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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토리 May 13. 2024

열심히 살기도, 뒤처지기도 싫을 때

나는 어떻게 살기를 바랄까?

열심히 살아야만 안도감이 들었다. 목표가 있었다긴 보단 그저 뒤처지기는 싫었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보려는 태도는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열심히 사는 게 지겨워졌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성장이라는 게 게임 레벨 숫자처럼 보이는 것도 규칙적으로 커지는 것도 아니기에 성장의 기쁨도 나의 지겨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더욱 바쁘게 지내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도, 약속도, 개인 목표들도 늘려보았지만, 바쁨 속에서도 권태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웬일인지 무엇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질려버렸다. 입에 물린 음식을 억지로 먹는 기분이었다. 더 애를 쓰는 건 지금의 권태로움을 해결할 수 없음 알게 되자, 반대로 나를 비워보려고 했다. 할 수 있을 만큼 일도 줄여보고, 산책도 가고, 글도 쓰고, 수면 시간도 늘려보았다. 컨디션은 회복됐지만, 늘어난 시간만큼 나의 인생이 지겹다는 생각도 함께 늘었다.


도대체 나를 다뤄야 할지 막막했다. 열심히도 살지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열심히 다시 해보자와 쉬면서 충전하자의 무한 루프를 뱅뱅 돌며 에너지는 더 소모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바심이 났다. 하루빨리 열심히 사는 그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무엇을 열심히 할지, 어떤 것을 바라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단 그저 열심히 사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도감을 느끼고 싶었다.


무엇이 내게 필요한 것일까? 이 질문이 머릿속에 반복될 뿐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못하자 그 동안 나를 위한다고 내렸던 결정들과 행동들을 돌아보게 보았다. 그동안 나는 끝없이 스스로에 대한 문제를 찾고, 질문하고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의 문제를 찾는 것. 그리고 문제로서 바라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처럼 바라보기에 문제가 되었다. 또 인생에 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꾸 요구했다. 자신의 문제를 풀라고, 해결하라고 말이다.


나는 일하든, 쉬든 어떤 것이든 스스로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또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할 땐 더 힘이 들었고, 쉴 때는 일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끝없이 요구하는 나 자신에게 질려버렸다. 열심히 살려는 의욕은 없었고 뒤떨어지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지는 않아,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회복하고자 하는 나름의 애씀이었다.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기다려주지 못했다. 힘들고 지루할 순 있지만 금새 회복해야한다는 압박감은 몸만 허둥지둥 움직였다. 여러 생각, 감정, 질문들이 내게 올 때 가만히 지켜봐야 내가 정말 바라봐야할 것들이 내게 남는다는 것을 몰랐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일상 보내기


이제 스스로에게 잠시 질문을 멈추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는 나를 관찰하기로 했다. 내게 이래야한다는 요구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감정과 건강을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루틴을 지켜가며, 타인을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려고 했다. 사실 나의 일상의 변화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저 똑같이 일하고, 밥 먹고, 쉬고 놀았다. 하지만 더 이상 지겹지 않았다. 지루하지도 우울하지도, 에도핀이 솟구치지 않아도 일상이 살만해졌다. 일상이 평온해지자,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다시 시작했다. 답을 억지로 찾지 않아도 일상의 나를 관찰하다보면 내 나름의 답이 만들어지곤 했다. 일상의 지루함과 나태함 그리고 같이 찾아오는 불안감도 해결하려 무작정 달려들지 않았다. 이 감정에 대해 천천히 알아보고, 가장 체력적, 감정적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했다. 스스로를 배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몸소 깨닫았다.


누구나 한번쯤 아니, 자주 열심히 살기는 싫고, 뒤쳐지기 싫은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마다 당신은 스스로를 어떻게 대했는가?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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