 얘기했고 바로 올리브영으로 향했다.

외국인 친구가 온다면 올리브영을 가는 게 좋은 게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보고 테스트할 수 있어서 올리브영에 가는 게 제일 베스트인 것 같다. 친구는 보더니 아이크림, 마스크팩, 수분크림 등등 스킨케어 제품을 사서 가족, 친구한테 줄려고 샀다고 했다. 내가 쓰고 있는 것들과 나름 유명한 브랜드를 몇 개 알려주고 직접 써보고 괜찮은걸 사보라고 제시해 줬는데 잘 산 것 같다고 만족하고 갔다.

그리고 명동에는 야시장이 많이 즐비해있는데 한국인들은 안 사 먹는 것들을 외국인들이 사서 먹고 있었다. 한국인들이 안 사는 이유는 애초에 여기 올 일도 많이 없지만 무엇보다 너무 비싸다. 외국인 친구들한테 여기가 너무 비싸다고 얘기했지만 명동 치즈구이를 보고 동생이 너무 먹고 싶다고 하여 하나 샀다. 하나에 무려 5000원이나 했지만 그래도 먹고 나서 맛있다고 좋아했다.

다른 먹을 거 가게들이나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들을 쭉 둘러보고 배고파서 삼겹살집으로 왔다. 네이버로 쭉 찾아봤는데 여기가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이쪽으로 왔다. 비록 쌈은 없었어도 깻잎이나 야채 무침이 있어서 괜찮았다. 된장찌개랑 삼겹살 2인분을 시켰는데 부족해서 2인분 정도를 더 주문해서 먹고 나서야 배불렀다. 어떻게 먹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한국의 전통음식들,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들을 설명해 주면서 먹으니 친구랑 동생은 매우 좋아했다. 이렇게 먹고 더 구경하고 싶었으나 시간도 그렇고 친구들도 지쳐서 그냥 다음날을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날은 오후 6시에 끝나자마자 어디서 만날까 했다가 그나마 중간지점이 홍대여서 홍대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 친구들이 강남스타일 동상을 꼭 보러 가야 한다고 해서 그전에 밥을 먹고 강남스타일 동상을 보러 갔다.


처음에는 막걸리랑 파전, 기타 한국 전통음식들을 팔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애를 썼지만, 이미 불금이라 웨이팅이 대부분 필수였다. 안 먹어봤다는 닭갈비 집으로 향했다. 체인점을 안 가려고 했으나, 이미 너무 많은 웨이팅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체인점으로 향했다. 확실히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사장님은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장사는 잘되기 때문에...


그래도 맛있게 닭갈비를 먹고 시간관계상 스티커 사진만 찍고 나중을 기약했다.

이미 셋이서 찍기 전부터 둘이서 스티커사진을 찍었어서 다들 잘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서 캐나다에서 꼭 보자고 약속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내가 공항철도에서 친해진 외국인친구에게 서울 가이드를 시켜줬다고 말하자, 다들 하는 말이 같았다.


"너 진짜 찐 E다, 너무 신기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 같으면 절대 못할 듯..."


나는 현재 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취득에 관심이 있어 예전부터 외국인 친구들이 오면 같이 서울, 부산여행을 했는데 경복궁, 창덕궁을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나의 역사지식이었다. 설명해 주는 것도 좋고 여행이 재밌다. 그리고 돌아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한국에 볼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캐나다 친구가 말하기를 일본을 갔다가 한국을 왔는데 일본과 비교했을 때, 음식 종류가 되게 많다고 하였다. 내가 일본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일본보다는 많을 것 같았다. 정말 2-3일 만에 한국음식을 다 먹어보지도 못하고 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 종류가 많아서 오랫동안 있으면 하나씩 전통음식을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공항에서 일을 하는 것과 동시에 관광에도 관심이 많아져서 여러 가지 관련 자격증을 따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여행을 좋아하긴 했지만 한국에 사는 동안만큼은 새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처음 온 그 설렘을 같이 느껴보고 싶어서 관광통역안내사를 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mbti가 E여서 그런지 정말 외국인관광객과 얘기하는 게 재미있었고 또 그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서 연락을 계속하는 것까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만나지도 못했을 친구 들이였을 텐데 우연히 친구를 사귀고 너무나도 재밌게 서울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름 외국인 친구들이 올 때마다 경복궁을 가거나 명동을 가는데도 매번 가는 게 아니다 보니 나도 새로움을 느끼곤 한다.


언젠가 또 공항철도에서 외국인들과 친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퇴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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