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냄새를 맡는 걸 좋아하는데, 올해는 봄도 여름도 싱겁게 흘려 보내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신 낮 기온이 30도를 넘었다느니, 강도 높은 방역 수칙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한강이며 청계천에 열대야를 피해 나온 인파로 북적인다는 내용이 보도되는데, 늘 적당한 온도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내 작은 방 안에서는 그리 와닿지 않는 느낌이고.
억지로라도 들뜨고 싶은 마음에 가장 좋아하는 시티팝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봐도, 에잇, 신나지가 않네. 온라인으로 주문한 네일컬러를 꺼내 엄지 발톱에 색을 입히다 보니, '어라, 여름이다'.
발등에 샌들 모양으로 우습게 탄 자국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어라, 여름이네. 아쉽다. 분할 정도로 아쉽다. 매일 출퇴근 길에 생긴 발등 탄 자국 따위로 여름 냄새를 맡는 건 너무 아쉽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