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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수 Nov 08. 2022

냉소는 많은 빚을 지니까

결국, 나부터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마라. 네가 바뀌었다


친구의 카톡 프로필을 몇 년째 장식하는 문구다.


너무 맞는 말이다. 궁서에서 돋움으로 강조하는 저 마지막 문장. 아무것도  바뀐  같지만  하나, 내가 바뀌었다.


불안에 떨며 종합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내가 눈을 돌려 환경 전문지에 들어가서는 오늘 첫 기사도 송고하고. 옷을 사는 대신 패션 센스 좋은 고모나 친구에게  입는 옷을 나눠 달라고 부탁한다. 화장은  하고 머리는 비누로 감는다. 메뉴 고를  고기는 일단 제외한다.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가게에 냄비를 들고 가서 포장해 온다. 헬스장 대신 운동장에서 달린다. 부모가 살아온 삶을 되짚으며 그들을 조금이나마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없으면    같은 사람과는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의존하지 않는 관계로 나아갔다.


내가 얼마나 대안의 삶을 사는지 자랑하며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려는  아니다. 솔직히 가끔 옷도 사고 기분 내려고 화장도 하고 종종 치킨 배달도 시킨다. 그래도 냉소에 그치진 않으려고 한다. 세상에 대한 냉소를 끊는 건 결국 뜻한 대로 살고 싶은 나를 아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문제나 위기를 느낀다면 나부터 변하면 된다. 그래야 체념 없이 오래간다.  믿음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어느새 돌아보면 어떻게든 달라졌다.


' 사람은 뭣도 없는데 편안하고 즐겁게 사네?’ '안 바뀔 것 같은데 왜 자꾸 무모하게 행동하지?' 싶은, 괜히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씩 따라 하면 된다. 내가 그렇게 누군가를 보고 처음 변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전쯤 전희식 농부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 “법과 제도의 변화는 각성한 개인과 함께 가야 한다 말이 오래 기억난다. 세상만 바꾸려고 한다면 ‘ 없이 ‘ 따지게 된다. 결국 '' 바뀌면 '' 행복하고 ‘ 바뀌지 않으면 '' 불행하게 되는 일희일비로 이어진다.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기후위기  우리가 발 딛는 시대가 직면한 과업 앞에 많은 사람이 기술, 정책 심지어는 인물에 의존하며 위기를 헤쳐나가길 바란다. 그러나 변화는 '나는 어떤가?'처럼 스스로 질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먼저 겸허한 반성을 통한 자기 쇄신이 있어야 근원적인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다.

나만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다가도 튼튼한 개인이 굳건한 사회를 만든다고 믿는다.  어느 때보다 풍요롭지만 어느 때보다 결핍된 우리는 성장의 논리보다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야 한다. ‘많이, 크게, 빨리 어리석은 욕망 앞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삶의 변화가 없는 외침은 흩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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