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월 월간도모 ROBIN TALK
Summary: 혼란스러운 시기에 필요한 건, 중심 잡기
Detail 1: TV 없는 시대, TV가 찾고 있는 중심은 홈 허브.
Detail 2: 커뮤니케이션 세상, 커뮤니케이터가 찾아야 할 중심은 사람.
Summary: 혼란스러운 시기에 필요한 건, 중심 잡기
2024년 8월 29일 월간도모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사회, 경제, 정치, 가정, 직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이겨내는 본인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좁게 보면 매번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이벤트, 내 한계를 톡톡히 맛보며 나타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감정들을 매일 마주하며 '혼란'과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인생사는 많이 특별하지 않고, 우린 같은 장소에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배 도모얀들에게 스스로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느낄 때 필요한 관점을 전하는 것으로 Robin Talk을 준비했습니다.
'혼란'의 반대말이 '안정'이라는 것 아시나요?
안정은 '변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중심을 잡는 것이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린 이 과정을 매 순간, 매 산업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제가 성장할 때 만해도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하하 호호 시청하던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기억하지는 분들이 적겠지만 '모래시계'라는 국민 드라마 시청률을 50%가 넘었고,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20%가 넘었습니다. 기다리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집에 들어가고, 그게 어려우면 대형 TV가 나오는 하이마트나 찜질방, 호프 집 같은 곳에서 보기도 했죠. 오직 TV를 보기 위해서 방문했습니다.
요즘 가정에 TV가 있는 집은 몇 분이나 되나요?
이사나 결혼, 고장 등 다양한 이유로 TV가 없는 생활을 한 많은 사람들은 이제 TV를 다시 사지 않습니다. 저희 집만 하더라도 모든 가족이 휴대폰으로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보는 풍경이 자연스러웠고, TV로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고를 때 의견 대립 > 실망과 삐짐 > 끝까지 시청하지 않음. 패턴이 반복됩니다. 결국 잘게 쪼개어진 각각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수많은 관심사 그룹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잘 아시겠지만 OTT의 등장과 1인 가구로 명명되는 가구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TV 입장에서) 역변은 없었습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총합 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17%, 2016 리우데자네이루는 20%였던 것에 비해면 놀라운 감속세입니다. 종목과 시차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람들이 개회식을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TV로 보지 않았습니다.
국내 OTT 사업자 웨이브는 트래픽 최다를 기록했고, SOOP(구 아프리카 TV)는 새벽임에도 45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고 합니다. 결국 올림픽 특수마저도 TV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TV가 가진 기기적 특성은 '스크린이 크다, 실시간 방송'이었지만, 이런 올림픽조차 기여할 수 없다면 앞으로 계속 오르는 중계권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 역할은 이번 프로야구 중계권을 티빙이 가져간 것처럼 OTT에 뺏길 가능성이 큽니다. 조만간 TV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이벤트를 보이지 않고, 스튜디오 예능이나 뉴스 정도를 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겠죠. TV의 위상이 저무는 시대, 방송사는 물론 홈쇼핑, 케이블, 제조사 등 TV 생태계는 참 혼란스러운 시기일 겁니다.
TV가 없는 시대, TV가 찾고 있는 중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OTT 통합 제공'이 있습니다.
2018년 LG U+가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4년 5월 SK, KT 모두 OTT 통합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습니다. OTT 통합 제공이란 제휴를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 OTT App을 TV 플랫폼에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이전 방식의 IPTV를 구독하는 형태가 OTT로 전환됐다고 보면 쉽겠습니다. 고객이 통신사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이탈하지 않고 OTT를 시청하면, 그 데이터를 쌓아 큐레이션까지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유료방송사 입장에서는 IPTV VOD 매출은 하락하겠지만, 가입자를 유지하고, OTT 요금제를 통해 새로운 매출을 노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TV제조사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방송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시간 채널 송출은 못하지만, 방송사에 방영권을 사서 드라마, 예능 등을 채널로 편성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하는 서비스입니다. 무한도전 채널, 뽀요 TV 채널 등 특정 채널에서 특정 콘텐츠가 연속적으로 나오니 프로그램 매니아들에게 시청의 이유가 되며, 가장 큰 장점은 무료라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삼성은 '삼성 헬스' 앱을 통해 홈 피트니스와 비대면 진료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TV가 없는 시대에 생태계의 중심은 TV를 키는 동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스크린이 크다'라는 장점은 스마트폰 시청 습관 덕에 덜 중요해졌습니다. '실시간 방송'이라는 장점은 OTT 통합, FAST 채널 등 볼 만한 콘텐츠를 모아주고, 새로운 동인을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볼 많나 것이 없더라도 TV를 켜도록 서비스 다각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예고된 등장, 홈 허브로써 TV
2013년 구글은 크롬캐스트라는 미러링 기계를 출시했고, 최근 단종을 선언했습니다. 단종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제품은 구글 TV 스트리머라는 기기를 발표했고, 2024년 9월에 출시한다고 합니다. 소위 말해 구글 TV라는 플랫폼이 등장합니다. 구글 TV는 앞서 말했던 OTT 통합과 콘텐츠 큐레이션 모두를 제공합니다. 최근 발표에서는 두 가지 큰 변화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 홈' 기능의 강화입니다.
호환되는 기기의 범위를 확대하여 연동성을 대폭 높였으며, TV에서도 구글 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IoT라고 불리는 사물 인터넷 영역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닌 호환성에서 대중화가 되지 못했는데 이번 구글 TV에서는 매터라고 하는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이 적용되어 제약 없이 함께 작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AI의 활용'입니다.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Gemini를 탑재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지원하고, 대기 화면에서는 원하는 이미지를 직접 생성하여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홈과 Gemini를 결합된 구글 TV에서는 '영화 보는 무드로 집을 바꿔줘'라고 말하면 조명, 커튼, 온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상이 현실로 가능해지는 것이겠죠. 또한 AI를 통한 Q&A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구글이 그리는 Next TV는 '홈 허브로서 TV'라고 할 수 있습니다.
SNS와 스마트폰, 다양한 웹과 서비스는 우리가 마주할 커뮤니케이션 양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였습니다. 하루에 쌓이는 메일과 슬랙, 메신저와 통화 등 우린 시시각각 몰려오는 커뮤니케이션과 즉시 답변을 받지 못하면 불안이 높아지는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양이 늘었으니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긴 거의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TV 생태계가 그랬듯, 우린 우리 나름의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제시하고 싶은 한 가지는 '사람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선 좋은 싫든 알아야 합니다. 감이나 요령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잠깐 존재할 수 있어도 지속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거나, '나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을 상상하는 것도 공부의 영역입니다.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시간적, 물리적 제약상 모든 것을 다 해볼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 경험이 많은 사람과 대화를 통해 상상할 수 있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생각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대화와 생각의 흐름을 기록하고, 돌아보고, 실패에서 배워야 할 점을 꾸준히 적는 것도 공부의 일환입니다. 아직 정해진 답도 없고, 해답을 찾는 시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그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 정도는 어떨까요?
도모얀들이 마주하는 매일이 혼란보다는 안정된 날들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