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도슨트 임리나 May 27. 2024

쉰 넘어 '연극판'에 뛰어들다-영화<투씨>

http://aladin.kr/p/AyOE1


"제 이름은 철수 친구 '영희'입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연극 배우'라고 소개한 덕에 '연극하는 김영희씨'라고 나는 이름과 하고 있는 일까지 명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글쓰기 강의 첫번째 수업애서의 자기 소개 시간이었고, 두 번째 시간에 김영희씨는 같이 연극하는 지인과 함께 오겠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함께 온 윤현정씨가 연극하는 분들이 함께 공저책을 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내친 김에 나는 두 분에게 다음 시간에는 연극을 한 번 보여달라 했고,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나는 그 분들의 무대를 위해 강의 장소를 강당으로 옮겨 달라고 담당 팀장님에게 부탁했다.


나는 '글쓰기 수업'이라고 해서 글쓰기에만 국한해서는 발전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도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전시 등 다양한 예술을 함께 소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강생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 

글쓰기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이렇게 그 분들의 무대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 분들이 쓴 책도 주문했다.

이렇게 만난 책이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밌습니다'였다.


다들 오십이 넘어 연극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연극은 그냥 우연히 만나게 아니라 '운명'내지는 '운명의 장난'처럼 만났다고 했다.

연극을 하면서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 함께 연기하는 동료들과의 마찰, 무엇보다 스스로 믿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에 방황하고 고민하고 좌절하다 결국에는 다들 무대에 섰고, 해냈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나는 '글쓰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달았다.


'연극'은 '현장'이 전부인 예술이다. 

항상 무대에 올려진 현재만이 있을 뿐이다. 

간혹 녹화한 연극을 볼 때가 있지만 왠지 현장에서 보는 맛이 안난다. 집중도도 떨어지고 끝까지 보기가 힘들다.

배우들은 어떨까. 연극 무대에 올랐던 그 시간은 과연 배우들에겐 무엇일까?

관객의 입장에서는 '싱연 시간'으로 그 시간 동안 앉아서 관람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어떤 시간이었을까? 노동이었을까? 과연 그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배우는 무대에 등장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오고 빠지기 위해 무대 뒤에서 얼마나 긴장하고 있을까? 커튼콜할 때 관객석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연극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울고 있을까, 웃고 있을까.


박신양의 전시회가 떠오른다.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제4의 벽"을 이야기하던 박신양. 그 벽 뒤에서 참으로 치열하고 힘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기록이 이렇게 책으로 나왔으니 연기가 끝나고 '무'가 된 것만 같은 그 순간이 오롯이 남아서 또 이렇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으로 나와서 히트한 '투씨'가 생각났다. 

'투씨'에서 나온 대사 중에 인상 깊은 대사가 있어서 다시 찾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기억한 대사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내 연극을 보러 와 준 단 한 명을 위해 연기하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영화를 다시 보니 다소 달라서 내 기억의 왜곡에 놀랐지만,

더 놀라운 건 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여성의 사회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꼬집어 말하고 있다는 거다.


<투씨>란 뜻부터 그렇다. 여자를 가볍게 희롱하듯 '예쁜이'라고 부르는 말이라는데 영화 중에 스탭이 '투씨'라고 부르자 주인공(더스틴 호프만의 여장을 한)이 내 이름은 '도로시'라며 꼭 이름을 부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이 여장을 하고 연기에 도전한 이유는 도저히 배역을 따지 못하고 굶어 죽게 생겨서였다.

한 편으로는 여성의 지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면, 한 편으로는 연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https://youtu.be/0qSM947wv-M?si=WOjIZ3vTZvAaNgtI

그때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이 영화에 '앤디 워홀'이 특별 출연하고 있다.


영화 <투씨>에서 그저 젊은 아가씨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처럼 오십이 넘어 배우 000라는 자신의 이름을 갖고 연기하고 글을 쓴 <<우리는 중년의 삶이 재미있습니다>>의 저자 분들, 배우이자 저자로 앞날을 응원합니다. 

책 잘 읽었습니다. 

https://youtu.be/bjv3vrB6BqM?si=2-LoY1wANfs5aZJC

연극 <강여사의 선택> 중에서 


아래는 책 소개 기사

https://ch.yes24.com/Article/View/43921


이전 20화 [북토크]에 가보신 적 있나요? <<어슬렁 오고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