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비관우자앙비 Feb 06. 2019

초기 기업을 막 벗어나는 CEO는 고민이 일이다.

물론 경계도 열심히 해야하는 시기다.

기업가에게는 매 순간이 힘들어 뒤지겠는 순간이지만, 그래도 제일 뒤질 것 같은 창업 초기의 배고플 때를 지나가면 배부른 양이 되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한다. ’소확행’은 소소하게 회사가 잘 될 때 대표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CEO의 1차 위기일 수도 있는데, 이 때 아무리 잘나간다 하더라도 그 현실에 조금이라도 만족하면 안된다. 어, 나 이제 1억은 받아도 될 것 같은데, 구주 팔고 좀 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업 성장의 upcycle은 끝나버린다. 아쉽게도.

하지만 저런 유형의 CEO는 속된 말로 총맞지 않은 이상 별로 없다. 조금 먹고 살기 괜찮아 지면, 드는 생각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지”다. 다른 말로 하면, “언제 투자를 받아서 어떻게 키워야 하지.” 또 다른 말로 하면, “언제 1차 엑싯을 할 수 있지” 정도 될 것 같다. 기업의 지분율은 항상 희석되는데, 요 희석은 좀 있어보이려고 dilution이라고 영어로 많이 이야기한다. 암튼 대표의 지분은 처음부터 희석되기 위해 생성된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20세 정도까지 성장한 다음, 서서히 늙어간다고 했던가. 지분도 마찬가지, 점점 줄어들어 간다. 완전 좋은 모델과 기회로 처음부터 매출 빵빵하게 끝까지 오너 지분 100%로 갈 수 있지 않은 이상에야. 힘들어 뒤질 것 같은 죽음의 계곡 (혹은 임계점, 혹은 대쓰밸리)의 초입부터 지분은 희석되어 간다. (다른 말로는 투자를 받는다.) {물론, 기업의 역사가 좀 오래되면, 증자나 기타 방식을 통해 잃어버린 주식을 더 비싼 값을 주고 다시 사기도 한다. 대가를 지불하고, 오너십(발언권, 의사결정권)을 찾아오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실 스타트업이던 기업이던 어지간히 궤도에 오르지 않는 이상 대표가 월급으로 돈을 벌기란 매우 어렵다. 리볼빙도 좀 하고, 주변에서 돈 도 좀빌리고, 구주를 조금씩 매각하면서 = 사내 발언권을 조금씩 포기하면서) 근근히 지탱하다가. 궤도에 오르면 배당도 받고, 연봉도 올리고 (아쉬운 것은 정관에 따라 대부분 이사회 혹은 주총 결의 사항이라 남들도 니가 얼마 받는지 다 안다) 하면서 롤스로이스도 몰고, 퍼스트 클라스도 타고 그러는거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시작했다는 명예에 대한 보상이다. 사실 이 세계에서 돈 말고 제대로 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하다. 사업 자체를 돈 벌려고 하는거징. 드러커 아재가 말한 것처럼 기업이란 이윤 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성장의 임계점은 어디인가.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는 언제인가. 대부분의 기업의 성장 주기는 한 상품의 주기와 비슷하다. Life cycle of product. (크...똑똑해보인다 ㅋㅋ) 초기에 힘든 시점을 지나면 기업은 “쾌속성장기(快速成期,急速成期)”에 돌입한다. (저는 경영학을 중국어로 배워서 중국풍 단어 선택은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당) 아마, 힘든 시점을 이겨내기 위해 혹은 처음에 시작하기 위해 Seed로 10% 정도를 내주고 투자를 받았을 꺼다. 쾌속성장기에 돌입하면 그 성장속도...아니다, 그 기울기를 맥시멈으로 올리기 위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업계에서는 Series A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 너네 이제 돈 벌 준비가 되어있네? 우리가 돈 투자하면 더 벌겠네? 그럼 기업 가치가 이 만큼 올라가겠네? 그럼 우리 지분이 300~400%정도 가치가 올라가겠네? 좋아 그럼 한 2년 보고 투자해볼께. 이 정도 생각이 들게 만들면 투자자가 투자를 하게 된다. 물론 초기 기업의 경우에는 투자자의 어떤 권한도 보장되지 않는 보통주보다는 이것저것 본인의 본전 보전을 위한 장치를 해놓기도 한다.

이 시기가 지나가고 가면 성장안정기(定成期)에 돌입한다. 성장통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야근하다가 몸이 축나서 퇴사한다고 하고, 잘 나가는 회사가 되고 나니 핵심 멤버에 대한 스카우트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만나자는 사람도 많아서 만나고만나고만나고만나고만나고 나면 좋은 친구들이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뒷통수 치고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서 생전 상관 없을 것 같던 경찰서 경제부나 법원에 들낙날락 거리고, 분명 계약대로 했는데 퇴사하고 나서 노동청에 고발해서 출두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고(노동청 호출은 노빠꾸임, 일단 호출되면 출두해서 합의를 하던 해야함), 대외적인 PR이슈에 골머리 아프기도 하다. 뭐 이것 뿐이랴. 암튼 남 잘되는 거 보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 덕에 상상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고민거리는 “우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이다. 업태와 BM이 변화하지 않으면 이 다음 phase에 찾아올 ‘성장침체기’에 대처하기 위한 고민이기도 하다. 간편하게는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잘 하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제일 간편한 방법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업가는 보기보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현금이 쌓여있는 회사의 대표라면 가장 원초적 고민이 없는 거라 상대적으로 행복한 거다. (CEO에게 절대적 행복이란 사실 엑싯 전에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 문제는 요새 내가 가장 골머리 앓고 있는 문제다. 물론 나는 대표는 아니지만, 광고 대행업의 upcycle은 어디인지가 고민이다. 사실 모든 산업의 대행업은 fee베이스 이다. 광고 대행, 모댈 대행부터 시작하여 컨설팅, 연예 기획사, 스포츠 에이전트 등 큰 파이의 N%를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매출이 1천억이 되고, 1조, 10조가 되어도 수익율은 일정하다. 오히려 고정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수익율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대행업만 하게 되면 이 사슬을 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런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모든 업종은 신사업을 기획하게 된다. 신사업은 있어보이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율 개선을 위한 (즉, 고마진을 줄 수 있는) 작업이다. 이 신사업이 잘 진행되면 수익율이 개선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올라갈 수 있는 upcycle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사실 성장의 상한선이란 매출이 미친듯이 뛰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매출을 하더라도 조금더 효율적 수익구조를, 다시 말해 건강한 재무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막말로 1조 매출에 100억 수익내는 회사랑 500억 매출에 100억 수익 내는 회사랑 어디가 더 내실있어 보이겠는가. 회사의 유동성은 인체의 혈액 순환과 비슷하다. 똑 같은 100억의 유동성을 가지고 있다면, 몸집이 더 작은 회사가 알짜다. (단, 최소 중기 이상의 안정성을 보이는 것이 중요함)

그렇기 때문에 가치를 만들어 내는 회사에 대한 시선이 집중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업종/회사보다 좋은 가치 사슬과 좋은 가치를 주겠다고 만들어진 업력이 얼마되지 않는 회사를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모바일 기반, IT기반이긴 하지만 영역 이외에도 사회를 혁신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있다. 다만, 이상을 중요시하는 스타트업은 단기간의 수익 전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가 창업자의 이상을 존중하며, 아무리 마이너스가 나도 뒤에서 지원해 주는 경우에만 잭팟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투자자를 잘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Seed 투자자가 Series B,C에도 남아있으면서 추가 펀딩을 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여기는 무조건 괜찮은 회사다. 음, 원래 down round라는 무시무시한 (전 펀딩 라운드에 비해 밸류에이션을 낮게 받는 것: 회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경우) 개미 지옥 때문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겠으나, 이 경우에는 이미 법률적으로 조치가 취해졌을 가능성이 높고.

암튼 말이 좀 샜는데, Series B단계는 성장 안정기 시점이다. 이 시점에 창업자의 꽤 많은 퍼센트의 구주가 엑싯된다. 이 글의 초반에 언급했던 창업자가 슬슬 배부르면서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이자, upcycle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 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빨리 성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클 수 있을까. 이 성장이 멈춘다면 과연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내일 당장 세상이 망하더라도 나는 사과나무..아 이건 아니고.

투자의 주체로 놓고 보았을 때에는 Seed/Angel을 넘어서 VC와 이별을 고하고 PE에게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혹은 SI를 통한 기업 합병도 하나의 옵션이 된다. 점점 양복입은 사람들과의 여의도 회동이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며, 왠지 모를 자본 세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시점이기도 하다. 원래 어중간하게 성공한 사람에게 가장 많은 유혹이 있는 법이다. 롤스로이스를 산다면 이 시점에 사야한다 ㅋㅋ (사실 안사는게 좋다. 타다 탑시다.) 롤르로이스 사진 인스타에 올리면 자산 관리하시는 분들이 엄청 팔로우 할꺼다. 고객님과 함께 호흡하는 부지점장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전국 1등도 진짜 많음. 유상무상무들인가. 그리고, 진짜 개성공하면 제너시스나 에쿠스 타고 다녀야 함. 사회란게 그렇더라구.

암튼, 나는 조직에서 upcycle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평균보다 작은 키로 성장이 멈추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체중 증가로 또 다른 upcycle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ㅋㅋ 나름 이 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2019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성과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1월부터 이래저래 태클이 걸리고 있다. 이제 1월도 끝나가서 11개월 남았는데, 벌써부터 조바심이 든다. 과연 upcycle은 올 것인가. 일단 어서 롤스로이스 뽑을 수 있는 지갑 사정부터 만들어야 겠다. 금주도 열심히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00호우의 시대인데 90호우만 보고있지는 않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