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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wonder Mar 03. 2021

삶의 기반을 기억하는 요린이가 되겠어요

견상자세로 만난 내 삶의 뿌리


지난 주말 고대하던 요가 TTC 200h (Teacher Training 200H) 의 여정을 시작했다.


2018 여름부터 요가수련을 시작했으니 만 3년차에 강사과정에 도전한 셈이다.  

요가를 하는 방법이 아닌 요가를 가르치는 과정을 배운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설레임과 떨림을 준다.

막상 수업에 들어가보니 설레임은 자취를 감추고 떨림이 극심해졌다. 떨린다기 보다는 후달린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과정을 같이 수련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현직 요가강사님들 뿐만 아니라 요가원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까지 자리를 채운것을 보고 내가 올자리가 아닌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요가를 잘 못하는 요린이의 모습으로 함께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지.. 정신승리로 멘탈을 다잡았다.


TTC를 선택한 계기는 일반 수업에서 요가를 제대로 하는 법을 배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바아사나를 제외한 40분 남짓한 시간동안 여러가지 동작과 플로우를 진행하게 되는데, 수련을 반복할수록 내가 동작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손 위치가 이게 맞는지, 발 모양은 이게 맞는지 수련을 하면 할수록 궁금한점들이 많아졌다. 40분 남짓 수업을 하고 떠나시는 선생님께 묻기에는 너무 기초적인 질문들이라 차마 하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고, 내가 내 스스로를 가르쳐보겠다는 마음으로 TTC를 시작하게 되었다.


총 10주간의 과정, 첫 주제는 ‘기반’이었다.

손과 발이 땅에 닿는 자세에서 손바닥과 발바닥에 각각 네지점에 점을 찍고 힘을 고르게 주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그간 수련하면서 거의 신경 못썼던 부분이었다.

이론을 한참 듣고 필기하다가 견상자세를 잡게 되었다. 수업 내내 신고있던 양말을 벗고 이 자세를 처음한다는 마음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정성스럽게 뻗어보았다. 양말을 벗은 덕에 발바닥의 느낌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배운대로 손바닥 네 지점이 뜨지 않도록 고르게 힘을주고 손가락 사이는 자연스럽고 고르게 편다. 손톱 끝까지 힘을주어 손톱이 하얘지도록 만들고 발바닥에도 네지점에 고르게 힘을주어 뻗는다. 발가락 하나하나도 바닥으로 고르게 눌러 뜨지 않도록 집중한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하는 순간 엉덩이가 위로 들리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윗 등이 쫙 펴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세의 기반, 뿌리와 기반을 의식한  견상자세의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수업의 주제는 삶의 기반으로 이어졌다. 수업 전일 내 삶의 기반에 대해 생각해 오라는 숙고과제가 있었고, 명상을 통해 각자 정리하고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나의 삶의 기반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엄마였다. 나의 근원이자 사랑과 헌신으로 세상 경험을 하게 해준 존재.

선생님의 명상 가이드를 통해 10대때의 기반, 20대 이후의 기반, 차근차근 떠올려보니 10대 이전에는 나의 첫사랑이었던 친할머니가 떠올라 마음이 뜨거워졌다.

나를 사랑으로 키워준 할머니와 엄마, 그 두분을 통해 내가 얻은 내 삶의 기반은 바로 ‘배움에 대한 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할머니는 평생 본인의 일을 하시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셨고, 60세가 넘으셔서 시작하신 배드민턴으로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팩트는 확인할 수 없으나 수많은 메달을 본 기억으로 어느정도 확신할 수 있다)  엄마 역시 평생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것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 두분의 삶의 자세가 지금 나에게 잘 이식되어 뿌리내린것만 같다.

내 삶의 기반이었던 두분의 사랑으로 지금의 내가 존재하며, 그 기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벅차올랐다.


요가와 삶 모두 기반으로 바로설 때 온전하고 곧게 나아갈 수 있다. 내 기반을 바탕으로 든든하게 뿌리내리는 삶, 기반을 단단히 잡아 흔들리지 않는 자세.

이 두가지를 마음에 품고 아주 간단한 플로우를 진행했는데, 땀이 흠뻑,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했다.

종교에는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지만 영적으로 충만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요가를 만난것에, 삶의 기반을 느낄 수 있음에 큰 감사함이 느껴졌다.

지금 느낀 이 기반을 잊지 않고 단단히 뿌리내리며 살며 수련하는 성실한 요린이가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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