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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도 Apr 17. 2024

한 책 읽기가 온전히 스며질 때까지

학교도서관에서 한 책 읽기는 교과서에서 벗어나 온전히 읽고 표현하는 독서로 성장하는 중요한 책 읽기 과정이다. 학년별로 한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작가와 만남 등의 마무리까지 1년의 독서 농사를 짓는 중요한 독서활동이다. 3월 준비하여 10월에 마무리 짓는 한 책 읽기는 아이들에게 책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보거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는 온전히 빠져보는 간접경험의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선정이다. 학년별 도서선정위원회 선생님을 정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저학년은 쉽게 익히고 술술 책장이 넘어지는 그림책이 좋았다. 그림책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필요했다. 처음 몇몇 그림책을 선별했고 최종적으로 작가의 섭외도 중요했다. 그 과정이 끝나면 작가와의 일정을 조율하고 1, 2학년에 맞는 그림책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교과연계와 메시지, 독후활동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나눔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허정윤 작가를 섭외했고 1학년은 <코딱지 코지의 벚꽃소풍>, 2학년은 <지각>으로 한 책 읽기를 선정했다.      


중학년은 그 어느 때보다 책 읽기가 중요한 시기다. 문학보다 경제, 역사, 사회분야를 도서로 선정하기를 원했다. 요즘 경제의 개념과 관점, 가치가 중요해 연유진 작가의 <오늘 용돈 받는 날>과 <오늘은 용돈 버는 날>로 선정했다. 작가는 경제기자로 활동하면서 경제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엮어 더 와닿은 책이었다.


고학년은 책을 선정하기도 어렵고 작가섭외도 쉽지 않았다. 책을 먼저 선정하고자 하면 작가섭외가 어렵다. 먼저 작가섭외를 했다. 비경쟁 독서토론회에서 인연이 된 김남중작가에게 연락을 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5학년은 <수평선 학교>, 6학년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으로 선정했는데 작가의 경험과 여행에서 비롯된 글의 전개가 좋았다.      

책 선정과 작가의 섭외가 끝났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모든 학년의 책을 윤독할 수 있도록 책을 구입했고 전달했다. 6월 ~ 9월까지 책 읽는 과정과 독후활동을 겸했다.

이 시기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급에서는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여 슬로리딩으로 천천히 몰입하여 읽어가는 독서가 좋다. 읽기가 힘든 아이에게 함께 읽어가는 낭독의 책 읽기 방법도 있다. 그림책의 경우 선생님이 읽어주면 아이들은 집중하면 들을 수 있는 이점도 있어 추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책을 읽어보면서 아이와 어떻게 책과 호흡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그림책을 읽은 후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거나 각자의 캐릭터로 역할극이나 낭독극을 하는 책놀이도 중요한 독서활동 중의 하나다. 1학년은 클레이로 각자의 계절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듯했다.               

중학년은 책을 읽고 용돈 기입장을 만들거나 알뜰 장터, 아나바다를 열어 팔아보는 활동으로 진행했다. 책에서 봤던 것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들은 깊게 스며든다. 고학년은 비경쟁 독서토론과 핫시팅, 테마틱 보드게임 등의 독후활동으로 친구의 생각을 경청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9월에는 작가를 만나기 전 학년별로 질의응답 포스트잇과 우드락을 전달했고 일정과 주의사항을 알려 드렸다. 사인을 받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작가 책을 반드시 구입해 오도록 ‘알림장’에도 안내했다. 10월, 작가와의 만남이 가까워질수록 아이들의 질문에서도 그 설렘이 가득했다. 



“작가님이 남자인 줄 알았어요” “사서 선생님, 사인책 구입했어요” “질문할 것이 너무 많아요”               

허정윤 작가와의 만남은 작가 소개와 책을 쓰게 된 동기, 함께 읽는 그림책, 이어지는 질문의 답변을 자세하고도 눈높이에 맞게 알려 주었다.

“코지는 노란색인데 삼촌은 왜 초록색인가요?” “왜 코딱지를 캐릭터로 만들었나요?”

“작가님, 어디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지각’ 책을 쓰셨습니까?”

“작가님,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이 많은데 왜 굳이 고양이를 선택하셨습니까?”

연유진 작가는 ‘우리는 경제 속에서 살고 있어요’라는 강연 주제로 가치소비와 경제개념을 잘 잡아 주었다. 퀴즈도 풀어 보았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김남중 작가는 “바다는 길이다” “김해에서 서울까지” 강연주제로 작가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책 속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려 나오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함께 한 호흡이 좋았다. 3명의 사인회도 강연도 가을이 짙어지는 계절에 순탄하게 끝맺을 수가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이후 후폭풍이 거셌다. 학교도서관에서 관련 작가의 책을 찾아 대출하는 학생이 늘었고 삼삼오오 모여 작가가 재밌게 이야기했던 부분을 서로 주고받으며 몰입하는 모습에서 나 또한 흐뭇했다. 한 책 읽기 과정은 어려웠으나 그 결과는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도 독서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에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한 책을 읽고 온전히 책으로 스며들기에는 쉽지 않다. 사서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는 독서활동이다.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고 호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독서라는 맛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독서경험의 환경을 만들고 아이들의 한 뼘 자라나는 독서는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온전히 책 읽기의 시작점은 작가를 만나는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책 속의 이야기는 아이들 마음속에도 스며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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