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모니카 Sep 26. 2022

결국, 오리지널리티

내 경험만큼 리얼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공중파 방송용으로 다듬어진 대답 말고, 진짜 툭 까놓고 말할 수 있는 ‘유튜브 수위’로 콘텐츠를 구성했다. 아이돌들은 정말 기획사에 연애까지 통제 당하는지, 회사 몰래 연애하는 케이스는 없었는지를 내 경험을 바탕으로 허심탄회하게 풀었다.


나름 야심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조회수는 그리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았다. 그나마 위안인 건, 그래도 지난 ‘카피캣’ 콘텐츠들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라는 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비하면 유튜브는 더 높은 산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영상을 기획하는 시간, 촬영하는 시간, 그걸 또 편집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한 편당 며칠씩 걸렸다. 근데 돌아오는 건 고작 백 남짓한 조회수라니.


하, 그래도 한국인은 삼세번이랬다. 밥 안 먹는다는 아이한테도 정말 안 먹을 건지 세 번은 물어본다. 그런 심정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돌 콘텐츠를 기획했다. 딱 깔끔하게 이것까지만 하고 접자. 안 되면 인스타그램 열심히 키워야지, 뭐.


그렇게 두 번째 콘텐츠인 ‘아이돌 그룹 내 기싸움 실체’와 세 번째 콘텐츠인 ‘아이돌 외모 관리 방법’을 만들어 올렸다. 모두 내 경험담을 덤덤하게 말로 풀어낸 영상이었다. 아이돌 산업은 분명히 빛과 그림자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가감 없이 말했다. 나는 ‘화술’만 하고, 판단은 영상을 본 사람들이 하도록 두었다. 그 결과, 이 두 영상은 첫 번째 콘텐츠보다는 확실히 조회수가 잘 나왔다. 올린 지 며칠만에 각각 조회수가 1000까지 올랐다. 이제 슬슬 반응이 오는 건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랬다고, 서둘러 다음 콘텐츠를 구상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수상할 만큼 알림이 오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하루에 한 번 울릴까 말까 하던 알람이 왜 이렇게 울려댄담. 유튜브 오류인가? 나는 굉장히 의아한 상태로 유튜브 앱을 열었다. 그리곤 경악했다. 엥, 이게 다 뭐야? 내 영상에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조회수도 무서울 정도로 올라 있고. 대체 무슨 일이야.


댓글들을 쭉 살펴본 뒤에야 이 난리의 원인을 찾았다. 얼마 전에 올린 두 번째 콘텐츠를 누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한 거다. 내 영상이 여기저기 추천되며 시청자가 유입되는 바람에, 유튜브 메인 화면 ‘실시간 인기 동영상’ 리스트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영상은 말 그대로 ‘떡상’했다. 나의 두 번째 영상은 조회수가 50만까지 오르고 나서야 진정했다. 조회수 1000만 나와도 대박났다며 춤을 추던 변방의 유튜버에게는 실로 입이 떡 벌어지는 성과였다.


게다가 영상 하나가 툭 튀어 오르자, 분수효과로 다른 영상들도 조회수가 올랐다. 인기 영상으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내 채널의 다른 영상들도 한 번씩 봐준 거다. 특히 결이 비슷한 아이돌 콘텐츠들은 조회수가 몇 만씩 점프했다.


문제는, 채널에 올려둔 콘텐츠가 워낙 적어 그 폭발적인 유입을 다 받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껏 채널에 들어온 시청자들은 ‘에이, 생각보다 볼 게 없네’하며 그대로 나갔다. 아이돌 콘텐츠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볼 만한 영상은 고작 두세 개뿐이었으니까. 이래서 기회도 준비된 자가 잡는 거라는 말이 있나. 그래도 그 이벤트 한 번으로 구독자가 5000명 가까이 늘었다. 이 정도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자축했다.


혹자는 ‘아이돌이라는 키워드가 어그로 끌려서 그런 거 아닙니까’하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이 잘 하지 않던 이야기를 내 입장에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던 게 그 영상의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헤어디자이너였다면, ‘헤어디자이너가 절대 추천하지 않는 시술’ 같은 콘텐츠를 기획했을 거다. 사람들이 정말 궁금해하는데,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던 주제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게다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느낀 바에 대해서만 이야기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갔으리라 생각한다.


아무튼, 나 구독자 5000명 유튜버 됐어! 이제 유튜버들끼리 모이는 ‘오픈 대화방’에도 당당하게 낄 수 있게 됐다. 다수의 오픈 대화방 참여 조건이 구독자 1000명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구독자 1000명은 유튜브에 공식적으로 수익 창출 신청을 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아마 그 정도는 넘겨야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유튜브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거겠지? 그렇게 나는 ‘어엿한 유튜버’가 됐다.


낀플루언서 TIP. 본인의 채널을 키울 때에는 컨셉을 확실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저것 중구난방 콘텐츠를 올리면 채널의 정체성이 희미해집니다. 예를 들어 요리 채널을 운영한다면 자취생 메뉴, 호텔 레시피, 채식 요리 등 좀 더 특이하고 날카로운 타겟팅이 좋겠죠? 저도 ‘썰튜브’로 뭉뚱그리지 않고 ‘아이돌 썰’만 풀었다면 영상이 떡상했을 때 분수효과를 톡톡히 봤을 겁니다.ㅠㅠ



매거진의 이전글 잘 나가는 유튜버를 따라해봤더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