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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Mar 22. 2021

봄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당신의 마음 속 온도와 관계 없이요.

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냥 날이 따뜻해지면 막연히 '아, 봄이구나'하고 살았는데, 문득 봄의 정의가 궁금해 검색해보니 기상학적으로는 3~5월을 봄이라 한답니다. 그러니 지금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모두가 봄을 맞은 셈이지요. 당신의 마음 속 온도가 어떠한지와는 관계 없이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좀 냉정한 것도 같지만요.

지난 한 주는 너무 더워서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봄이네, 봄이야!'하고 새삼 되새겼는데, 오늘은 또 갑자기 날이 쌀쌀해요. 꽃샘추위겠죠. 꽃을 샘내는 추위라니, 너무 귀여운 말인데! 막상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 들어오니 거참 별 샘을 다 낸다 싶어서 헛웃음이 나요. 자기 차례가 지나면 안녕히, 잘 물러날 것이지, 뭘 시샘 씩이나.

이번 주말은 몸살이 좀 심하게 와서 약을 먹고 자는 일만 반복했어요. 겨우 약기운을 떨치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일요일 밤도 지나 월요일 새벽이 됐어요. 저는 마음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라, 가끔 이렇게 마음을 긁어 쓰고 나면 몸에 병이 와요. 평일엔 어찌어찌 잘 견뎠는데 주말에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된통 앓고 말았습니다.

한번 결정한 일에는 미련을 갖거나 되돌아보지 않는 성격인데, 요즘은 그게 잘 안 돼요. 한 걸음 뗄 때마다 자꾸 휙하고 뒤를 돌아보게 돼요. 아직 거기 그대로 서 있을까, 싶어서 자꾸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요. 어쩌면,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놓을 기회를 너무 쉽게 놓아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하고요.

일단은 이쯤 서 있으려고요. 억지로 떼는 걸음은 역시 너무 무거워서, 먼 길을 가기에는 그리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거든요. 어지러운 멀미가 가라앉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면 그때 걸음을 뗄까 합니다. 혹시, 당신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같은 방향으로 걸읍시다. 내 바로 옆에 붙어 걷지 않아도 되고, 내 속도에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요. 어차피 잘 모르는 길이라면, 혼자 걷는 것보단 그래도 둘이 걷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누구 하나 구렁텅이에 빠지면 잡고 올라올 나뭇가지라도 내려줄 수 있잖아요. 그러다 걷고 싶은 방향이 달라지면 건승을 빌며 헤어지면 되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요, 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거예요. 이해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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