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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r 06. 2022

나는 죄가 많다.

죄인의 화상

나는 죄가 많다. 

누군가를 함부로 사랑하고, 누군가를 함부로 증오했다. 감정의 선이 뒤틀리니 행동에도 실수가 많았고 내가 받는 상처가 싫어서 침묵의 시간으로 외면했다. 인정하기 싫은 것들은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고, 나 좋은 것만 보며 살고 싶었던 이기적인 시간들이었다. 남몰래 상대방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기를 바랐던 불건전한 모습이 그 누구의 모습이 아닌 나의 모습이었다.


나는 죄가 많다.

알량한 목소리로 내뱉은 위로의 말은 내가 듣기 좋은 말들이었고, 내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것들에 날 세워 공격하기 바빴다. 허울 좋은 직업을 방패 삼아 고상한 태도를 뽐냈으며, 그것이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는 무지의 존재였다. 차라리 누가 날 한 대 퍽하고 때렸으면 조금이라도 눈치챘을까.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국은 모두 나를 떠난다고, 그래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그런 뾰족한 내 마음을 누그러뜨려준 사람은 나의 답변을 듣고 있던 누군가였는데, 그 사람 역시 지금 내 곁에 없다. 그리고 나는 또 멀리멀리 도망을 간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모양으로.


누군가는 알아줄까? 

그때에 작은 마음들을 받아낸 것은 나의 큰 용기였다고. 나도 사실은 굉장히 무서웠다고. 내가 지은 죄를 내가 잘 알아서, 내 그릇의 크기를 너무 쉽게 가늠할 수 있어서, 나 또한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나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정작 들어줄 사람도, 들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제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보여주고 싶다. 나는 이렇게 정확하게 죗값을 받고 있다고. 나의 죄의 무게에 짓눌린 내 모습이 궁금했다면 이제 봐도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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