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뜻밖에 박물관투어
시차 때문에 거의 못 잘 줄 알았는데 너무 피곤한 상태라 유럽 첫날치곤 잘 잔 편이다. 깬 시간 빼면 6시간 정도 잔듯하다. 일어나니 잘 자려고 출발한 후로 커피를 안 마신상태였는데 카페인 중독이 좀 있어 두통이 몰려왔다. 일어나 주방에 나가니 세르반이 차 한잔 줄까 권했는데 커피 한잔 부탁했다. 빈속에 커피를 잘 안 마시지만 카페인이 너무 당기는 상태라 그런가 에스프레소지만 잘 들어간다.
어제 늦어 못 한 집구경과 호스트와 호스트 남자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취미가 엄청나게 많은 분 같고 토끼 한 쌍을 키우고 있다.
집주인들이 먼저 나가고, 쉬엄쉬엄 10시쯤 길을 나섰다. 첫날이니 정찰 삼아 가볍게 나가서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식당 근처로 가니 저쪽에 바다가 보여 직진. 일단 니스에 왔다는 기분을 만끽할 정도로만 훑어보고 평 좋은 마뇽 블랑제리에 앉아 아침메뉴 주문했다. 크루아상이 나오고 커피종류와 과일주스를 선택가능한데 커피와 오렌지주스를 선택했다. 이 동네는 그냥 커피는 에스프레소인가 보다. 호스트도 그렇고 여기서도 커피라고 하니 에스프레소를 가져다준다. 바닷가 근처기도 하고 노천카페를 좋아해서 이곳에 몇 번 더 올 것 같은 느낌이다.
시내로 가는데 교통권 10회권이 17유로, 1일 패스 7유로, 2일 패스 13유로, 7일 패스가 20유로다. 니스는 시내가 그리 안 작아 도보로도 가능하다지만 숙소가 중심가와는 여러 번 도보로 다니기는 약간 부담스럽고, 트램역에서는 걸어서 10분 정도로 거리가 조금 있어 20유로 주고, 마음과 다리에 평안을 주기로 했다. 짧은 거리도 막타자!
첫 공식 일정으로는 좀 멀리 있는 마티스미술관을 갔다가 내려오면서 다른 관광지들을 들를 계획을 세웠다.
환승하는 곳에 현대미술관도 있어 들르려 했지만 휴업 중이다. 버스를 타려는데 앞 버스에서 내릴 때 표검사를 한다. 여기는 벌금이 높지 않은 편이라 그런가 종종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바로 마티스 미술관으로 갔다. 입장권이 10유로고 박물관 패스가 16유로라서 패스로 구매하려니 오늘내일 니스 박물관 전부 무료란다. 별생각 없었는데 오늘은 박물관의 날로 정하기로 했다. 앙리 마티스와 후안 미로. 정반대의 예술가이다. 마티스는 생략을 한다면, 미로는 변형을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반대는 끌린다고 둘이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다. 점심은 미술관 오면서 봤던 공원에 있는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피자하나와 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날씨가 막은데 맥주가 시원하니 좋다. 피자는 너무 조그맣네. 간단한 요기정도로 생각하기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가보니 결혼식 중이다. 나중에 시간 되면 가봐야지 했던 사원을 이렇게 방문하게 됐다. 되게 가까웠구나. 전망이 좋다더니 시내 쪽 방향이 아니고 주택가 방향이라 약간 이태원느낌이 난다.
버스를 타고 샤갈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미술관에도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오후는 2시에 여는데 외부게이트에서 입장하고 건물 입구에는 조금 일찍 갔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람 안 많을 줄 알았는데 좀 있구나 싶었는데 나올 때 보니 외부게이트에까지 줄을 서있다. 샤갈의 작품은 성경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대다수였고, 한 화폭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그냥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건지? 그림 안의 여러 사건들이 결국은 연결이 돼있는 내용들이라 인과관계를 보여주고 싶은 건가 싶기도 했다.
수요일 볼 유로파리그 경기에 입고 갈 유니폼 사러 매장에 갔는데 마음에 들었던 어웨이킷이 xs밖에 없다. 아 이럴 수가! 내 눈에 이쁜 건 남들 눈에도 다 이쁜 건가? 홈과 써드킷뿐이라 고민돼서 sns에 투표를 올렸다. 개인적으론 홈킷이 더 이쁜데 누가 봐도 축구복이고, 써드킷은 약간 일상복으로 입어도 괜찮아 보이는 색이었다.
마세나박물관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가는데 시위 중이다. 대충 대통령에 대한 시위 같아 보였다. 그거 때문인지 기다리던 버스가 안 온다. 박물관 방향으로 가는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거기서도 버스가 안 와 두리번거리니 현지인분이 통제내용 같은 공지 같은 걸 보여줬다. 정류장에 qr이 붙어있더니 그건가보다. 결국 멀지 않아 걸어서 가기로~
유럽의 고저택을 보는 건 언제 봐도 눈이 호강한다. 눈이 즐겁다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정말 화려하다. 삐걱 거리는 나무 바닥을 걸으면 느낌이 더욱 크게 온다.
박물관 투어를 마치고, 근처 바다멍하러 갔다. 제주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기분은 더 좋다. 이 순간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다른 곳에 있다는 행복감이 살짝살짝 밀려왔다.
점심이 부실해서 근처 레스토랑 가서 이번엔 고기를 좀 먹기로 하고 설로인 스테이크와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고기가 커서 오 하며 좋아했지만 굽기가 매우 아쉽다. 웰던을 넘어서 약간 고기 못 굽는 사람이 패기 좋게 직화 시도했다가 겉 태워먹은 느낌이다. 컴플레인 걸어도 될 것 같았지만 난 그런 거 잘 못하는 사람이니~ 많이 탄 부분 잘라내고 먹었다. 그럼에도 양은 부족하지 않았다.
먹고는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보였던 젤라토 하나 사며 여기서 처음으로 현금을 사용했다. 사실 카드도 되는 곳이었지만 환전을 한걸 그래도 써야 하지 않겠나 싶어 일부러 현금을 사용했다. 다시 해변 멍하러 이동. 좀 쌀쌀하지만 그래도 아직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좀 있다. 충분히 외국의 바다를 만끽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근처 트램역에서 버스를 환승하는데 만날 지연되던 버스가 이번엔 일찍 와서 눈앞에서 한 대 보냈다. 생각해 보니 일찍 온 게 아니고 완전 다음 버스 시간이 다되어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기다리는데 정류장 벤치에 자리가 나서 앉았는데 노인분이 잠깐 일어선 거였나 보다. 바로 일어서면 미안해할까 봐 다른 데 가는 척 일어서서 안 보이는 곳에 숨었는데 빼꼼하고 나를 발견하더니 웃으며 따봉을 해주신다. 이런 어르신들을 보면 왜인지 귀엽게 느껴진다. 오늘은 일찍 쉬고 내일은 모나코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