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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Oct 06. 2022

대표로 산 지 3년이 지났다

초짜가 리더인 조직은 업력과 상관없이 초짜가 된다(2)

#2 Content for Earth(2022) 

지구, 사람, 이윤 이 세 가지 가치 위에 지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미래를 상상했다. 도모에서 지구를 위한 콘텐츠란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었다. 

첫째, 지구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를 하는 고객사를 우선적으로 돕자(비콥 인증, 사회적 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등...) 

둘째, 그렇지 않은 고객사에서는 지구를 위한 프로젝트를 차선적으로 돕자(CSR, ESG 등) 

셋째, 지구를 위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면 우리가 ESG 활동을 만들어서 낮은 가격으로 참여시키자


올해 시작했고, 올해 조직을 만들었으니 아직 성공도 실패도 판단하긴 이르다. 지난 3년 간 배운 것이 있다면 성공할 아이디어가 있는 게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전부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비전을 발표할 때마다 대립되는 가치관이 있다. 새로운 비전에 내가 확신을 가질수록 기존 비즈니스를 부정하는 느낌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3년 후에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매일 한계와 싸워가는 지금이 초라해진다. 상대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 아웃풋보다는 프로세스를 팔기로 했다

대부분의 기업, 사람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겠다고 발표를 한다. 그걸 표현하는 업계 용어가 수십 개는 될 것이다. 비전 선언문, 리브랜딩, 서비스 개선안 등... 우리의 삶이 예측 불가능한 영역에 있어서 그렇겠지만 99%의 경우가 발표로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걸 실현시킬 의지가 없거나 그린워싱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획이 애초에 잘못됐을 수도,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도, 세상의 니즈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대단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설계된 곳이다. 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나의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그랬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만들고 싶은 비전보다 사람들의 요구로 발표해야 할 상황에 더 많았던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말이다. 지난 3년 간 배운 것이 있다면 회사라는 곳은 적어도 30-40명이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한 두 명의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내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정에서 목적지가 바뀔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프로세스를 함께 한다면 지금보다는 쉽게 같은 곳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 같다. 


앞으로 3년은 무엇을 할까? 

와이프한테 물었다. 지난 3년간 도모를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별로 이룬 게 없는 것 같다고. 앞으로 3년을 더해도 도모를 바꿀 자신이 없다고... 그랬더니 이런 답을 했다. "도모가 바뀌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오빠가 바뀌었는데... 생각하는 방식을 바꿨고, 남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 됐어"라고 말이다. 

내가 변했다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법인격을 바꾸겠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다. 가능키나 했던 목표였던가...   


어제 지난 인컴의 선배님이자 지금의 고객사 상무님을 만나 티타임을 가졌다. 스스로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인컴 다닐 당시에 스스로 즐기지 못했던 과거가 아쉽다고 하셨다. 스스로 거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일보다 필요한 일을 먼저 했고, 웃기보다는 단호함을 가졌던 과거였다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계획이 없다. 적어도 지난 실패를 통해 눈치라는 것이 조금은 생겼고, 실패를 빨리 털어버리는 노하우 정도는 생겼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걸 함께해줄 동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오늘의 솔루션: 한 명의 열 걸음보다 열 명의 한 걸음이 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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