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6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제 2의 삶을 시작하면서 줄이고 있는 것들입니다. 혹은 주변에 퇴직하신 분들을 보면서 느꼈던 것들입니다.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연락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습니다. 먼저 연락을 주는 고마운 사람도 있고, 제가 먼저 생각나 연락하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만남도 몇 번이 지나고 나면 어딘가 불편하고 허무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정이 좋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신분이 비슷했지만, 지금은 천차만별로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각자의 길이 달라 이야깃거리가 주로 옛날 이야기로 제한됩니다. 대화 도중 생기는 정적은 어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허탈함을 느끼게 됩니다. 직장은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할 때입니다.
만남 역시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할 시간입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는 여전히 5년 전, 10년 전의 지위를 내세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어."라는 과거를 과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실 현재에 내세울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소환하며 과시하는 이유는 지금의 모습이 초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도, 하는 사람 자신도 모두 그 초라함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사람들은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현재와 미래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떠났다면, 그 지위도 놓아야 합니다. 이를 놓지 못하면 나만 괴로워집니다. 과거에 집착하면 주변 사람들도 떠나게 됩니다. 현재에 머무르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서로의 연봉이나 경제 수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비슷한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의 연봉이나 재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야기 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추측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연봉이나 재산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공적인 이직이나 사업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어떤 분들은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같은 환경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차이는 퇴직 후에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누군가를 만나 재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에 관한 이야기는 이런 차이를 더 부각시키게 됩니다. 돈이 적으면 무시를 당하고, 많으면 시기와 질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돈이 적을 경우 불쌍하게 여겨지거나, 많을 경우 앞으로 밥을 사야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돈 이야기는 사기꾼을 끌어들일 위험도 있습니다. 결국, 돈 이야기는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득이 될 것이 없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상사, 동료, 고객 등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때로는 내가 일하는 기계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조직의 일원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아를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 유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 후에는 나 자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조직과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는 삶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꿈을 따라 살지 않으면, 평생 다른 사람의 꿈을 위해 살게 됩니다. 이제는 나만의 꿈을 꿀 시간입니다. 작은 꿈이라도 좋으니,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를 위한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직장을 다닐 때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등 소위 '격'을 맞추려 노력하는 것이죠. 이러한 노력은 직장인으로서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하면 이 이 또한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 후에도 여전히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한다면 문제입니다. 초라해 보이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더 비싼 집, 차, 옷에 집착하게 되면 결국 통장의 잔고가 줄고 빚만 늘어나게 됩니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결국 끝이 좋지 않습니다.
퇴직 후에는 남과 비교하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허영을 내려놓고, 평생을 살아갈 탄탄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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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부터는 다음에 쓰겠습니다. 한 호흡에 쓰기에는 무리가 있네요. 여기까지 1편, 다음에 2편입니다. :)
아래 링크가 2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