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동안 이어진 인연
*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줄거리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외롭고 고독하게 살아오던 채옥의 눈앞에 태상과 닮은 호재가 나타났다. 79년 전 그때처럼 두 사람은 골목에서 난투를 하고 서로 마주 보고 서게 된다. 하지만 호재는 그녀를 몰라봤다. 애달프게 그의 이름을 부르며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마음은 움직였지만 전혀 모르는 여자였다.
뭐가 이리 쓸쓸해...
마지막 장면을 봐도 결국 쓸쓸함이 잔잔하다.
연출: 정동윤, 조영민
극본: 강은경
출연: 박서준, 한소희, 수현, 이무생, 배현성 등
장르: 스릴러, 범죄, 액션, 미스터리, 크리처, 멜로, 로맨스
스트리밍: 넷플릭스
회빙환이나 뱀파이어, 구미호, 도깨비등 영원한 존재나 시간이 등장하면 나도 모르게 재빨리 머리를 돌리는 버릇이 있다. 이번 작품의 경우는 앞머리 흘러내린 박서준 배우를 보며 두 캐릭터가 동일인물일까 혹은 닮은 후손일까, 동일인물이라면 어쩌다 나진을 받았을까? 온갖 질문이 줄줄 떠올랐다. 가끔은 그 선을 넘어 작가의 의도까지 헤아리려 한다. 작가라면 분명 저 호재는 장태상이 맞을 텐데, 그럼 나진을 갖고 있다는 뜻인데 왜 채옥을 못 알아보지?
근데 그 아기는 어떻게 컸을까? 분명 빌런일 테지만 명자가 착했으니 착한 역으로 나올까.
이제 막 시즌2 1편 시작했을 뿐인데 성격 급한 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마구 질문을 흩트려놓고 내용을 유추하려 했다. 아마도 이게 작가가 의도한 게 아닐까.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얼마 전 경성크리처 시즌1의 뒤를 잇는 시즌 2가 넷플릭스에 개봉됐다.
에피소드가 7개라 정주행이 가능했다. 전체적으로 시즌1을 보신 시청자라면 2도 추천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1편과 판이하게 달라 두 시즌의 결은 꽤 다르다는 평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시즌1에서 높이 평가했던 점은 마루타라는 역사적인 현실을 판타지적 이야기와 결합시켜 그 실존했던 잔인함을 대중문화의 요소로서 세상에 공포한 점이었다. 마루타 내용은 다큐멘터리는커녕 일반 문학으로 제작했어도 일본의 방해로 미디어를 타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관심 못 받고 조용히 묻혀버리거나. 비록 폭력적이고 잔인했지만 그 부분의 연출 또한 별 다섯 개를 누를 수 있을 만큼 그래픽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하게 잘 표현했던 기억이 있다.
시즌1 마지막에 물에 빠져 죽어가던 윤채옥 (한소희 배우)에게 괴물로 변한 친엄마가 나진을 그녀에게 넣어준다. 나진이 물에서 한가로이 헤엄 쳐 채옥의 입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죽어가던 그녀가 눈을 번쩍 뜨는 씬으로 끝을 맺었다.
마담 마에다도 폭탄테러에 온몸에 화상을 입고 나진이 든 차를 마시는 장면으로, 크리처를 선택하는 암시를 했다. 또 다른 충격적인 장면은 괴물로 변해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던 명자의 아이가 출산했던 거였다. 그때 지하감옥에서 가토가 피범벅인 채로 아이를 받고나서 교활하게 웃던 모습이 여전히 소름 끼친다.
그런데 장대주는 도대체 왜 어쩌다 나진을 먹게 되었을까.
시즌2 예고편을 볼 때 궁금증이 생겼었다. (네 시즌1을 봤으니 시즌2를 건너뛸 순 없죠. ^^;)
박서준 배우가 일인다역일지 몰랐다. 장태상이 아닌 장호재를 같은 배우 박서준이 맡으므로 우리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며 더불어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괴물이 된 윤채옥은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된 사람 찾는 일을 하고 살았다. 어릴 때도 아빠와 함께 실종된 엄마를 찾으며 사람 찾는 일에 능숙하던 그녀였다. 반면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해 보이던 장호재. 권준택의 손자로 보이는 사설탐정 권용길의 보호를 받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들이 운영하는 부강상사 건물은 어쩐지 장태상의 전당포와 비슷해 보였다.
실종된 사람을 찾다가 우연히 살인현장에서 채옥과 호재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실종된 사람은 한쪽 눈이 파인채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되었고, 그런 곳에서 두 사람은 마주쳤다. 당시 살해당한 사람 모습은 명자가 사람의 뇌를 파먹고 다니던 그때 죽어간 사람들 모습이었다. 잔인한 수법의 연쇄살인이라 경찰 또한 범인을 찾아 수사 중이었다.
승조 (배현성 배우)의 등장.
채옥과 호재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멀끔한 외모에 오른손에서 괴물 손이 나오는 걸 보며 명자가 출산했던 그 아이라 예상 가능했다. 그런데 가토가 키웠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담 마에다가 키웠다.
시청자를 혼돈시키는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마담 마에다.
시즌1에서 분명 나진을 마셨을 텐데 나이 든 할머니가 마담 마에다로 기모노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다. 아니 저 사람은 왜 늙었을까. 나진의 역할이 다 달라졌나?
마담 마에다 역으로 배우 손 숙님이 출연하셨는데, 반가웠다. 손숙님이면 분명 큰 역할이 틀림없기에 그녀는 마에다가 맞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반전이 있었다. (입이 근질하지만 혹시 못 보신 분을 위해서 함구하겠습니다.)
결국 마담 마에다의 질투와 복수 이야기로 그녀는 세상 무서운 빌런으로 등장한다. 장태상이 괴물이 된 과정과 나월댁과 동료들의 잔인한 죽음. 그리고 그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2024년에 존재하고 있는 그들과 실험. 당시 전쟁은 끝났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했지만, 일본의 잔재는 여전히 내려오고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일제 당시의 파워와 재력을 가지고 더 크게 성장해 지금은 대기업을 이루고 있었다. 흡사 현실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아 씁쓸했다.
장호재가 결국 채옥을 구하기 위해 다시 나진을 흡수해 괴물이 된다. 즉 장태상으로 돌아온 거였다. (이 정도는 예상하실 테니 스포해도 되겠죠?)
승조와 장태상의 지난 과거에서 이어온 관계를 보면 애정이 없지 않아 보였다. 명자의 착한 성심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을지 혹은 마에다 손에 길러오면서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되었을지는 마지막 편에 나온다.
전승제약은 쿠로코란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마담 마에다가 실세지만 가토의 아들인 신지오와 그의 신복 쿠로코 1이 이끌어간다. 전승제약은 옛날의 옹성병원 부지에 올라가 있다. 소스라치게 만들던 그 지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
1945년 때 보다 과학은 더 발전해서 나진을 몸속에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종자도 다르고, 그 나진이 사람 몸속에서 어떻게 활동을 하고 사람을 괴물로 변화시키는지 체계적으로 연구가 되고 있었다.
어둡고 외롭게 살아가던 채옥은 장호재를 포함한 모든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사는 평범한 여대생이 되었다. 손주를 잃은 안테나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커피숍에서 나오는 장태상을 흘끗 보고 지나간다. 그녀는 가던 길에 뒤돌아 멀리 걸어가는 키 큰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뒤도 안 보고 걷던 그 남자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는데,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그가 맑게 웃는다.
내용은 시즌 3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초인간적인 인물들의 격투씬이라 그런지 일반 액션과 달리 굉장히 날렵하고 강했다. 무섭도록 싸워댄다. 그래서 액션물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좋아할지 모르겠다.
한소희 배우는 <마이네임> 때부터 <경성크리처 1>과 시즌2까지 가느다란 여린 몸으로 그 액션들을 감당하는데, 특히 시즌2는 여배우로서의 아름다운 모습보다 어둡고 칙칙한 괴물로 등장하며 몸을 아끼지 않아 보였다. 주인공 박서준 배우는 포머드로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부친 장태상역과 앞머리 흘러내려진 장호재역을 하면서 그 배우만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 저를 포함 여성팬들 심쿵합니다.) 또한 헬맷을 쓰고 일당 n으로 싸우는 격투씬은 어지간한 슈퍼히어로물 같았다.
승조와 쿠로코 1, 기억을 잃은 채옥, 다시 괴물이 된 장호재를 보면 시즌3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보았다.
스토리도 앞뒤 전개가 맞아떨어지고 탄탄했다. 그리고 액션, 공간 디자인 및 캐릭터 디자인 모두 좋았다.
다만 촉수가 많이 붙은 건장한 괴물 디자인은 흡사 비디오 게임이나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에 나올법한데, 좀 더 한국적으로 기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들었다. 헐크 같은 큰 체격에 촉수와 팔길이등만 다른데, 또 다른 넷플릭스 시리즈물인 <지옥>에 나오는 괴물들과 큰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괴물의 덩치, 피부 질감도 비슷하고 컬러도 비슷해 좀 더 창의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시즌째 보다 보니 괴물도 낯익어져 정(?)이 든 듯하다.
시즌2는 괴물영화라기보다 초인간들의 액션물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시즌1에 비해 잔인함도 덜하다. 더불어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만큼 멋진 액션씬이 있었다. 액션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한다.
1945년과 2024년, 79년간의 시대 차이가 있지만 극의 결이 판이하게 달라질 만큼 큰 변화가 있다. 특히 지하 연구소를 보면 그 두 시대의 차이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꿉꿉하고 어둡고 쾌쾌한 냄새가 역하게 올라올 것만 같은 옛날과 깔끔하게 정리되어 반짝이는 바닥과 일자형 전구에 블루톤을 더해 모던함을 강조한 현시대 실험실은 같은 듯 다르다. 괴물을 내려다보던 유리 바닥도 현재스타일로 세련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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