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vs 퍼플렉시티, 다윗과 골리앗?
퍼플렉시티가 아마존에 맞불을 놨습니다. 공식 블로그 제목은 "Bullying is not Innovation(괴롭힘은 혁신이 아니다)". 아마존의 프레임은 "플랫폼 보호와 이용약관 준수"였고, 퍼플렉시티의 프레임은 "사용자 주권과 웹 개방성"입니다. 핵심 대립 지점은 명확합니다. 아마존은 "자동화된 접근을 막을 권리"를 주장하고, 퍼플렉시티는 "사용자를 대리할 권리"를 주장합니다. "한때 서점을 뒤흔든 아마존이 이제는 스스로 변화의 벽이 되었다"는 표현은 강력하지만, 혁신과 우회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습니다. 여론전에서는 효과적인 메시지지만, 법정과 장기 전략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의 주장을 살펴봤습니다. (원문: https://lnkd.in/efnyqGPy)
퍼플렉시티의 'Bullying is not Innovation' 반박문은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여론전에 최적화된 전략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들은 자신을 '혁신을 저지하려는 거대 플랫폼에 맞서는 스타트업'으로 포지셔닝하며, '과거의 혁신자'였던 아마존을 오늘의 '기득권'으로 대치시키는 프레임을 구축합니다. 이 구도는 여론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프레임이 갖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과거 아마존의 혁신은 소비자의 선택권, 가격, 편의성 확대라는 구체적 효용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퍼플렉시티가 제시하는 '편의'는 기존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우회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혁신과 우회의 경계는 얇습니다. 하지만 이 얇은 경계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퍼플렉시티는 "사용자의 명시적 권한에 따라 행동하는 AI 에이전트"임을 적극적으로 내세웁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원하는 행동을 위임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는 정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자동화 접근을 명시적으로 금지한 경우, 과연 사용자 위임권이 우선할 것인가? 현행 법제 아래에서는 플랫폼의 이용약관이 통상 우선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더 복잡한 문제는 책임의 소재입니다. "AI가 사용자를 대신한다"는 기술적 진보와 "법적, 윤리적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브라우저 API를 사용하고 자동화 범위를 최소화한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기존 규정의 우회'로 비칠 여지가 높습니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의 통제 정책이 '보안'이 아닌 '독점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웹은 거대 광고 예산을 가진 플랫폼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기술 커뮤니티에 강하게 어필됩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사기업으로서 자신이 구축한 결제, 물류, 고객 서비스 시스템을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오픈 웹의 가치는 중요하지만, 모든 민간 플랫폼이 무제한적으로 외부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에이전틱 커머스의 '선구자' 이미지는 투자자와 기술 커뮤니티에 강하게 어필됩니다. 그러나 대형 플랫폼이 공식 API와 인증된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이행한다면, 현재의 우회 전략은 단기적일 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내부 AI 에이전트인 Buy for Me와 Rufus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향후 인증된 외부 에이전트만을 생태계에 참여시키는 정책을 택할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습니다. 만약 모든 쇼핑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이루어진다면, 플랫폼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아마존의 광고 수익 모델은 사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탐색하고, 추천을 보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작동합니다. 그 과정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되면, 광고는 누구에게 보여줘야 할까요? AI에게 광고를 보여준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이 질문은 퍼플렉시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퍼플렉시티의 메시지는 여론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피해자 프레임, 사용자 주권, 웹 개방성 같은 가치가 강한 설득력을 지닙니다. 그러나 법적 현실, 플랫폼 약관 위반, 실제 사업 지속성의 측면에서는 근본적 딜레마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 논쟁은 단순히 퍼플렉시티와 아마존의 싸움이 아닙니다. 차세대 AI 커머스의 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플랫폼과 사용자의 권한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미래적 과제입니다. 퍼플렉시티가 제기한 질문은 유의미합니다. AI가 인간의 '손'을 대신한 이후, 이제는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때 우리는 플랫폼을 지킬 것인가, 사용자를 지킬 것인가? 그들이 제시한 답이 최선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 질문만큼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 이슈룰 퍼플렉시티에게도 물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