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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거청년 Jan 06. 2023

모로코 사막에서 연말 보내기

내 첫 아프리카 여행, 모로코

모로코는 참 나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나라이다.

5년 전 일부러 2주 정도의 시간을 내서 모로코에 가려고 했던 적이 있다. 사막투어를 포함한 모든 일정을 준비했었는데 정말 이상하리만치 오래 걸린 수속 절차 때문에 비행기를 놓치고 갈 수 없었고 그 과정에서의 피곤함과 괴로움은 나에게 아쉽고 속상한 트라우마로 남았었다.


드디어 그때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사막에 가는 일정포함해 다시 모든 일정을 짜서 모로코 땅을 결국 밟게 된 것이다.



아침 7시 10분부터 숙소를 나서서 같이 투어를 떠나는  사람들과 큰 봉고차에 올라탔다. 1박 2일의 자고 사막으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8시에 출발해 푹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해는 떴고 창 밖으로 도심 풍경 대신 돌산과 허허벌판이 펼쳐져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잎이 넓고 밑동이 굵직한 나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돌 밭 사이 관목들만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었다. 산들도 나무로 무성하기는커녕, 민둥민둥하기만 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 시간에는 햇살이 강하고 건조해서 겉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날씨 탓인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 긴 바지와 바람막이를 걸친 사람, 한 겨울 패딩을 입은 사람 등 4계절 옷차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마라케시 시내 중심에서 출발한 지 9시간쯤 되었을까, '자고라 사막'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중간에 한국에서는 지방 국도에서 찾아볼 수 있을법한 휴게소도 몇 시간마다 들르고, 글래디에이터와 왕좌의 게임 등 수많은 영화를 찍었다는 촬영지 구경을 하며 걷기도 했지만 9시간을 꼬박 좁은 버스에 앉아서 간다는 건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자고라 사막, 드디어 도착했다. 자고라 사막은 사하라 사막의 초입에 해당되는 곳이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를 텐트로 데려가기 위해  낙타들과 사막에서 사는 노마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네가 낙타구나?

큰 눈에 속눈썹이 엄청 길고 사막의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콧구멍이 닫혀있었다. 또, 듣던 대로 등에 커다란 혹이 있었다. 이 낙타들은 등에 혹이 한 개 달린 낙타들이었다. 사막에서의 낙타는 육지에서의 말과 거의 같아서 훈련을 통해 사람이나 짐을 싣고 나르게 된다고 했다.  

사람과 짐을 태운 낙타가 일어날 때 이 친구들도 힘이 드는지 목 저 안쪽에서부터 끌어낸 그르르릉 소리를 내었다. 마치 사람들이 일어날 때 다리를 펴며 '으쌰' 또는 '아이고아이고' 하는 것 같은 소리였다. 내가 탄 낙타는 비교적 작았는데 내가 무거워서 많이 힘들까 봐 낙타씨에게 '미안해 미안해, 다음에 혹시 또 오게 되면 몸무게 좀 줄이고 올게. 잘 부탁해, 또 미안해'라고 연신 사과했다.


낙타들도 성격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 순해서 조용히 걷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뒤에 따라오면서 내 가방 끈을 씹어보려 하거나, 내가 맘에 들었는지 계속 냄새를 맡고 다리에 기대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너, 아까 다른 친구 오줌 쌀 때 맛보려고 고개 들이미는 거 봤는데 혹시 그 입으로 내 다리에 기댄 거니?


낙타를 타고 조금 걷다 하니 저 산 너머로 붉은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사막에서의 밤이 시작되었다.


다른 가로등이 없고 사방에 어둠이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등 뒤로 누가 아주 밝은 조명을 켠 듯이 밝게 비추는 것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달이었다.

도시의 많은 조명 사이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던 달을 사막의 어둠 속에서 보니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이전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반짝이는 별들이 쫙 펼쳐져 있었다. 성경에서 동방박사들이 어떻게 별을 보고 그를 따라 예수님을 찾으러 갈 수 있었는지 바로 이해가 될 정도였다.

반짝인다, 빛난다 라는 말이 얼마나 제한되고 작은 의미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이 감동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참 아쉽기만 하다.

한눈에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별자리들을 찾을 수 있었다. 저기 저 별 세 개는 오리온자리, 저 M자를 그리는 별 다섯 개는 카시오페이아자리.

칠흑 같은 어둠 속 쏟아질 듯이 가득한 저 별들 아래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저 우주에서 보면 나라는 한 사람은 점보다도 작고 미미한 존재이겠지. 겸허한 마음이 몰려왔다. 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 아주 작은 존재인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사소한 것들에 목매고 연연하면서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너무 센티해지는 것 같아 다시 현실로 돌아와 친구와 괜히 더 저 반짝이는 것이 비행기인지 별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막, 자연, 고요 속에서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생각정리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이 고요한 시간들이 한 번씩 생각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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