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나의 키워드 - '건강' '비움'

by 해피영희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매년 새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각자의 계획을 받아 현수막으로 제작하여 거실천장에 걸어두고 결심을 다짐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 유별난 엄마였습니다. ㅎ


그래도 아이들이 착하고 순진하게 잘 따라와 주었나 봅니다.

지금 뒤돌아보니 추억이고 그런 시간이 있어 지금 우리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년에는 둘째도 20살이 되는 해였고 재수라는 큰 목표가 있어 우리 가족의 특별한 목표를 적는 의식은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참 모든 것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무쓰무행 동기님들과 글쓰기 주제로 ‘2022년 나의 키워드는?’를 던지고 제 자신을 뒤돌아봅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건강’입니다.


건강을 말할 때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사람이 그리도 드물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한 일입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사실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습니다.


지 말아야 할 일도 많고 꼭 해야 할 일도 많아 가끔은 어느것이 우선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야식이나 음주를 하지 말라 하는데 악마의 유혹처럼 행복한 시간이고 운동을 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라 하는데 게으름으로 또 실천이 어렵습니다.


2019.2월 친정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병간호를 하며 새삼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깊히 자각하고 있습니다. 왼쪽 편마비가 온 엄마의 소원은 혼자서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국수를 먹는 것이었구요.


그런데 결국 그 소원은 이루지 못하고 2021.9월 다시 고관절 골절로 이제는 점점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 최고의 상태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면회를 갈때마다 기운이 사라져가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아프다는 것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아림을 만납니다.


엄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살고 싶다는 초인적 의지로 초기에는 뇌기능이 무슨 초능력처럼 발달했었습니다.

병실과 집안의 스위치 위치와 냉장고의 음식물까지도 다 기억하고 우리가 고민하는 것을 다 알려주었습니다.

“내가 정신줄 놓으모 너그가 내 갖다 버릴긴데 내가 똑바로 정신을 차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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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총명을 유지하던 엄마가 이제는 몸도 마음도 머리도 힘이 없습니다.

이번 토요일 또 비대면 10분 면회가 있었습니다.

엄마의 면회날이면 전국의 각지에서 우리 6남매가 모입니다.


이번에는 오빠가 못 내려오고 5자매가 모였습니다.

엄마가 눈을 못 맞주칩니다.

“엄마, 내말 들려? 엄마, 얼굴들고 우리 얼굴 봐야지. 정신줄 놓지마라. 그래야 집에가지. 엄마, 정신차리라구”

나의 타박에 순간적으로 엄마가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봅니다.


눈물이 납니다. 울먹이며 말합니다. “엄마, 사랑해!”

엄마의 얼굴에 묘한 감정이 지나가며 눈물이 지나갑니다.

아~ 정말 미친고 환장하고 팔딱 뛴다는 것이 이런 것일겁니다.

우리의 애절한 바램과 달리 엄마는 점점 멀어져 갑니다.


냉정한 병원 직원은 정확하게 10분이 지나니 엄마를 병실로 돌려보내고 간병인의 지시에 따라 엄마는 어색한 손을 흔들며 그렇게 우리를 떠나갔습니다.

“우리 아프지 말자. 아프면 돈이고 자식이고 직장이고 무슨 상관이야. 다 부질없어.ㅠ”


언젠가부터 뭔가 정신없는 집안에 숨이 막혀옵니다.

내가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너무 여기저기 꾸겨넣고 대충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잡해진 감정을 덜어내고 싶어 책꽂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 가득찬 책이 주는 오묘한 만족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득가득 채우고 책꽂이 조금의 틈도 없이 가로로 또 채우고 했습니다.

그것이 제 자존심 마냥 그렇게 책을 목 말라 했습니다.


어제는 마음도 복잡하고 그러니 집을 제대로 비우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 너무 많은 물건이 있고 집으로 들여올 뿐 제대로 내 보내기를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움’ 또 하나의 키워드가 보였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읽고 생각하고 인지는 했었습니다.

‘비워야 채울 공간이 생긴다. 다 집착이다. 다 욕심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캠핑을 가보면 정말 신기하게 차 트렁크에 실고 간 것으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다 해결이 됩니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최소의 물건으로 1주일도 살수있는데 집에는 왜 저리도 많은 물건이 있는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온 집안을 뒤집어 엎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거실 책꽂이가 목표물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뒤집어 엎다 보니 과거의 추억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10여년 전 사진도 나오고, 1년 계획서도 나오고, 멋 모르고 계약서를 적고 엄마에게 제대로 저당 잡혔던 아들의 전리품도 보입니다.


배시시 웃으며 담을 것은 담고 버릴 것은 버리는 시간 잔잔히 흐르는 명상음악에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2012년 활동일지를 보니 참으로 많은 것을 욕심 내었구나 싶고, 2014년 계획서를 보니 나 역시 참 별난 엄마였구나 싶습니다.

참고로 저 시절 저는 그 계획서를 3가지 빼고는 다 이행할 정도로 철저한 모습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그런 시간이 있어 지금 내가 있구나,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 기특하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사람이 덜어냄에 새로운 채워짐이 있구나 싶습니다.

사실 그것이 그곳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던 물건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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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우리의 감정도 그런 것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너무도 많이 꾸역꾸역 눌러 담아두어

어디에 무엇이 묻혀 힘겨워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그런 순간, 왜 이리 답답하고 어려워하는지 알 수 없는 부족함, 그러다 무던히 우연한 곳에서 부족한 사람처럼 터져버리는 감정들...


그러고 보니 사람이 좀 단순해야 합니다.

그래야 매번 찬찬히 뒤집어 보지 않아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인지 인지하고 제대로 보듬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0묶음을 비워냈음에도 책꽂이가 여전히 가득입니다.

첫술에 배 부를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여기까지라도 온 제가 기특합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손을 씻기 위해 안방화장실로 발길을 옮깁니다.


‘앗, 이럴수가, 여긴 왜 이래?’

안방의 널부러진 옷이 제 마음에 쿵~ 들어옵니다.

다음은 옷 비움입니다. ‘너, 딱 걸렸어. 기다려. 내가 제대로 비워준다.’

나날이 늘어나는건 나이와 뱃살뿐이지만 이렇게 반대로 비워지는 덕분에 삶의 가벼움을 실천해 봅니다.


2022년 새해 욕심내지 말고 2가지 키워드를 목표로 나아가 보렵니다.

‘건강’ ‘비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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