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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Dec 22. 2020

09 불 금

어른이태권도




통학버스를 타고 두 번째 맞는 금요일, 오늘은 불금이다. 심각해진 코로나 탓에, 평소보다 아이들은 조금 적은 편이었지만 유독 사건이 많은 날이었다.


첫 차부터 꼬였다. 

픽업장소에 아이가 나와있지 않았다. 다음 정차지에 먼저 들러 다른 아이를 내려주고 다시 돌아와 봐도 여전히 그 아이는 없었다. 조금 기다려보자 하고 5분 정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결국 태권도장 단톡방 통해서 아이 엄마 연락처를 물어 전화 해 봤다. 


  "어머, 선생님! 죄송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 몰랐어요."


아차, 진작에 전화 해 봤어야 할 껄. 내가 실수했다. 

결국 기다리던 아이는 태우지 못 한 채 급히 출발했다. 다음 장소에 도착하자 기다리는 동안 추웠다며 아이가 핀잔을 한다. 아이고, 미안 미안해. 이래서 통학버스는 시간을 정말 칼 같이 지켜야 하는구나. 결국 태권도장 도착까지도 늦어버린 버스는 버선발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다음 하원생 아이들을 태우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다시 출발했다. 유치부 피크타임은 다행히 평소만큼 정신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세 번째 차량. 하원생 아이들을 태워 벨트를 봐주고 있는데, 한 아이가 눈이 빨개져서는 '핸드폰이 없어졌어요.' 하는 게 아닌가. 아까 등원할 때 앉았던 자리부터, 버스 안을 다 살펴봐도 없었다. 마음은 점점 급해지는데 아이는 자기 번호를 모르고 있었다. 일단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달래주는 사이, 도장 안에서 사범님으로 부터 무전이 왔다. 


  "찾았습니다~ 내려갈게요~"

  "자, 시간이 늦었으니 창문으로 던져서 받아주세요." 무엇을 찾은 건지 몰랐던 관장님의 무전이었다. 

  "아이고, 안 돼요! 제가 갑니다, 가요~"


아이는 극적으로 핸드폰과 다시 상봉하였다. 

드디어 세 번째 차량이 출발했고, 아이들이 절반 정도 내렸을 무렵 한 아이가 내리다 말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뭔가를 찾더니 갸웃하며 다시 내려온다.


  "왜 그러니?"

  "핸드폰이요... 도장에 두고 온 것 같아요."

  "도장에 두고 온 게 확실하니? 사범님께 연락해서 찾아달라고 얘기 해 놓을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들어가~"


버스는 다시 출발했고, 단톡방에 메세지를 남겨놓았다. 다행히 이 아이의 핸드폰은 사범님들이 전화번호를 알고 계셨고, 직전에 수업했던 사범님께서 수련실에서 찾고 있다는 답이 왔다. 그렇게 한 숨 돌리려는 찰나... 어디선가 도로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설마 혹시... 

역시.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 바닥 구석에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핸드폰이 하나 있었다. 

아이는 저녁무렵, 다시 도장에 왔다. 시무룩하게 풀이 죽은 표정이, 아마 엄마에게 혼이 났던가보다.


아아휴우-. 

오늘은 유독 핸드폰 이슈가 많았던, 불금이다. 

폰 찾아주랴, 시간 맞추랴 정말 하얗게 불태운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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