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K - 독자생존> 4부 ‘내 인생의 책 읽기’를 시청했다. 한강 작가는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했다. 이를 듯 독서는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었을까?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가 황석영, 생물학자 최재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헤크먼, 법의학자 유성호, 핀테크 기업 대표 이승건, 방송인 이동우와 김경식, 104세 철학자 김형석을 만나 9명의 인물이 생각하는 독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외로움을 견뎌내기 위해 책에 파묻혀 지냈던 어린 시절을 비롯해, 작품 세계에 영향을 준 작가들, 어린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던 수많은 날들 등 독창적 상상력의 토대가 책이었다. 그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가들은 다름 아닌, SF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 ‘프랭크 허버트’이다. 이 작가들의 작품들은 그의 상상력의 토대이자 그의 방대한 저술을 돕는 풍부한 영양분이 되었다. 그의 “독서는 시 공간을 초월해 가는 여정, 또 하나의 세계다.”
소설가 황석영은 6.25 전쟁 통 피난 행렬에서도, 베트남 전쟁참전 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독서는 정신적인 피난처였다. 특히 베트남 전쟁에서 읽은 『모비딕』, 『악령』 두 권의 책에서 독서경험이 깊은 감동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독서는 자기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했다. 디지털시대에 자기 콘텐츠로 만들어가는 책 읽기는 매우 중요하다. 작가의 독서는 “내면이 아주 단단해져 자기 내면을 극복하는 버팀목이다.”
생태학자 최재천은 독서를 통해 삶의 큰 변화를 겪었다. 노는 걸 좋아하던 소년 최재천이 우연히 접한 한 권의 동아백과사전으로 독서에 빠져들었다. 부모님이 사다 주신 세계단편문학전집에서 ‘모닥불과 개미’라는 솔제니친 단편을 만났던 것. 잊고 지냈지만 유학 시절 세계적인 개미 연구 교수들을 스승으로 만나고서 마치 운명 같은 기이한 인연에 얼마간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인생의 2번째 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며 경험한 특별한 환희로 의문을 풀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끝없는 삶의 질문 속에 결국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독서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제임스 헤크먼은 2024년 현재 세계에서 3번째로 영향력 높은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독서 등 문화 예술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경제학적으로 증명했고, 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빈곤층 자녀를 위한 ‘0-5세 계획’의 토대가 됐다. 그는 세상을 숫자로 해석하는 경제학자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독서 덕분에 공감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고 했다. “독서는 새로운 세상과 아이디어를 만나는 시간이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는 인간의 유연한 마음자세, 직관, 융통성을 통한 법의학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독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그의 인생책 빅터 프랭클이 쓴 나치 강제 수용소 생존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어떤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절망을 이겨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독서는 어떻게 소중하게 살 것인가 직접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핀테크 기업 이승건 대표의 도전에도 책이 함께 했다. 치대를 졸업한 후 안정적인 미래를 눈앞에 두고도 힘든 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수많은 고전을 읽으며 얻은 용기 때문이었다. 『공화주의』, 『로마제국 쇠망사』, 『도덕경』의 책을 읽고 2천 명의 임직원이 함께 하는 토론의 문화, 업무평가 제로, 전사원 동일한 보상 등 독특한 조직문화 역시 독서가 바탕이 되었다. “독서는 생각을 통찰하고 새로운 혁신의 동력이 되었다.”
방송인 이동우와 개그맨 김경식의 독서는 “손을 놓지 않는 길동무”라며 책의 의미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104세의 김형석 철학자는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대답을 독서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인생에서의 독서의 의미는 ‘나를 찾아가는 신나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책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등은 가장 보편적이고 중요한 인간 권리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고 사유해야 한다. 그 속에서 질문하고 해답을 찾는 마음을 끊임없이 삶과 연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