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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욱 Jan 05. 2021

성실의 반대말은 무엇인가?

사회는 개인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한다.


열심히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이 현대인들의 불안을 대체하며 시장 자본의 순환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 열심히 한다는 대상이나 그 원인과 계기와 무관하게 단지 그 부사에 의해서 도덕적 선을 말하는 것과 같이 여겨진다. 열심히 하는 일꾼의 신화가 정치 담론이 되기도 하고, 개인들의 꿈을 지탱하는 불편하고 낯설지만 설레는 고가의 넥타이처럼 목을 옥죄며 이력서에 또 한 줄 적혀 들어간다. 항상 그렇듯이 너무나 잘 작동하는 동력장치를 모두 거대한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풀어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개인과 전체의 발전 두 가지가 서로 원인과 결과라 할거 없이 유기적으로 함께하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이, 열심히 한다는 것 또한 유아적 차원에서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카타르시스는 변증 법으로부터 기인하는데 그것은 첫째로 개인이 스스로를 대상에 투여하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적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존재는 (도구와 같이) 행위로 부터 자연스럽게 정당화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존재 규명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는 단지 그보다 더 완벽한 형태의 대상을 모방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그 과정에서 더 완벽한 자기의 모습으로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대상이 더 이상 그의 이상에 들어맞지 않을 정도로 소비되어 버릴 때 또 다른 대상을 탐색해서 끝없는 변증법의 고리에 기대어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 둘째로는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말했을 때, 개인을 불안하게 하는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방법은 그 욕망의 대상을 취하는 것보다, 욕망한다는 심적 활동과 행동(노동)한다는 운동적 활동을 동일시하여, 불분명한 욕망을 자명한 사회적 활동이라는 언어로 외화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번역(욕망에서 행위로)이 완벽하게 수행될 수 있었다면 인간은 기계와 같았겠지만 그 불가능 성에 의해 인간은 분열된 채 살아가야만 한다. 


열심히 하는 데에는 대상이 없다. 대상 없는 변증법적 운동이며, 축적되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며 헤겔식으로 설명하면 절대정신에 도달하고 있다는 착각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무의미한 전쟁의 프로파간다식 선전을 반복하는 3개의 대륙과 이에 열망하는 국민들에 관한 묘사는 대상 없는 변증법이 개인을 무능력한 개인에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 참여적 개인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참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상에 대한 판단능력의 눈을 멀게 한다.


성실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러나 오늘날 '비성실'에 대한 불분명한 논의가 아직 끝나지 않아 보인다. 한편으로는 게으름, 나태, 무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워라벨, 자유 혹은 해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의 대립은 논리와 이성보다는 이데올로기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진영 싸움이 된 듯하다. 어떻게 보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버린 (혹은 먹고살기 위해 더 이상 왈가왈부 하기 불가능한) '성실'에 대한 논의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지저분하고 난해한 뒷골목의 싸움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르주 아감벤이 필경사 바틀비를 예시로 들며 설명하는 비성실은 두 가지 항 모두를 거부하는데, 여기서 개인은 그렇냐 아니냐라는 강요된 선택으로부터 에포케(판단 중지)를 통해 잠재성을 획득한다. 하지만 이 또한 중지 이전의 상태 (열심히 일하는 바틀비)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에, 비성실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성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또다시 무의미한 변증법이 반복되는 것 같이 보인다.


지금 새벽 한 시라 너무 졸리고 내일 9시 반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빨리 글을 마무리 짓는다. 더 이상 생각해도 비성실이란 무엇인지 깔끔하게 결론 내리기가 어렵다. 어떻게 현대인에게 주어진 게으름이라는 죄악으로부터 벗어나서 동시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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