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직장인 J 형님과 1회 차 컨설팅을 진행했다. 미리 형님이 궁금한 주제를 전달받았는데, 그 주제는 바로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떻게 적절하게 인사하고 소개해야 하지?'였다.
'오! 완전 1회 차 컨설팅에 어울리는 질문이잖아?' 그런데 쉽고도 어려운 질문인데...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걱정 한 스푼되기 시작했다.
컨설팅 1회차 주제
첫 번째 질문,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인을 만났을 때 어떤 인사말이 어울리나요?'
J형님은 3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갔기 때문에 완전 미국인이다. 미국인인데 부모님의 영향으로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그럼에도 한국 사람과의 첫인사는 부담된단다.
J형님: Hey. JK(내 영어이름, JK김동욱이 멋져 보여 따라했다). 만나서 반가워가 맞니? 만나서 영광입니다가 맞니? 아니면 환영합니다가 맞니?
JK: 형님. 그냥 하고 싶은 데로 하세요. 기분 내키는 대로.
J형님:... (얘는 머지? 저렇게 컨설팅할 거 같으면 왜 하지? 같은 표정을...)
JK: 형님이 말한 인사는 미국식인 거 같은데, 인사는 그냥 '안녕하세요'라도 해도 돼요. 큰 의미는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더 중요하는 거는 형님을 부동산 Broker(브로커)라고 소개하시죠?
J형님: Yes. I am an associate broker.
JK: 브로커라는 말 쓰지 마요.
J형님: What????????
형님은 진짜 놀랐다. 마치 자기를 부정당한 것처럼. 아니, 직업이 브로커인데 브로커라고 부르지 말라니. 이 무슨 홍길동적인 금기어란 말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라는 것처럼.
나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한국에서는 브로커가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뽕* 브로커, 입양 브로커, 장기매매 브로커 등등 한국에서 브로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는 요즘 마약 관련 르포르타주 <뽕의 계보>를 읽고 있다. 그래서 마약 브로커라고 표현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현장용어인 뽕이라고 표현했다. 양해 구한다. 뽕은 실제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뽕의 역사'는 그 어떤 역사보다도 재미지다. 해방 후 대한민국 성장 역사의 뒷면을 보는 기분이다.
뽕의 계보라고 쓰고, 대한민국의 성장 뒷면이라고 읽는다.
J형님: 아니. 부동산 브로커 되려면 진짜 힘들단 말이야. 에이전트(Agent)에서 X년간 실무 경험 쌓고, 또 시험도 봐야 부동산 브로커 될 수 있어.
JK: 알아요. 형님. 그런데 어쩌겠어요. 내가 다른 예를 들게요. 로비스트(Lobbyist) 알죠?
J형님: 알지. 근데 로비스트 아냐. 로ㅏ비스트야.
JK: 그래요. 그 로ㅏ비스트. 한국에서는 로ㅏ비스트도 부정적인 의미예요.
J형님: What??????? 미국은 로ㅏ비의 나라야, 롸비스트는 엄연한 직업이고, 잘 나가는 로ㅏ비스트는 돈도 많이 벌어.
JK: 알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예전에 난다김인가 난리김인가 그 사람 때문에 로ㅏ비스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미국이랑 달라서 법으로도 아직 로ㅏ비에 대해서 명시하지 않고 있구요.
J형님: 그렇군. 아주 중요한 정보야. 고마워 JK. 그럼 브로커 대신 머가 좋을까?
중요체크 성공
JK: 음... 컨설턴트??
J형님: 오우...
실제 J형님이 보내는 메일. 미국에서 브로커는 정당한 직업이다.
두 번째 질문, 'C레벨의 갑질 대처법'
J형님의 일은 부동산 중개업인데,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적절한 공장이나 사무실을 대신 찾아주고 거래를 성사시키면 성공 보수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국 기업들의 의사 결정자인 C레벨(J형님의 표현, 내식대로 표현하면 그냥 회사에서 좀 높은 꼰대)의 마인드가 이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J형님: 그 그 그그그 머지 그 C레벨… 그 arrogant(거만한)한 그거.
JK: 지랄병??
J형님: 지이이이뢀?
JK: 농담이구요. 갑질? 꼰대?
J형님: 오 맞아. 갑질. 그런데 콘대는 무슨 말이야?
JK: 콘대가 아니구요. 꼰대. K.K.O.N.D.A.E.
J형님: 그래. 콘대. 콘대가 무슨 뜻이냐고.
JK: 갑질하는 사람이요. 갑질하는 사람을 콘대라고 그래요.
J형님에 따르면 우선 한국 기업의 높은 사람인 C레벨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우선 부동산 중개업자를 너무 무시한다는 것. 특히, 변호사와 비교하면 완전 개무시를 한다는 것. 아무래도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는 변호사를 우선 끼고, 부동산 중개업자를 마지 못해 끼는 성향이 있는데(우리 회사도 그랬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브로커를 너무 무시한다는게 형님의 설명이었다. 미국에서는 오히려 필드에서 부동산 브로커를 더 인정해준다는 호소력 짙은 호소와 함께.
JK: 맞아요. 형님.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자가 들어간 직업에 대해 한수 접고 들어가는게 있죠.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가 한국에서는 유명한 빅4‘사’예요. 미국 변호'사'는 아무래도 미국산 프리미엄이 있겠죠. 그래서 형님이 더 그렇게 느낄 거예요.
J형님: 대응 방법은?
JK: 없어요. 형님이 돈 벌고 싶으면 참으면 되고, 돈 벌기 싫으면 때려치면 되죠.
J형님: …
그리고 좀 장황한 설명을 덧붙였다. 왜 K회사의 높은 양반들이 콘대가 되었는지 나만의 생각을 들려줬다.
우선은 군대문화,
J형님이 만나는 C레벨의 콘대는 보통 60년대 생이 많을텐데, 형님이 만나는 한국의 60년대 생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왔다. 그것도 아주 빡세게 다녀왔다. 20대 초반에 3년간 빡세게 굴렀던 80년대의 군대가 그들의 인생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군대라는 마리오네트가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사실은 그들이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던 7080 시절은 한국이라는 사회 자체가 거대 군대였다. 군대에서는 자기보다 아래로 보이거나 생각되면 명령한다. 그게 갑질이다.
한국의 압축성장.
한국은 80년 대와 90년 대를 거쳐 '한강의 기적(최근에는 노벨문학상으로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을 이뤘는데 이 때 남들 배려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부치는 최신 경영 방식이 유행했다. 그 때는 성장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에 나름 정당성이 부여되었는데, (사실 누가 부여한 정당성인지 출처는 모르겠다) 그 정당성을 바탕으로 어쨌든 경제가 발전했으니, 그 때 잘 못 성장한 콘대는 환갑이 넘어서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몸은 자랐는데 정신은 사춘기에 머무르는 미숙한 상태라고나 할까.
Wow, So different!! 형님의 반응은 진짜 이랬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문화차이 무엇!!!!! 정도 되겠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서비스 타임으로,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쿨팁(cool tip)을 알려주며 오늘의 수업을 마쳤다.
JK: 형님. 만약에 한국인 상대방이 이것저것 요구하고 분명히 필요도 없는데 위에다가 보고하려고 무리한 걸 알아보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예요?
J형님: 안된다고 해야지. 시간은 돈이야. 소중해.
JK: 오늘 수업 괜히 했네. 그러면 안 돼요. 돈 벌고 싶잖아요. Ok??
J형님: Ok. 도대체 어떻게 해야 돼?
JK: 일단 면전에서는 무조건 알겠다고 OK 하세요.
J형님: What??? 거짓말하라고??
JK: 아놔. 거짓말이 아니고, 사회생활. 한국식 영어 콩글리쉬로는 쇼잉 showing.
J형님: 그 다음은?
JK: 형님이 판단해서 '진짜 의미없는 짓이다'면 하지 마요. 대신에 나중에 말 할 때는 해봤는데... 이러이러해서 안됐습니다. 약간의 겸연쩍은 표정과 함께. OK?
J형님: Ok!! Thank you so much.
나의생각은 이렇다. 온갖 Tool과 이미 먼저 다녀가신 분들의 경험이 더해져 굳이 안해도 되는 일(특히, 높으신 분들의 보고의 보고의 보고를 위한 일)은 굳이 안해도 된다. '임자 해봤어?'가 먹히는 시대는 Tool도 없었고, 경험도 부족해서 일단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시대라서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