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수다 - 문화 차이

미국 학부모 살기

by Beverlymom

캘리포니아 학부모로 살기


' 아놔,, 나 오늘 큰 실수 한거 같애. 아 정말,, 아직도 이런 실수를 하다니..'


친구와의 단톡란에 푸념을 시작했다.


미국에 유학 와서 다중문화가 존재하는, 특히 패션회사에 일하면서 뉴욕에서 20대를 보내고도 직도 이곳 미국 문화로 실수를 하다니,,

스스로 한심했던 해프닝이 최근 생겼다.


몇 주 전 한 반 친구에게 딸아이가 생일파티 초대를 받았다.

이번 학기가 시작된 후 처음 있는 파티라 가족이 누군지 몰랐다.


선물을 사고, 영수증 gift receipt을 챙기지 않아 나름 친절한답시고 아이 엄마에게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겼다.


Dear OO mom으로 시작하여, 영수증을 깜빡했으니 교환이나 반품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라는 문구였다.


미국은 선물용 영수증을 따로 받는데, 선물과 함께 동봉하는 관습이 있다.


동봉 안하는 사람들도 많으나 생일 선물은 겹치는게 많을 듯 하여 나는 주로 챙기는 편이었지만, 굳이 영수증 없어서 미안하다라는 메모까지 한적은 없었다.


내가 사는 동네는 LA 다운타운에서 15분 정도 북쪽에 있는 조용하고 비교적 작은 타운이고, 이곳은 타주로 대학을 멀리 갔던 자녀들이 결혼하여 다시 돌아와 살 정도로 대대로 사는 가족들도 많으며, 또한 보수파가 많이 사는 지역이라 대부분의 가정이 엄마와 아빠로 구성된 집들이었다.


백인우월주의도 없다 할 수 없고, 조금은 폐쇄적인 타운이다. 자유로운 리퍼블리칸 주state인 캘리포니아지만, 트럼프 푯말 사인이 곳곳에 많이 꼽혀 있었던 동네가 우리 동네다.


대신 엘에이 도시 길거리에 마리화나 냄새가 폴폴거리는 요즘 시기, 적어도 초등 아이들을 키우기에 안전하고 조용하다. 그런데,,,


방심했다...!


그 집에서 생일인 아이의 엄마를 찾았는데, 아빠가 둘인 집이란다.


에헤이~ 살짝 식은땀이 났다.

sticker sticker

파티에서 사실을 안 후 얼마간 내 행동도 부자연스러웠던거 같다.


코비드 때문에 지난 몇년 부모들의 교류가 없이 학교를 갔더니, 이 학기 아이 반 부모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올 학기초에 생일파티를 초대받았고, 난 또 하필 그 아이의 엄마에게 메모를 남겼던 것이었다.

이런 보수적 성향이 강한 타운에 게이패밀리가 있을거란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집 아이에게 살짝 미안했다.

처음부터 없는 엄마에게 남긴 친구 엄마의 메모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엘에이 도심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다면 당연히 마음에 준비를 어느정도 했을텐데, 방심했다..


패션 회사에서 일했던지라 게이 직장동료도 많았고,

엘에이에서도 동성부부와 함께 소아과도 다녔는데,,

뉴욕에서 친했던 짝꿍 패션 디자이너가 게이라 그의 남친과 함께 뉴욕에 있는 깔끔하고 멋진 남자 게이바Bar도 따라갈 정도로 그 문화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두 아빠에게 '나 그런 오픈된 사람이에요,,!' 하고 변명을 할 수도 없었고, 그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의 엄마를 찾았던 내 모습도 한심했으며, 집에 와서 내심 마음이 좋지 않았다.


반면 여러가지 질문이 생겼다. 하필 독실한 크리스천과 보수파가 모여있는 이 지역에 굳이 살게 된 이유는 뭘까,,


그들도 사실 산타모니카나 엘에이 도심보다는 조금 더 따가운 눈총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물론 아직 묻지 못했다.


그 파티에서 게이 아빠들을 불편해하는 눈빛을 가진 외국 여성들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주로 여자들은 게이 문화에 마음이 많이 오픈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이 중 많은 이들은 마음도 여리고 사람이 좋다. 물론 여자들보다 더 불여우 같은 못된 사람도 만난 적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전문직을 가지고 인생을 즐길 줄 알고, 환경 생각도 많이 하고, 세련된 생각을 가졌으며 감각도 좋고, 본인의 라이프에 집중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심지어 훤칠하고 멋있기까지 했던 사람들도 많다.

그냥 봐선 게이인지 모를 정도로 그냥 남성으로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한동안 모던 패밀리 Modern Family란 드라마도 즐겨보았다.

새로운 모습의 가족 유형들이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던 미국 드라마다.

엘에이 배경이었는데, 드라마에 두아빠와 외동딸, 게이패밀리도 하나의 가족유형으로 드라마에 없어서는 안될 주요인물들이었다.

여하튼 개인적으로 적어도 그들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지 않고 편히 일반인처럼 지내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생기고 학부모가 된 후 처음 만난 두 아빠의 가정.

그저 함께 일하고 파티 가고, 칵테일을 함께 마시던 게이 친구들보단 이들과의 친분에 생각이 복잡하긴 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천천히 접하게 하려고 작은 타운으로 이사 왔는데,

어쩌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하지.. 사실 나는 아직 그와 관련 아이의 교육에 마음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가족형태가 전통적인 방식에서 조금 다르지만, 항상 밝은 에너지를 뿜으며 육아를 하고 학교 봉사를 하는 아빠들을 보며 처음의 걱정보단 조금 나았다.

내 아이도 생각보다 두 아빠에 대한 질문이 없었고,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추후에 가정교육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학교에서 그 집 아이들과 내 아이들을 포함한 다른 아이들은 가족 관련,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까..


물론 그날은 아이들 생일 파티 중 세상 재미난 풀장파티를 하고 즐겁게 돌아왔다.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시대에 어른이 되어서 머릿속도 조금은 혼란스럽기에,

다각화된 시선을 가진 정확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family.jpg Sketch by Beverly 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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