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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재취업한 50대의 비밀

비밀 아닌 비밀

by 바그다드Cafe

A 공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A 공기업은 국가 기간산업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한 번 들어가면 웬만해선 안 나오는’ 그런 회사입니다. 조직 분위기요? 살짝 폐쇄적인 편입니다. 외부 변화엔 민감하지 않고, 내부 사정은... 알 사람만 아는 그런 스타일입니다.


그런 조직도 세월을 이기긴 어렵습니다. 아무리 안정적인 공기업이라도 위로 올라갈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언젠가는 '퇴직 후의 인생 2막'을 고민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2막이 생각보다 좁다는 겁니다.


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은 분들은 대개 A 공기업과 연관된 업무를 다시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력과 네트워크가 그쪽에 몰려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분야라고 다 되는 건 아니랍니다.


어느 날 지인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퇴직 후에도 잘 나가는 분들 있잖아. 그런 분들 보면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설마, 중국어 회화? 혹은 블록체인 투자?’


아니었습니다. 지인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랫사람한테 잘하던 사람이더라고.”


... 그렇게 쉽고, 그렇게 어렵게.


지인의 말은 간단했지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직급이 방패가 됩니다.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실리고, 회의 때 조용히 앉아 있어도 ‘존재감’이 됩니다. 하지만 회사 밖은 다릅니다. 직급은 내려놓고, 인간관계는 다시 쌓아야 합니다. 그때 중요한 건 과거의 ‘권위’가 아니라, ‘평판’입니다.


후배에게 인정받는 선배, 동료에게 존중받는 팀장은 퇴직 후에도 일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 선배랑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사람이니까요.


반면, 평소에 후배들에게 “야, 그거 했어?”만 외치던 분들은... 아무도 연락 안 합니다. 연락처도... 그분이 회사를 떠남과 동시에 차단했겠죠...


사실, 직장생활이라는 게 매일 조금씩 써 내려가는 ‘비공식 이력서’ 같은 겁니다. 그 이력서엔 자격증도, 성과도 있지만- 제일 결정적인 항목은, 사람들의 기억입니다.


“그 사람, 일은 좀 빡세게 시켰지만, 밥은 꼭 사줬지.”

“말은 세지만, 뒤끝은 없었어.”

“진심으로 팀을 챙겼던 선배였어.”


이런 이야기가 ‘퇴직 후 연봉보다 값진 자산’이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됩니다.

나는 후배에게 어떤 선배일까요?

동료에게 어떤 동료였을까요?

내가 떠난 이후에도 누군가 “그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다”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요?


성공적으로 재취업한 50대는 단지 실력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퇴직 전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꾸준히 쌓아온 분들이었습니다.


요즘은 자산도, 커리어도, 전부 ‘구독형’입니다. 아무리 잘 나가던 시절이 있어도, 그게 평생 보장되진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회사에서 쌓아야 할 진짜 자산은 무엇일까요? 그건, 함께 일한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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