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절반은 나를 싫어한다.

Aug 29. 2025

회사를 다니면서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인간관계’였습니다. 인격 모독을 하는 상사가 싫었습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을 괴롭히는 동료도 싫었습니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선배도 싫었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뒷담화를 즐기며 묵묵히 일하는 동료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도 싫었습니다. (물론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 수 있습니다.)

선배 한 명이 특히 싫었습니다. 그 선배의 마음에 들기 위해 몇 년을 노력했습니다. 자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선배라서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직장 생활을 참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나빠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는 언제나 저를 끌어내려야 하는 존재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일 자체가 사람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어려움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나의 성공을 시기·질투하는 부류는 어디나 있고, 그냥 나와 결이 다른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괴로웠던 건 그들 모두와 잘 지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게다가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두 명 중 한 명만 내 편을 만들기로요. 나와 결이 맞는 사람, 생각이 비슷한 사람 등 절반만 말이에요. 그 선배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음에서 놓아 버린 이후, 회사 생활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전체 중 절반만 나의 편이어도 좋다는 마인드로 회사를 다니니 괴로워할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모두 나와 같을 수 없으니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친할 필요 없는 절반에 속하는 사람이니까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블로그, 인스타, 브런치 등) 가끔 악플이 달립니다. 그런 글을 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기분이 나쁜 건, 이 또한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