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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Dec 19. 2020

07 불변의 법칙

어른이태권도





와글와글 시끌벅적. 

오늘도 피크타임의 버스는 정신이 없다. 이 아이들을 통제할 만한 방법을 며칠 전 부터 고민하던 참이었다. 태권도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로 1년에 한 번씩 벼룩시장 같은 '포인트 시장'을 여는데, 평소에 아이들이 좋은 태도로 칭찬을 받을 때 마다 이 포인트 시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카드'를 받는 다는 것이다. 이 카드를 모으기 위해서 아이들은 더 잘 하려고 애를 쓴단다. 사범님들이 수업시간에 그 카드를 나눠주시니, 나는 반대로 차 안에서 말썽 피우면 그 카드를 뺏아볼까 하고 관장님께 말씀 드려봤다. 


  "아니요, 그러면 차라리 선생님도 질서를 잘 지키는 아이들한테 포인트 카드를 주세요. 긍정적인 걸로 더 강화해 주면 아이들도 서로 더 잘 하려고 해요."


관장님의 교육철학에 동의 하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방법이 역시 좋겠지만, 나로서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 같았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아이들을 그다지 통제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서로 때리며 싸운다든가,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비명소리로 나를 비롯하여 특히 차량 실장님을 깜짝 놀래킨다든가, 운행 중에 벨트를 풀고 여기저기 움직이는, 서로의 안전상에 문제가 될 심각한 행동이 아니라면 나는 그냥 지켜 보는 편이다. 저희들끼리 재잘재잘 수다 떠는 거야 뭐, 무슨 얘기 하는지 궁금해서 오히려 아이들을 구경 하기도 한다. 조용히 핸드폰 게임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오래 못 가서 내리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둔다. 다만, 통학버스 안에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들' 에 대해서만 확실히 인지시켜 주면 될 것 같았다. 지난 번 시도 해 봤던 구호 따라하기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자, 얘들아. 선생님 따라 해 봐~ '멈추면. 차례대로. 천천히' "


처음이라 그런지 나 스스로도 약간 오글거렸고, 아이들도 그 이후에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을 따라하며 장난스레 받아들인 듯 한 느낌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사이 차 안은 어느 새 난장판이 되어있었고, 요즘도 '합죽이' 라는 표현을 쓰나... 어떤 이들의 비하표현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누군가 꺅 소리를 질렀다.  순간,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 말이 툭 튀어나와버렸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오오-. 차 안의 열기가 잠시 잦아드는 순간이었다. 이게 이렇게 먹히다니. 나는 여태까지 무슨 고민을 했더란 말인가. 어느 새 버스는 태권도장 도착 30초 전이었고, 서서히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절대로 안 되는' 행동을 스멀스멀 하려는 낌새였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이런 것 까지 배우다니, 어른들이 미안하다. 


  "그대로 멈!춰!라!!!"


아이들이 또 거짓말처럼 딱! 멈춰버렸다. 요즘도 이 노래로 교육을 하는가보다.


  "벨트는 차가 완전히 멈추고 풀어야지~ 누가 벌써 풀려있나~ 선생님이 찾으러 간다~?!!"


미리 벨트를 풀고 들썩거리던 아이들이 다시 주섬주섬 자리에 앉았고, 이윽고 차가 완전히 정지했다.


  "선생님 먼저 내리고~ 앞 사람부터 차례대로, 천천히~. 밀면 안 돼~"


휴우-. 제일 정신없고 제일 긴장되는 시간이 이렇게 또 무사히 지나간다.

이 일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는, '안전' 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인 만큼 그 막중한 부담감이 힘든 일인 것 같다. 특히나 이런저런 돌발상황이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때문에 항상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재미나게 운동하고 무사히 귀가하는 아이들을 보면 내가 다 뿌듯하고 흐뭇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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