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수다 - 첫인상

생성 AI가 그린 그림과 사람이 그린그림

by Beverlymom
사진출처: 구글


저는 날라리 미술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그림, 음악, 공연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



사람들이 블핑을 좋아하느냐 마냐는 본인의 마음이다.

그림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림은 예술의 하나로 자유롭게 그려져 왔겠지만,

그런 그림을 경제 수단의 하나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티비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이 엔터테인먼트의 기능도 했을 것이며,

종교적 이유로 성경 구절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의 재능을 아낌없이 화폭에 담기도 했을 것이다.

그림을 대하는 자세도 제각각이다.

그림을 사랑해서 이 벽 저 벽 항상 바꿔 걸며 작품들을 아낀다.

어떤 사람들은 그림을 좀 아는 척하며 고귀한 척 으스대기도 한다.

우아한 모습으로 와인을 곁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옷에 물감을 묻히는 것을 싫어하면서 그림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미술 그림 앞에 그저 진지한 사람도 있다.


아무렴 그 모든 것은 그들의 취향이나 취미니 그 누구도 나무랄 것 없이 모두 괜찮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인간의 자유니까.


예술은 언어만큼이나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라 생각한다.

나는 전공과 상관없이 ‘그냥’ 그림을 즐기는 사람이다.

힘을 빼고, 마음에 드는 그림과 함께 그냥 눈과 마음으로 논다.

너무 어려운 그림은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그냥 내 마음이다.


가끔 미술전공 아닌 친구들과 미술관을 가면 내게 그림 관련 어떤 이야기를 기대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그냥 ‘즐겨’라고 대답한다.


줄줄 꿰던 미술사와 화가의 스캔들 같은 이야기들은 이미 어렴풋이 머릿속에서 다 지워졌고,

내게 남은 것은 그저 바라보는 눈과 마음의 즐거움이다.


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술 전시관에 가면 아이들에게 그 방에서 어떤 그림이 제일 좋아?

그중 눈이 가는 그림이 있다면 그 앞에서 보고 즐겨.

그냥 느껴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분석도 하지 말고 그냥 좋아하고 즐기길 바란다.

내가 꼽힌 음악 한 곡을 하루종일 질리도록 듣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친구나 아이들에게 그냥 그림을 즐기고, 일단 좋아하는 그림과 교감해 보라고 한다.

좋아하는 이성을 마주쳤듯,

내 취향의 신발을 만났듯이,

신기한 장난감을 찾아서 요리조리 보는 것처럼

마음을 잡아 끄는 그림이 있다면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도 하고,

1, 2미터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기도 하며,

더 관심 있다면 그 속에 점도 보고 작가의 붓질도 보고, 그림 속에 그려진 세상도 구경하고,

이 작가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한 걸까.. 도 생각해 보고.


거기에 더해 그 작가의 의도나 작품 제작 배경 등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유홍준님의 말씀처럼, 아는 만큼 그 그림을 더 즐길 수는 있을 것이다.

태초에 동굴에서 발견한 원시인의 손바닥이나 사냥그림은 판타스틱한 아트를 남기기 위한 화가의 정신으로 그려졌던 표현행위는 아닐 것이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던지,

수업시간에 배운 대로 더 많은 사냥을 위한 의식 행위였던지,

혹은 밖에 비가 많이 와서 그린이가 심심해서 그냥 끄적이며 놀았거나,

너무 추운 겨울날 고기가 땡겨 사냥을 상상하면서 그렸을 수도 있다.

혹은 스프레이 페인트 테스트? 라며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상상은 자유이니깐.

학문적인 연구는 교수님들이 알아서 해주실 것이다.

사진출처:구글


예술은 인간의 권위나 가치, 사상이 들어가기 전에 그냥 인간 본능이 좋아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보면 무용을 하거나, 그림,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캠핑에 대한 추억도 있고, 엄마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기도 하며,

소리가 좋아 엉덩이 실룩이며 바이올린 연주하는 초등생도 있다.

하지말라고 다그쳐도 미친듯이 춤을 추는 아이들도 있다. 그저 즐거워서다.


그렇게 나는 비평과 분석을 무시한 날라리 미술인으로 그저 미술, 공연 작품 즐기기를 좋아한다.

나에게 이제껏 보아오던 그림 중에 우울하고 어두웠던 그림의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당장 떠오르는 작가는 조르지오 데 키리코이다.

그런 키리코의 그림을 보아도 '사람의 느낌'이 난다.

조르지오 데 키리코 작품, 사진출처:구글

그림,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 행위는 사람, 사람의 기운이 있어야 보고 듣는 사람도 행복해지거나 우울해지거나 함께 고민을 하기도 한다.



몇 달전 두 그림을 마주쳤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무방비 상태로 만났던 그림들이었다. 그들의 첫인상..


한 그림은 어린이 타임 매거진(Time kids)에 있던 어린이 그림책 표지 같은 그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진작품이었다.

그중 사진 작품은 대회에서 일등을 한 작품이라고 했다.

작가나 작품의 배경지식 전혀 없이 마주친 그 두 그림은 나와 교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섬뜻하고 싸늘한 기분에 팔뚝의 옅은 털들이 곤두섰다.

분명 귀엽게 잘 그린 그림이고, 분명 일등 한 사진 작품인데 말이다.

우울하고 어두운 그림에 속하는 키리코의 작품에 비하면 멀쩡한데,,

이 두 작품의 첫인상은 무언가 싸늘하고 기괴한 느낌 아닌 느낌이 들었었다.


사진출처: 구글


Boris Eldagsen, The Electrician 사진출처: 구글

아이가 읽던 펼쳐진 타임매거진 한페이지에 있던 동화책 그림은 묘하게 내 눈을 끌었다.

그림체도 이뻣고, 전체 컬러 느낌도 사람들이 자주 쓰지 않는 메인 컬러톤이어서 독특했는데, 어떤 싸 한 기분에 저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와중에도 그 잡지 속 그림은 내 눈길을 붙잡았었다.

분명 잘 그린 그림인데 이 느낌은 뭐지… (윗그림)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AI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보여준 사진작품.

보는 순간 몸에 닭살이 올랐었다. (오른쪽 그림)


두 작품 모두 마치 시체를 접한 느낌처럼 기분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두 작품 모두 생성 AI가 만든 작품이었다.

분명 사람이 기계를 활용하여 그린다고는 하지만,

그 두 작품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AI가 그린 그림엔 손이 이상하다고 한다. 아직은 디테일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더 기괴하게 여겨질지도..


기계가 제작한 그림인지 모르던 상황에서, 그 유명한 두 작품은 내 심장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그게 나의 첫인상이었다.


공포 영화와 다른 그 싸한 느낌.

더 표현하자면,

두뇌 세포부터 심장언저리까지 싸해지는,, 차가운 시체와 마주한 느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반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그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았고, 동화책 그림은 같은 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다른 AI 그림에 적응이 되었는지 그 때의 싸늘한 느낌은 가셨지만, 여전히 유쾌하지 만은 않다.)


어두운 그림을 마주치게 되면 그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키리코의 작품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작품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더 들여다보게 되는데,

수술대 차가운 느낌이 드는 그 생성 AI의 그림과 사진은 계속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

분명 두 작품도 사람들이 지시해서 만들어진 작품일 텐데 왜 그런지 나도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AI, 기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런 차가운 기분을 만들게 하는 기계가 그리는 싸한 그림으로 굳이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어야 하나...

정서적 발달이나 감성이 풍부하게 자라야 할 유아와 어린이들이 읽을 그림책으로 굳이 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든다.

어른들 세상은 어른들 알아서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그런 싸늘한 그림에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기계를 통해 아무나 마구 만들어 낸다면 지금 아이들, 즉 미래 어른들의 정서는 어떻게 될까.

예술이란 것은 사람들의 혼이 깃든 작업이다.

로봇이 더욱 발달하고 견고해져서 사람보다 더 멋진 테크닉으로 발레를 해도,

오랜 시간 연마하며 내공을 쌓아온 발레리나와 같은 느낌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멋진 가수들의 소리를 편집해서 만든 가창력과 테크닉이 어마한 기계 목소리로 앨범을 낸 들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사람만이 가진 매력이 없기에.

실제로 그렇게 사라진 가수가 있지 않았던가.


예술 영역을 자꾸 생성 AI나 로봇으로 대처하려는 개발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정말 인류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인지,

그저 본인 재능과 호기심을 도전, 탐구하는 일인지,

혹은 그냥 게임처럼 재미로 만든 일인지,,

사실 세상에는 예술 영역보다 로봇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훨씬 더 많을 텐데 말이다.

에디톨로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은 이전의 것들을 다시 재편집, 구성해서 이루어지며 그러다가 새로운 것이 창조되고 그러는 과정을 통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 편집력을 AI가 해주는 정도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편집 정도까지가 딱 좋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세상이 미래(SF) 영화를 따라 발전하는거 같다.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계속 일어나는 듯하다.

여태 과학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요즘은 좀 무섭다.

나 또한 사회를 쫓아가야 하는 소시민이라 결국 그 AI를 사용하고 활용해야 하겠지.

사람들은 재미로 생성 AI와 무분별한 내용들을 만들어 낼 확률이 높다.

영혼이 없는 차가운 철제 같은 작품들은 아마 계속 나올 것인데,

개인적으로 그런 AI 작품들은 따로 라벨을 달아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과연 표현의 자유가 맞는지,,

방송작가, 저널리스트, 작가, 그림책, 사진 등등

사라질 직업군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문과 계열이다.


그런 창조자들의 수가 줄어들고,

더불어 창조되는 새로운 이야기가 줄어들게 된다면

AI가 편집해대는 스토리들도 결국은 기존에 있던 이야기의 재편집, 재편집,,


미래 영화 관련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나로서는 끊임없이 생각이 거듭된다.

이제 곧 기계의 그림에 나의 눈도 익숙해질 것이다.

앞으로 인간이 하지 못 할 엄청난 작업들도 해내서 놀랄 일이 더 생길 듯하다.

이런 작품을 사람이 손으로 한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하지만,

그저 따뜻한 밥 한 끼 먹이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인간의 희로애락 감정들이 섞인,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예술 작품들을 보고 느끼며,

그것을 즐기고 이어가도록 해주고 싶다.


그 따뜻한 밥 한끼, 두끼가 아이들 속에서 녹아 빛이되고 살이 되어

아이들 인생이 밝게 살아갈 수 있을 에너지원이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 아이들 정서를 위해서 순수 예술, 어린이 그림책 분야만이라도 무분별한 이미지와 의미없이 조작된 스토리가 아닌,

진짜 사람 아야기와 인간미를 작품에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수다 마무리 해본다.

체스, 바둑에 이어 굳이 인간의 예술 세계까지 생성 AI를 도전시키는 것도 사실 사람.

과연 어떤 사람들일지..


‘아무수다’는 정확한 조사를 기본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그저 일상의 한 순간, 혹은 친구들과의 수다의 한 순간에서 뻗어 나온 생각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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