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도서관 사서입니다.

by 강상도


사진.2(2).JPG

2012년 7월 학교도서관에서의 행복한 도서관 초보 분투기가 시작되었죠

집에서 30분 거리를 숨 가쁘게 출근하여 학교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벌써 도서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왜 이렇게 늦게 오세요?

이렇게 문을 열고나면 아이들은 달리기 경주를 하듯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책, 동화책을 들고 읽거나 대출을 하였다. 아침에는 아이들 때문에 30분 정도가 어떻게 흘려갔는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1교시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보던 책을 책상에 놓고 사라져 버렸고 이 일상은 반복하다 보니 방책이 필요했었다.

2교시가 끝나면 도서도우미 어머니가 오신다. 책 정리하고 나면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은 평상시 도서관 일과로 여겨질 정도로 자연스럽다.

또 다른 문제는 도서관이 4층에 위치하다 보니 아이들이 교실에서 올 수 있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도서관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아이들은 나에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사서 선생님, 우리 도서관은 왜 이렇게 멀리 있어요”, “올라오기가 너무 힘들어요”

도서관은 나를 위한 변화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책 읽는 환경적 변화가 있어야 하기에 하나하나 행복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도서관 이용교육이다.

도서관 이용교육은 학기초에 전교생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학년부장 선생님과의 협조를 구해 학년별 도서관 이용교육 계획을 구체적 실행에 옮겼다. 저학년은 도서관 기본예절과 도서관 이용규칙 알리기, 고학년은 도서관 규정과 십진분류법, 청구기호, 독서의 중요성 등의 교육으로 진행하였다.

초등학교에서 도서관 이용교육은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이용교육을 잘 받으며 중~대학, 사회에 나가서도 자연스럽게 자료 찾기, 정보 습득 등 쉽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교육을 통해 반응과 효과가 좋았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저에게 다가와 인사하고 책을 대출하고 나서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등 예의 있는 태도를 보였다. 사서 선생님 “재미있는 책 추천해 주세요”, “프래니 있나요”, “식물도감 책 찾아주세요” 등 귀찮을 정도로 나에게 질문과 책 찾기 등 궁금증이 쏟아졌다.

그중 1학년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이용하는 횟수가 제법 많아졌다. 오는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는데 처음에는 반응들이 시큰둥했으나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책을 읽어 달라고 하소연할 정도다. 그 순간 기분이 좋았다.

두 번째로 도서도우미 어머니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도서도우미로 봉사하는 어머니가 처음에 42명이었는데 차츰 신청자가 많아져 80명이 봉사 활동할 정도로 급식이나 녹색어머니보다 인기가 좋았다. 오전, 오후에 두 명씩 조를 이루어 하루 3시간 봉사하고 있으며 대출과 반납, 책 정리, 훼손도서 보수, 청소, 행사보조 등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학부모이다. 남자 사서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고 나도 어머니에 대해 부담이 있으니 서먹서먹한 관계가 지속되었다.

그런 변화의 시작은 작은 배려로 시작하였다. 아침에 오면 먼저 인사드리고 안부도 물어보고 자녀에게 맞은 학년별 추천도서도 권하고 독서상담도 하고 나니 어머니들의 반응이 달라져가고 있었다. 먼저 인사도 하고 “선생님 커피 한 잔 하세요”라는 자연스러운 말들이 점점 친근함으로 바꿨다. 함께 티타임을 하면서 집안의 일, 아이의 학업문제 등 일상적인 대화와 상담을 주고받으니 어색한 부분도 살아졌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을 풀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어머니와 학부모 책모임을 먼저 제안하여 시작했던 것이 벌써 6년이 되어 학교에 커다란 독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방학 때에는 독서교실 프로그램 재능기부 참여하여 도움을 주고 있어 학교도서관은 늘 북적북적해졌다.

세 번째로 책과 놀이가 있는 학교도서관 만들기다.

학교도서관은 4층에 위치하다 보니 교실과의 접근성이 멀어 아침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에 도서관 이용하는 활용도가 떨어졌다.

독서행사나 이벤트성 행사를 추진해 보았지만 그 시기에 올뿐 오히려 나쁜 영향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았다. 행사로 인하여 학생들이 도서관에 오는 것보다는 학생 스스로 참여하고 방문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도서관 실정에 맞게 책과 놀이가 있는 도서관 행사로 꾸며 보았다.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도서명 끝말잇기, 책 속 황금 문장 찾기, 독서퍼즐, 친구에게 책 추천하기, 책 제목으로 피라미드 쌓기, 퍼즐 맞추기, 도서관 추적놀이 등 다양한 책과 놀이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아갔다.

좋은 행사 자료가 있으면 메모해 두었다가 참고하여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런 노력한 부분들이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고 자연스럽게 책 읽는 모습들이 하나둘씩 보여서 보람됨을 느꼈다.

학교도서관은 특히 소수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쉬는 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혼자서 도서관에 오는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아이가 얘기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상처 있는 아이를 보듬고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사서가 되어야 한다. 먼저 말을 걸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며 좋은 해결책도 나온다.

“형식아! 오늘도 혼자 도서관에 왔네!” “무슨 책을 읽고 있니?” “재미있는 책 읽고 있구나!” “선생님이 그림책 하나 읽어줄까?” “<테푸 할아버지의 요술 테이프>라는 그림책이야” 그림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의 고민을 틀어 놓는다.

우리는 그런 부분을 잘 인지하여 고민을 들어주고 정성껏 좋은 말 한마디라도 칭찬하며 격려해야 한다. 책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치료하고 그 해답을 찾아 나서는 것도 사서의 역할이다.

독서치료는 도서관에서 학습하고 연구해야 할 반드시 필요한 사서의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된다.

1년 뒤 학교도서관 풍경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호칭이 바꿨다. 아저씨, 사서 샘, 저기요, 샘, 사서 아저씨이라는 호칭들이 ‘사서 선생님’으로 불릴 때 기분이 좋아지면서 무엇인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히 생겨났다.

도서관과 가까이 있는 4학년 7반 학생들은 매일 쉬는 시간 도서관에 찾아와 자기 스스로 사서 2인 자, 3인자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도서관을 관리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떠 드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뛰 다니는 아이를 살피고 책도 정리해 주니 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 친구들은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어린이 명예사서로 불렸다. 다른 학생들은 그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6학년이 직업탐방에 대한 인터뷰를 나올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해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질문할 때 자세히 설명해주고 나면 행복한 마음이 가득 밀려왔었다,

제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학생 독서동아리 활동이다. 5~6학년 12명으로 구성되어 매주 화요일 한 책을 선정하여 읽고 아이들과 함께 서로의 책 이야기를 풀어보고 토론 주제도 정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등 다양한 시각들로 펼쳐 보였다. 서로 배려하는 모습에서 저 또한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성장하는 과정과 나를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저는 학교도서관 운동가, 사람책 강연 운영위원, 김해 시민기자로 활동하였다. 김해지역의 소박하고 진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우리 동네 소소한 것들을 글로써 전하고 봉사하였다. 나름 행복감을 느낀다.

시민참여정책연구소 산하에 있는 북적북적 마을도서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여 사람책 도서관이라는 독서프로그램도 참여했었다.

‘사람책’은 ‘사람’이 곧 ‘책’이라는 모티브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방식이다. 그 생생한 전달력 때문에 ‘종이책’보다 내면의 울림이 커 진솔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한 채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고 한다. 그만큼 살아온 삶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귀중한 보물이 되며 깊게 파고드는 선한 영향력을 고스란히 채워간다.

마지막으로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알리고 독서 부흥을 위해 저의 생각들을 지역신문에 알리고 학교도서관 운동가로써의 길을 열어가고자 노력 중에 있다.

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서라는 직업이다. 책을 좋아하고 그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도서관은 삶의 향기를 가져다주는 에너지이기에 앞으로 갈 미래에도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또한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사서가 되도록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삶이란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의 굴곡이 많았지만 그런 것들이 얼마나 힘이 되고 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지금에 와서 알게 되었다. 봄이 오는 이 계절에 오늘도 책 한 권으로 마음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소소한 일상을 그려 나아가고 있다. 이 글은 나의 반성이자 또 어려움이 부딪힐 때 들여다볼 수 있는 나침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 가도록 다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6년째 운영 중인 독서동아리의 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