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상관없는 일에 대한 잡념
발리에 온 첫날, 친구 지유의 지인 집에 묵고 있는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썼다. 그들은 종종 노트북을 들고 커피숍을 가거나 함께 요가를 가곤 했다. 그들 중 하나가 식사 준비를 하면 그 식사를 나눠 먹곤 했다. 누가 보아도 그들은 커플이었다. 그들이 커플이 아니라는 것을 안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비슷한 또래의 양쪽 다 흠잡을 데 없는 멀쩡한 남녀가 한 침대를 내내 쓰면서 커플이 혹은 이성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녀 칠 세 부동석까지는 아니었지만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남자인 사람과 방에 함께 있을 때는 방문을 조금 열어 두어야 한다고 들어왔다. 그것에 따르면 그들은 분명 커플이었어야 한다. 그들의 방문은 그것과 상관없이 수시로 닫혔다. 나는 커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도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만 아닐 뿐 둘은 그 침대에서 종종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귀지는 않고 섹스만 하는 남녀 사이로 짐작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이다. 진지하게 집주인에게 물었다.
“진짜 그냥 친구?"
“응.”
“정말 단순히 침대를 나누어 쓰는 사이라고?"
“내 방과 얇은 벽 하나를 사이 두고 있어서 가스의 배출음까지 들려.”
“그래서?”
“그런데 내가 아무런 기미를 못 느낄 정도라면 그들은 뱀일 거야."
무성애자도 어느 한쪽이 같은 성에만 관심을 보이는 케이스도 아니라고. 그들은 명상과 요가에 심취했고 베지터리안을 지향하며 우붓에 널린 히피 중에 하나가 되고자 했으니 사실 오픈 릴레이션 쉼을 취한다거나 진지한 1:1의 관계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해도 진짜 그들의 관계를 감출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어떻게 한 침대를 지속적으로 써 오면서도 다 큰 남녀가 아무런 욕구를 느끼지 않고 단순히 침대 만을 나누어 쓸 수 있는지 이해 불가였다.
우리는 끊임없이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으며 단순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만으로는 유지가 되지 않는다고 인지하고 살지 않았나. 같은 인간의 범주 안에서 나는 거기서 나뉜 여성과 남성으로 우선 편을 갈라놓고 내 세상과 내가 만들어 놓은 상식의 잣대로 세상의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잣대질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궁핍 한 상상력에 의지하여 내 상식으로 규정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나. 나는 이제야 남자인 친구를, 이성의 마력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시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잠을 잔다는 것에 여러 가지 상상을 덧붙이고 내게 필요도 없는 관심을 주는 것. 그러면서 다시 사람을 분류하고 잣대질 하는 것. 그들이 어떤 관계이든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쓸 데 는 것에 너무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