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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Oct 05. 2022

대표로 산 지 3년이 지났다

초짜가 리더인 조직은 업력과 상관없이 초짜가 된다(1) 

2019년 10월 4일, 대표로 승진했다

2000년에 설립된 도모는 후배들에게 리더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20년을 살아왔다. 도모를 설립한 영, 하위, 휴우에 이어 나는 네 번째 대표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 기획자로 일하던 나는 경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도전에 대한 설렘과 경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많은 도모얀들이 물었다. "왜 이 어려운 걸 수락했냐고?" 답은 간단했다.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그렇게 초짜 대표의 여정이 시작됐다. 


미션은 간단했다. 도모를 더 나은 조직으로 바꿔 달라는 것

2013년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입사해 7년을 다닌 조직이다.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바꾸면 될지 취임 전 프로베이션 기간에 구상을 했다. 현실이 되지 않은 생각 속에선 영감이 가득했고, 가능성이라는 달콤한 상상에 취하기도 했다. 시작의 방향성은 '오늘의 문제'라는 시리즈로 기록했다. 크기에 상관없이 도모가 가진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내는 것. 내가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던 기획의 방식이자 알고 있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문제 정의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3개월 만의 첫 시련, 펜더믹이 찾아왔다

20년을 보냈지만 극소수의 고객과 사람들만 아는 커뮤니케이션 집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세상의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가 되자는 비전을 가진 회사. 창업한 2000년이 아닌 수성해야 할 2020년을 살아갈 회사를 설계도 못 끝낸 상태로 펜더믹 상황을 맞이했다. 매일, 매주, 매월 달라지는 근무 환경에 대응하기 바빴고, 생각했던 그림은 도모얀들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팀은 와해됐다. 조직에서 리더가 바뀐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리빌딩, 다시 리빌딩 

도모는 전문가들의 시간을 파는 비즈니스를 한다. 고객사의 요구 사항과 제약 사항을 고려해 최적의 솔루션을 내야 한다. 결국 사람이 서비스인 것이다. 판관비의 60% 이상이 인건비로 지출되는 회사. 그래서 한 명 한 명의 도모얀이 중요하고, 그 도모얀과 함께 일하는 팀의 팀쉽이 중요하다. 1차 리빌딩 과정에서 좋은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고, 적응하고, 다시 떠나고 하는 과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의 역할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아 보이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닐뿐더러 여러 버전으로 존재할 수 없다. 거울을 보면 일하는 나와 가족으로서 나, 친구로서의 내가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이 바뀐 다는 것은 일이 바뀐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끝없는 리빌딩 과정을 거치며 내가 찾은 방법은 연어들이었다. 도모에서 연어는 퇴사 후 다시 돌아오는 이들을 칭한다. 2022년 10월을 기준으로 33명의 도모얀 중 9명(27%)이 연어에 속한다. 연어 채용은 도모 시스템을 이해하고, 동료의 중요성을 이해해 온보딩 성공률과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왔다. 그들은 대부분 그들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조직을 원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리드 그룹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어들이다. 


비전 선언과 설득의 실패들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과정의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지, 그 결과물이 부모가 아니라 세상이 보고 인정을 해주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못하는 것을 좋아해 실패할 줄 알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지지하는 경우도 있고, 잘하지만 환경의 이유로 그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상황이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브랜딩의 트렌드는 좁고, 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과 죽음을 맞이한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우리 브랜드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기억에 남겨야 하며,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1 Content Company(2021) 

도모가 가져왔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넓은 범주에서 의도한 메시지와 산출물이 있는 콘텐츠 회사로 비전을 선언했다. 회사의 비전을 바꾸면서 도모얀을 크리에이터로 부르고, 크리에이티브쉽을 강요했다. 내가 확신을 가지면 그 크기만큼 반대가 생긴다. 지금 비즈니스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계획으로 업을 바꿔갈지 매일 요구받았다. 콘텐츠 회사의 정의가 각자 다르지만 30명이 넘는 조직에서 합의된 바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었다. 2명을 프로젝트에서 분리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6개월 간 해봤다. 임팩트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와 관점을 질문을 통해 풀어내는 '질문에 질문하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했다. 매거진 형식의 텍스트와 사진을 기반한 포맷으로 관계자들에겐 좋은 피드백을 받았지만 영향력을 가지지 못해 기획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6개월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실패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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