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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Dec 14. 2020

03 신상털림

어른이태권도




관장님께서 검은띠가 아니면 아이들이 무시할 거라며, 내 이름이 새겨진 검은띠를 하나 만들어 주겠다 하셨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기도 뭣하거니와, 따뜻한 사복상의에 롱패딩 점퍼를 걸치면 어차피 도복은 무릎 아래 밖에 안 보이기때문에 버스 타는 중에는 허리에 띠를 두를 필요도 없었다.


  "알바비 가불은 들어봤어도, 까만 띠 가불은 처음이네요. 히히- 다녀오겠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느끼는 궁금증은 어른이나 아이나 같은 가 보다. 예상대로 띠 색깔을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사범님'인지 '선생님'인지, 나이와 결혼여부에 대한 질문들을 하루종일 받았다.

유치부의 어느 귀염둥이가 물었다.


  "선생님~.. 어~..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요~ 없는데~"

  "어?! 그러면 안 되는데~?!!"

  "왜애~? 왜 안 되는데~??"

  "그러면~ 못 사귀잖아요~!"


하아... 그래, 남친이 없으면 사귈 수가 없지...

이렇게, 삼촌도 없다는 이 꼬맹이에게서 당연한 걸 새삼스레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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