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걸로 파악하지 말고, 어디서 화내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봐. 그게 그 사람의 경계고, 상처고, 정체성이야.”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 말이 점점 더 크게 와닿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무례한 말투에 예민하고, 누군가는 방임에 가까운 무관심을 힘들어한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거짓말에도 마음을 닫고, 또 어떤 사람은 비난조의 농담 하나에도 깊이 상처받는다. 이 모든 반응 뒤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겪어온 상처가 담겨 있다. 결국 우리가 불편해하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건드릴 때 가장 크게 반응한다. 정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작은 거짓말에도 민감하고, 존중을 중시하는 사람은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 기준이 곧 그 사람의 방향이고, 삶의 태도다. 그래서 그 사람이 무엇에 불편해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본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요즘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취향이나 겉모습보다, 어디서 멈칫하는지를 더 유심히 본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눈빛이 달라지는지, 어떤 상황에서 마음이 닫히는지에 주목하게 된다. 그건 곧 ‘여기까지만 들어와도 돼’라고 말해주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 같고, 나는 그 경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결국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의 민감한 지점을 함부로 넘지 않는 일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불편함을 읽어내려는 노력. 그것이 쌓여야 비로소 진짜 신뢰가 만들어진다. 어디서 화내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다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