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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만 배우면 부자 된다더니...

아니었어...

by 바그다드Cafe

얼마 전, 제목만 보고도 한숨이 나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코딩만 배우면 부자 된다더니 다 망했다”… 청년들 ‘알바’도 못 구하는 현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520066?cds=news_my


제가 사회 새내기 시절인 10년 전만 해도, 코딩은 ‘미래를 보장하는 열쇠’였습니다. 퇴근 후 6개월만 학원 다니면 연봉이 두 자릿수로 오른다는 말이 돌았고,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을 받아 ‘조기 은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처럼 회자됐습니다. 심지어 ‘코딩이 새로운 영어다’라는 말까지 유행했습니다. 저도 팔랑귀인지라 코딩을 조금 깔짝거리다 포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뒤, 현실은 조금 다르게 흘렀습니다. AI가 등장하자 기본적인 코딩 업무의 상당 부분이 몇 초 만에 처리됩니다. 버그를 잡고, 문법을 맞추고, 예제를 제시하는 일은 이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그 결과, ‘기본적인 코딩 능력’만 가진 사람들의 가치는 빠르게 떨어졌습니다.


물론, 모든 개발자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절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잘 나가는 개발자들도 있습니다. 차이는 간단합니다. 'AI를 도구로 쓰는 사람이냐, AI에 쓰이는 사람이냐'입니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AI에게 시키는 일을 잘게 쪼개서 맡기고, 본인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를 풀어냅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과 사용자 경험,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쯤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는 전쟁 무기도, AI도, 심지어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살았지만, 커리어 생존 전략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최신 기술을 배워도 결국 방향을 잃게 된다는 겁니다. 뼛속까지 문돌이인 제가 코딩을 깔짝거렸던 것처럼요.


현대 심리학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 높은 사람은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고 합니다. AI 시대의 성공 방정식은 ‘기술력 × 자기 인식’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과 시장에서 돈이 되는 일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 간극을 모른 채 ‘요즘 뜬다’는 이유로 기술을 배우면, 10년 뒤 또 다른 유행 앞에서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코딩을 배우기 전에, 자기 사양서를 먼저 작성해라.”


간단합니다. 내가 가진 강점, 내가 즐기는 일, 내가 피해야 할 환경을 적어보는 겁니다. 나를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남들과 다른 깊이 있는 성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알면 기술은 ‘도구’로서 금방 맞춰서 배울 수 있습니다. AI가 세상의 모든 코드를 짜줄 수는 있어도, 내 인생의 방향까지 짜주진 않기 때문입니다.


유행하는 기술을 좇기 전에, 나라는 사람의 매뉴얼부터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진짜 커리어 보안 패치입니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필수 언어는 코딩이 아니라 ‘나를 해독하는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모르면, 최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도 결국 에러 메시지만 쌓입니다. 그리고, 이건 소크라테스도, 스티브 잡스도, 아마 당신의 팀장님도 동의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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