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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Aug 22. 2019

함부로 내뱉지 말라. 성공이라는 말.

쥐도새도 모르게 성공의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이미 여기저기서 많이 쓰여서 전혀 새롭지 않은 야구계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을 한 뉴욕 양키스의 요기 베라가 포수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건 사실 용기를 북돋는 말이기도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는 것에 대한 경계라 볼 수도 있다.


9회말 3:2, 2사 만루 (뻔한 상황)에 상대는 4번타자. 마무리 투수에게 올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긴장하라고 외치는 포수의 말이라 생각하면 이 말은 조금 무서워진다. 실투 한 번에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는 살얼음판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가장 자신있는 공(방식)을 택하는 것 밖에 없다. 위기 상황에서 요행은 없다. 가장 자신있는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안되면 또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생의 3대 불행 중 하나가 청년출세, 소년등과라고 했다. 유의경이란 양반이 편저한 세설신어에서는 인생의 3대 불행을 이야기하며 [少年登科, 一不幸], [少年登科, 不得好死]라 적었다. 소년등과한 사람치고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섬뜩하다. 100세시대라고 하는데 일찍 성공한다 하여 중장년이 행복하리라는 법도 없고, 일찍 성공한 부유한 영&리치가 한방에 인생을 말아먹는 경우도 매스컴을 통해 가끔 전해지곤 한다.  


스타트업계는 기본적으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장이다. 그래서 일찍 성공한 사람도, 일찍 성공해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 중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부류이다. 투자금은 기본적으로 남의 돈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갚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일견 행운이나, 그 만큼의 불행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본시장의 하이리스크의 끝에는 사채업이 있다. 일수찍고 다니는 최악의 금융상품이다. 그래서 최악의 상환 최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남의 돈을 쓴다면 최고 방식에 대한 두려움부터 갖아야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 = 내 구주를 전부 팔아서 없애고, 경업금지 및 퇴사제한이 끝날 때까지 성공이라는 것은 입밖에 내서는 아니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 = 기본적으로 은퇴를 하기 전까지 (그게 정년퇴직이던, 아니면 그 업계에 대한 은퇴이던) 아무리 성공했어도 돈이 없어지는 방법은 수만가지다.


그래서 가끔 남의 돈을 자기의 성공인양 포장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곤한다. 내 것이 아니면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남의 것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이제 신주 등기 서류를 들고 법무사와 미팅하러 가는 길. 남의 돈을 받을 때는 이렇게 경계하며 불편해 해야 그나마 약속한 것의 절반이라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경영의 신이 모든 여러분과 함께하길.


그리고 마침내 도비처럼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오길. 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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