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수다 - 엄마 냄새

by Beverlymom

킁킁킁..킁킁킁

10살 난 아이가 눈을 감고 내 겨드랑이에 아이의 코와 얼굴을 들이밀고 연거푸 킁킁거린다.

"어우야~ 왜그래~"


"엄마 냄새 좋아~ 킁킁 킁킁 "


품에 안고 모유를 먹여서 그런가..하고 그냥 두었다.


어느땐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하고, 샤워할 겨를을 놓쳐 그대로 아이들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때도 아이는 내게 와서 기대어 겨드랑이, 목, 가슴 부위 냄새를 맡으며 아이가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그 땐 엄마인 내가 더 찝찝해서 아이를 밀어내며


"엄마 땀 많이 흘렷어. 엄마 냄새 안좋을텐데? 웩!"


그러면 아이는


"땀냄새는 나는데 그 안에 엄마 냄새가 더 좋아~"


라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

나 보다 내 냄새를 더 좋아하는 딸아이.


힘든날이었거나 지쳤을때는 내게 더 파고든다.

그러면 아이는 힐링이 되는지 안도의 숨과 함께 안긴채로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을 가진다.


처음에는 누군가가 ( 내 아이일지언정 ) 내 체취를 맡는것이 조금은 불편했지만,

이 세상에서 내 몸냄새를 맡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싶어 내가 불편해도 아이를 잠시 둔다.

내 몸에서 태어난 그 누군가이기에 어쩌면 나보다 더 내 몸이 정겨울수 있고,

내가 누군가를 나의 체취로 힐링 시킬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가끔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냄새에 조금 예민한 편이다. 그런 사람은 내 주변에 많은거 같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불쾌한 냄새가 나도 상대방의 기분을 위해 반응을 하진 않는다.


그런데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는 그만큼 다른 체취를 맡을 기회(?)가 많다.

다양한 문화와 음식이 존재하는 만큼 이상한 향냄새를 품고 다니는 이도 있고, 매캐한 마늘 냄새를 풍기는 이도 있으며, 유전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암내를 보유한 이들도 있다.

씻지 않아 쾌쾌한 냄새를 안개처럼 온몸에 뭉개뭉개 감싸고 돌아다니던 학교동기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데오도란트의 종류도 여러가지이다.


그런데 어떤이는 사람의 냄새를 가지고 다른이를 공격하기도 한다.


나의 절친인 A도 첫회사에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초등 저학년때 플로리다로 이민을 와서 한식을 먹었지만, 한국에서 자란 나처럼 향이 강한 젓갈이나 마늘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고 자란것도 아니고, 유럽인처럼 꿈꿈한 냄새를 풍기는 치즈를 내내 먹고 살진 않았다.


대학부터 뉴욕에서 살았는데,

몇년을 살아도 누군가가 그녀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기피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직한 첫 회사에서, 한 미국인 직장동료가 A에게서 냄새 난다고 상사에게 컴플레인을 한 적이 있엇고, *HR에서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전해주었다.

위생 관련 경고는 아니었지만, 그렇다더라라며 조금 신경 써 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들은 A는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았다.


A는 호탕하고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E 성향을 가졌고, 매일 샤워를 하고, 이쁘게 차려입고 반짝거리며 출근을 했는데, 그런 그녀를 다른 직장 여자 동료는 모함하였다.

그저 상사에게 사랑받는 신입을, 한국식으로 따지면 대리급 선배가 시기심에 모함을 한 것인지 알면서도 A는 충격을 크게 받았다.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훅 들어온 냄새타령은 굴욕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 나한테 냄새가 난데,,,"


맥주를 들이키던 A는 계속 같은 말을 울먹이며 되뇌었다.

우리 친구들은 암만 킁킁거려도 나지 않던 냄새.


"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몰라,, 그냥 내가 싫은가 보지..."


요즘 쇼츠에서 인기있는 랄랄의 유행어처럼 가서

'언니 저 맘에 안들죠' 라며 사각눈을 치켜뜨고 대신

한바탕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로 이유없이 모멸감을 주는 경우는 참 비겁하다.

나중에 들었지만 미국 고등학교에서 공공연히 냄새로 다른 인종 친구들에게 면박을 주는 일이 있기도 하다고 들었다. 친구를 따시키고 괴롭히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물론 각양각색의 문화가 섞여사는 나라인지라,

집에서 켜는 향초 냄새와 음식냄새를 몰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가끔 냄새가 정말 힘들어서 컴플레인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실제로 미국에서 생김치를 도시락 싸서 보냈던 부모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도시락으로 생김치를 싸서 보낸 몇달 후 그 냄새를 견디지 못한 백인 담임이 학교에 이야기를 하였고,

학교측에서 부모에게 연락이 왔을때 오히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레이시즘(인종차별)이라고 역으로 컴플레인 했다고 들었다.


같은 한국인이지만 그 이야기는 조금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사실 도시락통에서 익어가는 김치 냄새를 미국 교실에서 풍기는 것은 한국인인 나 조차도 컴플레인 하고 싶을 것이다.

그 부모 또한 타인종들을 포함 다른이의 성향을 전혀 무시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무작정 인종차별이라고 우겨댄다면, 스스로 받을 존중(respect)을 그들로 부터 잃을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맛난 김치가 부정적인 음식으로 그 학교 어떤이들에겐 각인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갑자기 김치 냄새에 대한 또 다른 일화가 생각난다.

뉴욕 32가에 한인마켓이 있다. 근처에 사는 이들은 주로 한국장을 그곳에서 본다.

어느날 친구 B가 마켓에서 김치를 샀고, 마켓 직원은 여느때처럼 비닐을 여러겹으로 묶고 또 묶어서 건네주었다. 회사에서 야근을 했던 밤 늦은 시간이라 다행히 지하철엔 사람이 많이 없었고, 친구는 발아래 김치통을 두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BTS 이후 요즘은 미국내 많은이들이 한국음식을 접하고 잘 알지만 당시만 해도 일식이 유행하고 있었고, 아직 김치와 같은 한국음식을 대중이 좋아하고 있진 않았었다.


지하철에서 몇 미국인들이 B를 흘끗흘끗 계속 쳐다 보더란다. 이유를 모르던 B는 그냥 무시하고 계속 가는데, 한 사람이 내리면서 나즈막히 '대중교통에서 방구 좀 그만껴요‘ 라고 이야기하고 내렸다고 한다.

그가 무례하게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만, 방구를 끼지 않은 B는 자기가 아니라며 억울하고 화도 났다.

알고보니 자기 발 밑에서 조금 새어 나왔던 김치 냄새가 그 방구의 범인이었던 것 같다며 술자리에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우리나라 김치를 잘 알고, 잘 먹는 외국인들도 많다.

그리고 익어가는 김치냄새만큼 강한 냄새를 가진 다른 문화권의 음식들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향이 강한 고수(실란트로)가 있다. 한국인들 중 고수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

티비쇼에서 어떤 연예인이 고수 냄새를 맡고 한입 먹은 후 일그러진 얼굴로 현지인 앞에서 웩웩거리던 모습을 보았다.

고수는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전 국민이 즐겨먹는 식재료였다.

하지만 그 현지인들은 연예인의 반응을 인종차별이라며 싫어하지 않고, 그냥 웃어 주었다.


그저 서로를 존중하고 한발 물러서서 이해를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굳이 그 냄새를 문제 삼아 상대의 인격을 모독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다른이가 내 체취를 거론한다면 마음에 상처가 클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냄새들이 존재한다.

개인의 체취도 각각 다르다.


암내가 나는 체질인 사람도 많다. 특히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 도심에서 만나는 그 내음은 코에 훅 들어온다.

그런 이들을 만나거나 지나칠때, 나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예민한 내 코를 다독인다. 자연스럽게 타고난 각각의 다른 체취가 결코 잘못은 없다.

내게서도 나도 모르는 냄새가 나지 않겠는가.


한편 갓 사랑에 빠진 연인 사이의 체취는 또 다를 것이다.

그저 달콤하기만 하다.

맡아도 맡아도 사탕같은 달콤한 냄새가 날 것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안은 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냄새를 맡을 것이다.

부드러운 아기 냄새와 땀띠 예방을 위해 뿌린 파우더 내음 또한 고소하다.


나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내 체취가 어떤 이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신기하다.

다 큰 딸이 겨드랑이와 가슴팍을 킁킁거리면서 큰 숨을 들이쉬며 "햐,, 엄마 냄새 좋아~"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라는 작은 존재가 한 사람에게 편안과 안도감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물론 아이가 커가면서 킁킁대는 횟수를 줄이기는 하겠지만,

아이가 힘든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내 품에 꼭 안겨 엄마의 냄새로 안정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존재로 계속 아이들에게 좋은 향을 뿜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바래본다.

엄마냄새 sketch by Beverly Tory







*HR : Human resource, 우리나라의 인사부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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