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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1-8. 인간과 AI

AI는 도구인가, 동료인가

by 유비관우자앙비

1️⃣ 도구에서 동료로

AI는 처음엔 단순한 계산기처럼 쓰였습니다. 엑셀의 수식, 워드의 자동완성, 검색창의 추천어까지 — 모두 인간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보조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AI는 다릅니다. 회의에 함께 들어와 기록을 남기고, 리포트를 대신 작성하며, 때로는 “AI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라는 문장이 보고서에 등장합니다.


AI는 더 이상 ‘쓰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 협력 ― 인간과 AI가 한 팀이 되는 순간

개발팀은 Copilot과 함께 코드를 짜고, 기획자는 GPT에게 초안을 맡기며, 마케터는 Claude에게 카피를 부탁합니다. 회의에서는 Notion AI가 자동으로 논의 요약을 남기고, Slack에서는 AI bot이 대화를 태스크로 변환합니다. AI는 이제 “업무 프로세스의 부속품”이 아니라, 팀의 한 구성원처럼 행동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는 미묘합니다. AI는 지시받은 대로 수행하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즉, 인간은 여전히 의사결정자이며, AI는 실행자이자 제안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AI는 나를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생각할 시간을 더 만들어준다.”

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확장 ― 인간의 사고를 넓히는 AI

AI의 진정한 가치는 효율이 아니라 확장성에 있습니다. 기자는 GPT를 통해 전 세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디자이너는 Midjourney로 수십 개의 콘셉트를 동시에 실험합니다. 리더는 Copilot으로 회의 결과를 시각화해 결정을 빠르게 내립니다. AI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확장시키는 존재입니다.


기억, 언어, 분석, 창의력 —
AI는 이 네 가지 축을 연결해 인간의 한계를 넓히는 ‘두 번째 사고 체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미처 보지 못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 가능성을 구체화할 도구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AI를 잘 다룬다는 것은 도구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확장의 가능성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4️⃣ 거울 ― AI는 인간을 비춥니다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그 데이터 속에는 우리의 언어, 행동, 편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래서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결국 인간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AI의 오류에는 우리의 편견이 있고,

AI의 창의성에는 우리의 욕망이 있습니다. AI를 본다는 것은, 결국 인간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AI가 왜 그 답을 냈는가를 묻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왔는지를 보게 됩니다. 한 때 유행했던

"GPT야 그 동안의 대화에 근거하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 신랄하게 표현해 줘."를 한 번이라도 실행해 보신 분은 아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5️⃣ 윤리 ― 책임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AI는 스스로 선악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가 내놓는 판단은 언제나 데이터에 의존한 결과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며, 그 안에는 인간의 편향, 욕망, 그리고 때로는 불편한 진실이 섞여 있습니다. AI가 부정확한 정보를 내놓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AI가 타인의 얼굴을 무단으로 학습하거나, 가짜 뉴스를 생성했을 때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결국 그 모든 윤리적 책임의 시작과 끝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AI는 옳고 그름을 모른다. 다만 인간이 그렇게 가르쳤을 뿐입니다. AI의 판단에는 ‘의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세상에 영향을 미칠 때, 그 영향은 명백히 인간의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 발전의 속도보다 윤리적 논의의 속도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6️⃣ 인간 중심 설계 ― Human-in-the-loop

AI가 고도화될수록 시스템 안에서 ‘인간의 개입(Human-in-the-loop)’이 핵심이 됩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 상황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선택해야 할 때, 이미지 생성 AI가 특정 인종을 과소대표할 때, 채용 AI가 남성 중심의 데이터를 학습했을 때 — 이 모든 문제는 결국 ‘누가 설계했고, 누가 감시했는가’로 귀결됩니다.


AI의 윤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와 책임의 문제입니다. 즉, “AI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보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누가 검증하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AI의 윤리는 기술의 끝이 아니라 인간의 시작인 것입니다.


7️⃣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 Explainable AI

윤리적 AI를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Explainable AI(XAI), 즉 ‘설명 가능한 AI’를 강조합니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결론을 내렸는지, 왜 특정 답을 제시했는지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는 단순히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AI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그 판단의 근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만든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는 가장 인간적인 저항이자, 가장 윤리적인 행위가 됩니다.


8️⃣ 공진화 ― 인간과 AI의 관계는 계속 진화합니다

AI는 인간의 적도, 완전한 대체자도 아닙니다. AI는 인간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또 다른 지성이며, 우리는 그 지성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게 됩니다. AI와 인간의 관계는 ‘협력(Work with AI)’에서 시작해, ‘확장(Think with AI)’으로 발전하고, 이제는 ‘반성(Reflect with AI)’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만든 거울이지만, 그 거울 속에서 인간은 다시 자신을 배웁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거울은 욕망을 비추는 것이었지만, 실은 현실을 살고 싶어하는 왕비의 욕망을 보여주는 매개체였을지도 모릅니다.


결론 ― 기술은 도덕이 없지만, 인간은 도덕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AI는 감정을 흉내 낼 수 있고, 논리를 완벽하게 모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옳음’과 ‘그름’을 스스로 구분하지는 못합니다. 그 구분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일입니다. AI를 통제한다는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도덕적 선택을 내리는 용기의 문제입니다.


AI가 인간을 닮아갈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워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기술과 공존하며 스스로의 윤리를 지켜내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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