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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Mar 19. 2021

탈모가 오면 삭발이지

공수래, 공수거. 공두래, 공두거

밥먹고 졸린데 2대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M자 탈모 사진인데, 물론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지만, 드디어 성별을 제외하고 또 다른 공통점이 생겨 반갑기도 했다. M자는 시작일 뿐이니 어서 머리를 미는 것을 추천한다. 가필드는 두상도 예쁠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걱정이 없어지는거다. 삭발은 탈모인에게 일종의 아우팅이기도 하지만, 가장 떳떳해지는 법이기도 하다. 인간은 털이 없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에 대한 증명을 또 네가 해주니 이는 금요일의 wow라 하겠다. 두피에 애프터 쉐이브를 바르는 날이 네가 자유로워 지는 날일꺼다. 경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그 너머가 보인다.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활강하는 면도칼의 트위스트는 가끔 쾌감을 주기도 한다.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 했던가, 탈모인은 가능하다. 탈모인은 멘탈도 강하다.



언젠가 탈모는 극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탈모란 희망고문이 핵심 BM이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따지고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이어트를 해도 말랐지만 늙은 나로 변화할 뿐이다. 변화를 두려워 할 필요 없다. 인간이란 항상 변화에 적응하는 쪽으로 진화하지 않았던가. 영생을 이모탈이라 했던가? 이모탈의 탈이 탈모인을 뜻한다ㅋ 이 모든 것은 탈모인이!



어차피 우리 세대에는 탈모란 희망고문으로 돈을 탕진하고 결국 삭발 혹은 모발이식으로 귀결되고, 모발 이식은 또 다른 탈모를 낳고, 그러다 두피 문신을 고려하게 된다. 겪어보니 검은콩 이런거 먹으면 머리랑은 상관없고 건강해지긴 한다. 건강한 대머리가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자, 빠질 머리는 빠지는 거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다 상관없다. 원래부터 빠질 팔자였던 것이다. 가는 머리카락은 보내는 것이 성년의 자세다. 처음만 어렵다. 그리고 지나고 보니 느끼는건데 탈모는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소수자도 아니다. 이 작은 대한민국의 천만이 탈모다. 삭발인은 그 선두에 있을 뿐이다. 상위 0.01%인 것이지.



스파이더맨의, 핵소고지의 꽃소년을 기억한다. 피칠갑을 해도 후광이 비치던 네 풍성한 시절을 추억한다. 그리고 이제는 공동 탈모 운명체로서 더 빛나는 네 미래가 있기를 기도한다. 이제 시작이다.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 없다면, 아예 더 빠른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늦추는 그 기간동안 소요될 흑채, 프로페시아, 미녹시딜은 네 현금 흐름에 지장을 줄 뿐이다 (물론 티도 안날 것이란 것을 잘 안다). 한국도 탈모 환자라고 하면서 탈모 치료는 의료보험도 안된다. 사의료 천국인 미국은 더 하지 않을까. 그런 기회비용..아니지 이정도는 그냥 버리는 비용이다. 그런 씨발비용은 이제 필요 없지 않나. 그리고 돈 써도 안된다. 제프 베조스도, 손정의도 동서양 통틀어 돈많은 사람 탑에 들어가는 사람들 모두의 이마는 비어있다. 비움의 미학이 있어야 비로소 성공한다는 반증이다. 뭐 모 연예인의 헤어스탈을 두고 깐XX, 덮XX 하며 이미지 비교를 한다는데, 민XX가 알짜다. 어차피 못생기면 오징어라고 하는데, 머리있는 오징어랑 없는 오징어랑 다를바 없다. 오징어에 털달리면 더 이상하다. 물론 가필드는 잘생겨서 오징어 소리를 들을 일은 없겠다만.



그래도 살아야겠다면 어서 터키에 가라. 이스탄불 공항에서 머리에 붕대감은 대머리들이 오가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한국 천만 탈모인이 강남의 두발이식 병원에 모인다면, 전세계 10억 탈모인의 성지가 이스탄불이라 하더라. 모발이식하고 격리기간 동안 생착시키면 된다. (생착률이라는 말도 얼마나 비참한가, 이식한 머리가 100% 사는 것도 아니여서 살아서 붙어있는 확률을 따진다는 것이) 역시 동방과 서양이 만나는 곳은 오묘하다. 하지만 이 역시 빠질 것이다. 가발은 비추다. 말 그대로 털모자라 여름에 죽는다 진짜. 예쁜 모자가 얼마나 많은데. 역사적으로 탈모를 극복한 사례보다, 탈모에 적응한 사례가 많다. 남성복 시장의 트렌드가 모이는 삐띠 워모의 스틸컷들을 봐도 절반이 대머리다. 패션 대머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첫사랑이 아니라 대머리다. 첫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 했던가. 대머리는 무조건 이뤄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머리카락 그거 뭐라고 그렇게 미련갖으며 잡고 있으려 하니. 머리카락이 날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머리카락을 놓아주는 것이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 정도 되는 것이다.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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