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z Coffee 송정현 씨 인터뷰
사람을 좋아해요. 따뜻하게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로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짧게나마 주고받는 인사와 대화를 통해 서로 나머지 하루를 기분 좋고 밝게 살아나갈 에너지를 나누는 것 같아요.
엘에이 한인타운에서 벗어나 헐리웃 사인을 바라보며 헐리웃을 향해 가다 보면 멜로즈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저절로 눈이 가 들어가 보고 싶어 지는 핫한 음식점들, 브랜드샵들과 갤러리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엘에이에서 쿨하고 힙한 거리로 유명한 이 멜로즈 길 위 한 아담한 카페가 있다. 출근하는 길 들르는 단골들로 아침이 가장 바쁘다. 그곳에서 단골들에게 커피를 건네며 짧지만 하루를 기분 좋고 활기차게 시작하기에 충분한 인사를 건네는 그녀. 그녀가 있어 단골들은 회사 공짜 커피를 마다하고 매일 이 곳에 들른다. 카페 운영이 생각보다 고되어 가끔은 지쳐 쉬고 싶기도 하고 회의가 들 때도 있지만 아침마다 기분 좋게 하루를 깨우는 그녀의 커피와 그녀와의 즐거운 대화를 위해 이 곳에 찾아 그녀를 찾는 단골들을 생각하면 피로가 가시고 삶의 보람이 느껴지니 '이 일이 내 일이 맞구나' 싶다는 그녀. 그녀가 궁금해졌다.
사람을 좋아해요. 따뜻하게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로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짧게나마 주고받는 인사와 대화를 통해 서로 나머지 하루를 기분 좋고 밝게 살아나갈 에너지를 나누는 것 같아요.
커피를 건네는 짧은 순간이나마 그런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고 또 그런 과정에서 저도 많은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만약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에 쉽게 지쳐하거나 에너지를 되려 빼앗기는 성격이었다면 이 일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 반대로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에너지를 얻는 성격이라 이 일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매일 사람을 대하다 보니 사람에게 상처 받거나 실망하게 되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일들도 결국엔 사람에 의해서 다시 치유되고 회복되더라고요. 가끔 가짜 돈을 가져오는 손님들이 있어요. 이미 몇 번 당했던 후라 가짜 돈을 판별하는 방법도 익혀놨지만 가끔은 그 방법으로 걸러지지 않는 가짜 돈도 있거든요. 그 날은 하필 땡스기빙 전 날이었는데 어느 손님이 가짜 돈 50불짜리로 커피를 사시고 45불 정도를 거슬러 줘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판별하는 방법으로는 걸러지지 않는 돈이었는데 딱 봐도 가짜 돈처럼 보이는 돈이었어요. 그래도 이거 가짜 아니냐 하며 손님을 의심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커피를 주고 거스름 돈을 줬는데 역시나 가짜 돈이었고 은행에서는 오히려 딱 봐도 가짜인데 이걸 받았냐고 하더라고요.
속상한 마음에 인스타그램 저희 카페 계정에 이 이야기를 남겼어요. 땡스기빙의 시작이 야멸차다며. 단골 분들이 그 글을 보고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들을 많이 보내 주셔서 그나마 위로가 되고 있던 차였는데, 그다음 날 동네에 사시는 듯 가끔 방문하시는 어느 나이 지긋하신 여자 손님께서 오셔서 커피를 주문하시고 인스타그램 글을 봤다며 위로를 해주시더라고요. 커피를 건네드리자 손님이 저와 같은 스몰 비즈니스를 응원해주시며 다시 한번 위로를 주시고 나가시며 땡스기빙이니 팁을 조금 남겼다고 하셨어요. 보통은 팁을 남기셔도 그런 말씀을 따로 안 하시는데 무슨 일이지 하며 모니터를 확인해보니 팁으로 50불을 남기고 가셨더라고요. 제가 가짜 돈으로 받은 값을 일부러 팁으로 남기고 가신 거였어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아마 가장 기억에 남는 땡스기빙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을 대하면서 아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기도 하지만 이런 분을 볼 때는 저도 그분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되기도 해요. 매일매일 이렇게 의미 있는 경험들이 쌓여나가는 것도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서 힘든 점도 있고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침에 저를 찾으시며 밝고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단골들을 볼 때 하루 동안 일하고도 남을 소중한 힘을 얻어요.
그렇게 하루를 많은 손님 분들을 맞이하며 지내고 마감할 때가 되어 아침에 단골분들께 받은 에너지가 거의 바닥을 쳐 갈 때쯤, 창 밖에 너무나 아름다운 핑크빛 노을이 큰 선물처럼 다가와요. 그 노을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에게 매일 새로운 에너지를 따스하게 채워줘요. 이런 매일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이 어쩌면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기도 해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이렇게 금방 카페를 차리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카페를 차리는 건 그냥 막연한 꿈같은 거였어요. 어렸을 때 엄마가 여러 일들을 하셨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하루는 엄마가 제 팬을 빌려가시며 카페의 메뉴를 쓰셔야 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어렴풋한 기억 속의 카페를 떠올리며 나도 언젠가 내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 삶을 돌아보면 엄마의 삶을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저희 엄마가 선생님도 하셨었고 기자도 하셨었는데 신기하게 저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과외선생님을 거쳐 완전히 선생님의 길로 접어들 뻔한 적도 있었고, 이 일을 하기 바로 전엔 미주 한인언론사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가 분야를 넓혀보려 영상편집을 퇴근 후 독학하고 새로운 취재를 기획해 영상취재기자로도 일을 했었어요. 신기하게도 지금은 카페까지, 엄마의 삶을 닮아있는 모습에 어느 날 문득 놀라웠어요.
저에게 엄마는 최고의 멘토 같은 존재예요. 엄마의 걸어오신 길을 상상해 보면 존경스러워요. 배울 점이 많으시고 지혜롭고 강인한 여자예요. 돌아보면 항상 제가 아무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게 정말 많은 노력을 하셨던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제가 지금 이렇게 밝고 긍정적으로 자라나 단단히 제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분이에요. 그런 엄마가 하셨던 일을 하며 이렇게 닮아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제겐 기쁨으로 다가와요.
그곳에서의 일도 많이 좋아하고 보람도 많이 느꼈어요. 제가 직접 영상도 공부하고 취재도 기획해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즐거웠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취재하러 다니는 게 성격에 잘 맞았어요. 대화 나누는 게 즐거웠고요. 제가 취재한 사람이 나중에 더 잘 되고 유명해지면 괜히 뿌듯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아무리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어도 주변의 인정과 응원도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의 양과 제가 들이는 노력과 열정에 비해 보수가 따라주지 못했는데 그건 일이 재미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지만 오히려 제 일에 대해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동안 견뎌오던 것들이 무너져 내렸던 것 같아요. 어떤 오해로 인해 제가 일을 소홀하게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그걸로 인해 부당한 결과까지 받게 된 일이 있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크게 실망하고 회의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쯤 결혼도 하게 되었는데 제가 아기를 워낙 좋아해서 빨리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도 함께 들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차라리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어느 지인 분께서 카페를 차리려고 하는데 파트너로 함께 할 생각이 있냐는 제의를 하셨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제 맘 깊숙한 곳에 있던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떠올랐어요.
순수미술로 대학을 졸업한 후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과 마케팅 공부를 하게 되었을 때 생겼던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도 합쳐져 정말 열심히 발로 뛰며 카페를 차릴 자리며 인테리어 등등을 알아봤어요.
그렇게 제 모든 열정을 다해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는데 파트너로 함께 하시기로 한 분이 갑자기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지만 좀 버겁더라도 저 혼자라도 카페를 계속 운영해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오히려 온전히 제 카페가 되고 나니 더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카페 일이 재미있어서 전 직장을 그만둔 것도 그런 제의를 받고 카페를 열게 된 것도 모두 잘한 일 같아요.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요.
사실 전 캐나다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캐나다 사람이 되었죠. 캐나다에서 대학을 들어갈 때쯤 엄마가 역이민을 하셔서 한국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저도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갔지만 순수미술 전공자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영어유치원 교사였어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 일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첫 출근을 하려던 날 제 멘토 중 한 분이시던 큰아버지가 제게 좀 더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더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던 중 엘에이가 떠올랐어요. 어린 시절 여행으로 가 본 후로 항상 다시 가서 그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뭔가 에너지를 느꼈던 것 같아요. 캐나다는 엘에이에 비하면 시골이잖아요. 심심하기도 하고. 엘에이에 갔을 때 뭔가 이 곳에서는 뭐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어요. 더 큰 세상 같기도 하고. 아메리칸드림 같은 거죠 뭐.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순수미술로는 그림 그리는 작가나 큐레이터 말고는 할 수 없는데 그 둘은 이미 포기한 후였으니 뭔가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걸 더 배워야 할 것 같았어요.
알아보다가 UCLA에 그래픽 디자인 자격증이 나오는 익스텐션 프로그램을 찾아냈어요. 이거다 싶었어요. 엄마에게는 엘에이에 간다는 제 계획이 생뚱맞은 것이어서 처음에 반대하시다가 제게 제안하신 조건이 모든 과정을 어떠한 경제적 도움 없이 제 힘으로 해내는 것이었어요. 근데 이 과정은 너무 비싸지도 않고 열심히 하면 짧게 끝낼 수 있는 과정이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학교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업을 최대한 많이 들으며 빠르게 과정을 끝냈는데 생각보다 정말 알차게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지금도 이 과정이 있다면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모든 아메리칸드림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엘에이에 살면서 실망도 많이 하고 꿈꾸던 모습은 아닐 때도 많았지만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지금 어린 시절 막연히 꿈꾸던 일을 하게 된 곳도 바로 이 엘에이이기도 하니까요.
긍정적인 마인드요!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운동도 좋아하고 중요하지만 요즘처럼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는 때에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머리와 마음속이 채워져 있으면 부족한 운동량까지 채워지는 기분이에요. 제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건강의 비결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과 그것을 나누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바빠서 많이 못하지만 운동도 좋아하긴 해요. 시간이 나면 운동을 꼭 하는 편이에요. 가벼운 산책도 좋아하지만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아해요. 핫요가, 필라테스, 헬스장에서 하는 바디 컴뱃과 바디펌프 등의 실내 운동도 좋아하고, 야외운동은 등산, 골프, 그리고 서핑도 배워보고 싶어서 몇 번 시도해 봤어요. 겨울엔 꼭 스노보드를 타러 가구요. 시간이 나면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바로 전 질문과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에 있다고 생각해요. 따로 룰/루틴이 있다기 보단 조금 전 대답처럼 시간이 나면 새로운 운동을 배우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요.
캐나다에서 어렸을 때부터 자라와서 캠핑은 자연스러운 문화였어요. 캠핑을 많이 해서 하나만 꼽긴 어렵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캠핑을 꼽자면 캐나다에서 친구들과 정말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푸릇했던 나무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했던 캠핑이었어요. 그냥 자연 속에서 먹고 싶은 고기랑 해물 마음껏 구워 먹고 음악 듣고 캠프파이어 앞에서 수다 떨면서 보내는 시간들을 정말 좋아해요. 그 후에도' 캠핑의 매력에 빠져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조슈아 트리에 가서 밤에 누워서 별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그냥 캠핑을 가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녀의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매력에 빠져들어 인터뷰라는 것도 잊고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가 듬뿍 담긴 크림 라테를 내게 건네주었을 때 이 일이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카페에서 일하는 그녀를 보며 '긍정 에너지는 주변의 타인들과 나눌 때 더욱 아름다운 빛깔을 띄며 더욱 커다란 힘을 발한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도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며 내 안에 있는 긍정 에너지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모르는 타인들과도 더 많이 아낌없이 나누는 한 해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즐거웠던 그녀와의 이야기를 마친다.
송정현 씨의 카페 Frenz Coffee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enz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