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퍼레이드 구경하기
지난밤에 꿈을 꾸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꿈이었다. 아마도 아침에 깨면서 꾼 꿈이었기에, 기억이 생생한지도 모른다. 내가 맨해튼으로 외출했다가 갑자기 화장실 갈 용무가 급해서 공중 화장실을 허겁지겁 찾다가 그만 바지에 일을 치르는 그런 해괴망측한 꿈이었다. 그런데...
그 공중 화장실이 이상한 점은 밖에서 보기에는 여느 공중 화장실처럼 복도에 여러 개의 문이 나열(고등학교 화장실처럼) 되어 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꼭 카페 같은 곳이었다. 화장실 안은 마치 커다란 둥그런 방인데, 빙 둘러서 사람들이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며 잡지를 보고 있었다. 일을 보는 사람은 그 한가운데 변기 위에 앉아있는 아주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데 꿈속의 나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자 나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는 바지에 저질렀기 때문에, 바지를 벗어야 하니 모두들 나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사람들은 순순히 내 말에 동조하고 따라주었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에 나가는 한 여자에게 내 하얀 손수건을 주면서, 물 좀 묻혀와 주고, 그걸로는 부족할 테니, 페이퍼 타월에 물 좀 축여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면서, 꿈이 깨었다. 누구는 X을 싸는 꿈은 대박의 징조라고도 하지만, 내 경우에는 아마도 그 전날에 하도 공중 화장실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꾼 그런 꿈이 아닐까 싶었다. 꿈 이야기를 했더니, 주위 사람들이 나더러 로또를 사라고 한다. 그래서, 로토에 당첨될 꿈?을 안고 모처럼 메가밀리언을 한 사보았다. 내가 왜 그런 꿈을 꿀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는고 하면...
그 전날은 바로 추수감사절이었다. 추수감사절에는 뉴욕에서 매년 메이시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열린다. 예전에는 추수감사절에는 교회도 안 가는, 그야말로 천금 같은 모처럼의 휴일이기 때문에, 늦잠을 자곤 했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 TV를 켜면, 어김없이 메이시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열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고나서부터는, 관점이 달라졌다. 전에 안 하든 행동을 해야 한다.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나마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해하며, 촬영을 위해 나서야 한다. 특히 추수감사절의 퍼레이드 같이 큰 행사는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와 공중 화장실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그건 뉴욕, 특히 맨해튼의 실정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뉴요커들조차도 자동차를 가지고 맨해튼에 들어간다는 것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한다. 그것은 주차 문제(돈을 내면 되지만, 비싼 요금이고)와 그리고 화장실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이 왜 없겠냐만은, 안전 문제로 아무나 화장실을 사용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있었던 공중 화장실은 강도 피해 등의 안전 문제로 아예 없애버렸고, 길가에 즐비하게 있는 상점들도 자기 방어하느라 화장실 개방은 절대 안 해준다.
툭하면 소송 잘하는 미국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인심 써서 화장실 사용을 허락했는데 화장실에 갔다가 그만 넘어졌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넘어진 사람은 당연히 소송을 할 것이고, 그러면, 그 비싼 변호사 비용하며, 그리고 판결은 대부분 피해자 편을 들어주는 판례도 그렇고, 또 어떻게 수습이 된다고 한들 그다음에는 보험사가 내쫓는다. 그러면, 할 수 없이 비싼 보험료를 내어가며 다른 보험회사로 옮겨야 한다. 그러니 그런 끔찍한 절차들을 겪느니, 아예 '우리 화장실 없다'라고 하면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럼?
그래서 식당이나 커피숍에 가서 먹을 필요도 없는 것을 일부러 사 먹어 주어야만, 간신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맨해튼에 공중 화장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있기는 있다. 그것은 일부 특정 공원 안에 있다.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런 공중화장실 한번 이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퍼레이드를 잘 보겠다고, 간신히 좋은 자리 마련했다 치자. 그런데, 잠시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자리를 잃어버릴 것은 뻔하다. 퍼레이드를 구경하러 갈 때, 가족이 함께 동행한다면 되겠지만, 그것은 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상황에 맞게 퍼레이드 구경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므로, 아예 '회장실 없다'라고 전제하고 퍼레이드 구경 가기 작전을 짜야했다. 어떻게 해야 할꼬?
우선 먹지를 말아야 한다. 굶어야 한다. 그래서 그 전날 저녁에는 그 맛있는 저녁을, 식구들이 놀랄 정도로 아주 조금만 먹고는 식탁을 과감히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물은? 물도 가급적 안 마시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 화장실 가야 하는 문제는 큰 거든 작은 거든 상관이 없잖은가. 일단 자리를 잡으면, 절대로 자리를 움직이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퍼레이드 하나 보겠다고,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당일에는 일찍 일어났다. 아니 아주 깜깜할 때 깨어야 했다. 왜냐면, 깜깜할 때, 퍼레이드 현장에 도착을 해야 촬영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확보를 할 수 있겠단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도 줄일 겸, 뱃속에는 음식물을 아예 넣지를 말아야 했기에, 아침도 굶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그런데...
(2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