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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밍고 Jan 14. 2020

사랑,

그리고 내 마음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사랑들을 위한 영화  <비기너스(2010)>



학창시절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정작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못 보고 자랐으면서도. 이별하는 이야기도 좋아했다, 제대로 된 이별을 (해)본 적도 없으면서도.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을 품고 비슷한 정도의 애정을 품으며 사랑한다는 게 내겐 소설이나 영화 같은 허구 같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난 단순히 관객의 입장에서만 그 희로애락을 보면 됐으므로.



미숙하지만 함께라 좋았던 사랑, 그리고 증오 <애니홀(1977)>




사랑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이 허구에서 실재가 되는 순간이었다. 뜨거운 마음을 이길 수가 없었다. 용광로조차 녹여 버릴 정도의 온도였기 때문에, 얼른 바깥으로 내보내야 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순간 하나가 된 감정을 '기적'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웃게 된다. 별것도 아닌 것이 삶의 중심이 된다. 나를 채웠던 공허가 다른 것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제 내게는 기쁨과 두려움과 아쉬움과 행복이 공존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많은 감정이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있다.



타이밍 놓친 아이들의 사랑 <러브레터(1995)>




나는 미래를 잘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기쁘면 그만이었다. 늘 그래왔는데 멀리 보기 시작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고, 진실하고 투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올해는 그렇지 않아도 '적당히 품위있게' 살겠다고 다짐했는데 잘됐다. 이 참에 나름대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하튼지 사랑, 쉬운 듯 어렵다. 마음을 다 보여주면 되나. 아니, 적당히는 감춰야 하나. 고민 끝에 나는 무색의 멋대가리 없는 정공법을 택한다.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한다. 그것만으론 조금 모자른 듯, 얕은 듯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덧붙일 말은 없다. 



아주 서툴고 전쟁 같은 사랑 <춘광사설(1998)>




여러모로 살고 싶어졌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졌다. 얼마 전만 해도 죽음을 생각하던 내가 고작 몇 안되는 양의 호르몬으로 이렇게 기뻐질 수 있다는 게 우습기도 하다. 마음이란 무엇일까. 또다시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늘 어렵고, 나는 그걸 매번 공부한다. 마음이 무뎌지지 않게 늘 호기심을 품어야지. 그리고 그 마음으로 사랑해야지. 지금의 나는 이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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